마이클 잭슨 음악을 차에서 꽤 즐겨 트는 동생한테 나는 Fly Away가 그렇게 좋더라고 하니 그 노래가 무슨 앨범에 있냐고 물으며 잘 모르겠단다. 찾아보니 이 노래가 안 들어 있는 Bad 앨범도 있었나 보다.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치고는 라디오에서도 별로 사랑해주지 않았을 것 같고. 


나는 거장들이 좋긴 한데 가끔 거장의 어떤 작품에서 나 거장입네 하는 모습이 느껴지는 순간에는 약간 거리를 두고 싶어진다. 한편 거장이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뚝딱 만들었을 듯한 작품을 보면 그게 그렇게 정신 못 차리게 좋다. 이 노래도 그렇다. 아무리 까다로운 마이클 잭슨이었다고 해도 왠지 이 노래를 며칠 밤을 꼴딱 새가면서 만지고 완성해내며 스스로 인생의 역작이라 평가하진 않았을 듯하다.(인터뷰 샅샅이 뒤져보면 의외로 "Fly Away에는 제 음악인생의 승부를 걸었어요" 같은 문장이 나오는 거 아니겠지 설마?) 

적어도 내 귀에는 이 노래가 마이클 잭슨 몸에서 어느 순간 막 뚝뚝 흘러넘치는 뭔가를 마이클 잭슨이 그냥 어떤 틀 속에 담담히 주워담아서 만든 것같이 들린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어느 순간 좀 정신 못 차리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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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확인, 등록하기 등의 버튼을 눌렀을 때 방금 쓴 글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난감해한다. 난감해하기보다는 화가 울컥 솟는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즉, 쓴 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주절주절 떠들고 어떤 공간에 던져놓고자 했는데 화면이 바뀌면서 그 글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뜰 때 나는 난감해하고 혹자는 화를 낸다. 

그런데 왜? 글을 쓴 시간이 아까워서? 뭔가 괜찮은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마저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어서? 내가 원한 행위가 기계로부터 거부당한 느낌이어서? 또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귀찮음이 엄습해서? 

말은 흩어진다. 날아가 흩어지는 것이 말의 속성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말과 달리 글은 왜 날아가고 사라지면 난리난다고 생각할까? 이것이 일종의 내 작은 관심사다. 어느 순간 글도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좀 멋진 이미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아가는 글, 날 수 있는 글... 괜찮지 않나? 글이 저장되지 않은 사태가 실은 난감해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저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날아가는 글은 어쩌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일 수 있다. 되도 않는 글이 범람하는 공간에서 그저 그런 글이 될 운명을 미리 감지하고는 저대로 먼저 알아서 휘발될 줄 아는 텍스트. 그런 신묘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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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푸스 - 몸, 가장 멀리서 오는 지금 여기
장 뤽 낭시 지음, 김예령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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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란 이것이다. 몸이 상품화되고, 수송되고, 이동되고, 재배치되고, 대치되고, 하나의 자리와 자세에 처하는 그 과정을 마모될 때까지, 결국 실업의 상태에 빠져 기아에 이를 때까지 계속 밟는 것. 도쿄의 오토바이 위에 올라앉은 벵골인의 굽은 몸, 베를린 참호 속 터키인의 몸, 하얀 소포 꾸러미들을 짊어진 쉬렌이나 샌프란시스코의 검은 몸...... 따라서 자본은 몸들의 초-기호 작용 체계système de sur-signification를 의미하기도 한다. 계급이나 노고, 그리고 계급 간의 투쟁만큼 기표/기의적인 것도 없다. 각종 힘에 의해, 근육과 뼈와 신경의 뒤틀림에 의해 겪게 되는 노력만큼 기호학의 망을 피하지 못하는 것도 없다. 저들의 손에 앉은 굳은살과 딱지를 보라. 저 허파들을, 척추 뼈들을 보라. 더러워지며 일당을 받는 몸들. 기호 작용의 환環을 완벽히 아물리는 더러움saleté과 보수salaire.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가 문학이다. 


-장 뤽 낭시, 코르푸스, 문학과지성사, 2012, 107~108쪽



인용 중 첫 문장이 가장 시원스럽고 마지막 문장이 가장 답답하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가 문학이라니, 이 말 때문에 생각이 많아져서 앞으로 더 쭉쭉 밀고나가기가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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