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루는 도쿄에서 규칙적으로 조용히 생활했다. 나라에서 추방당한 망명자가 이국땅에서 풍파를 일으키지 않도록, 쓸데없는 일을 만들지 않도록, 체류 허가를 박탈당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지내듯이. 그는 말하자면 스스로의 인생에서 망명한 인간으로 거기 살았다. 도쿄라는 대도시는 그렇게 익명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이상적인 장소였다.

그에게는 친구라 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몇 번 여자를 만나 사귀다가 헤어졌다. 평온한 만남이었고 늘 원만하게 헤어졌다. 마음 안쪽까지 파고드는 상대는 없었다. 그가 그런 관계를 애써 원하지 않았던 탓도 있고, 아마도 상대가 그를 그다지 깊게 원하지 않았던 탓도 있을 것이다. 반반 정도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내 인생은 스무 살 시점에서 실질적으로 발걸음을 멈춰버린 것 같다고 다자키 쓰쿠루는 신주쿠 역의 벤치에 앉아 생각했다. 그 이후 찾아온 나날들은 거의 무게가 없었다. 시간은 잔잔한 바람처럼 그의 주위를 조용히 불어 지나갔다. 상처도 남기지 않고 슬픔도 남기지 않고 강렬한 감정도 불러일으키지도 않고 이렇다 할 기쁨도 추억도 남기지 않고. 그리고 이제 그는 중년의 영역으로 접어들려 했다. 아니, 중년이 되기까지는 아직 조금 시간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더는 젊다고 말할 수 없다.

(42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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