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확인, 등록하기 등의 버튼을 눌렀을 때 방금 쓴 글이 보이지 않을 때 나는 난감해한다. 난감해하기보다는 화가 울컥 솟는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즉, 쓴 글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주절주절 떠들고 어떤 공간에 던져놓고자 했는데 화면이 바뀌면서 그 글이 제대로 올라가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뜰 때 나는 난감해하고 혹자는 화를 낸다. 

그런데 왜? 글을 쓴 시간이 아까워서? 뭔가 괜찮은 생각이었는데 그 생각마저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이어서? 내가 원한 행위가 기계로부터 거부당한 느낌이어서? 또 써야 한다는 부담감과 귀찮음이 엄습해서? 

말은 흩어진다. 날아가 흩어지는 것이 말의 속성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말과 달리 글은 왜 날아가고 사라지면 난리난다고 생각할까? 이것이 일종의 내 작은 관심사다. 어느 순간 글도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좀 멋진 이미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아가는 글, 날 수 있는 글... 괜찮지 않나? 글이 저장되지 않은 사태가 실은 난감해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얘기다. 저장이 제대로 되지 않고 날아가는 글은 어쩌면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일 수 있다. 되도 않는 글이 범람하는 공간에서 그저 그런 글이 될 운명을 미리 감지하고는 저대로 먼저 알아서 휘발될 줄 아는 텍스트. 그런 신묘한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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