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란 시로 오은은 말했다.

 

2월엔

여태 출발하지 못한 이유를

추위 탓으로 돌립니다

 

라고.

시인이란 사람들 가끔 무섭다. 뭘 막 투시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뭐든 추위 탓으로 돌리고 싶을 정도로 강추위에 떨었던 날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2월은 이미 와 있다. 그리고 나한테는, 또 내 주변에는 별 변화가 없다. 다행일까? 글쎄. 김태리, 안희정, 설리 등에 대한 기사나 보면서 스마트폰을 붙잡고 있는 시간은 부끄럽게도 줄지 않았다. 시시한 메시지를 날리면서 ㅋㅋㅋ를 주고받는 상대는 늘 그들이 그들이다. 밖에 나가면 자리를 양보받는 지긋한 연세의 부모를 상대로는 잘한 거 하나 없는 주제에도 필 받은 양 짜증을 퍼붓는 날이 여전히 잦다. 이런 것도 딸년이라고.

 

싸움이라면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못하는 주제에 누군가와는 지겹게도 자주 싸우는가 하면, 또 누군가와는 더없이 사무적인 대화를 통해 더없이 원만하고 더없이 무관심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기도 하다. 진전이 너무 더딘 일 때문에 어깨통증이 쎄하게 도지는 순간도 더러 있는 것 같고. 그래도 그나마 장한 거 하나는, 아직 수영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 대여섯 번 중에 한 번쯤은 오늘 좀 갠잔네, 싶은 날이 있으니 그게 어디야.  

 

뭐 어떻게든 흘러가겠지만, 너무 마구 흘러가지는 않았으면. 안 그래도 짧은 달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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