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돌고 있다는 사실을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저들도 아는데 그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양 애꿎은 팔자주름만 더 깊이 패게 웃어보인 횟수에서 본성을 감추는 데 실패해 부지불식간에 표정관리 못한 횟수를 빼고 영어단어를 사정없이 버벅거린 횟수도 뺀 다음, 여기다가 저녁으로 때운 국수 한 그릇 값을 곱하면 얼추 오늘 내 일당이겠다.
약수동 국숫집에선 음악캠프를 틀어놓고 있었던 터라 면발을 끊으면서 몇 년 만에 그웬 스테파니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느새 주먹밥 접시를 비워낼 즈음에는 존 레논이 속삭이기 시작했다. 우먼은 월드의 니거다. 우먼 대신 워커라 했다면 울컥했을 것이다.
내 귀에 배철수 목소리는 밝은 저녁에 더 좋게 들리는데, 여름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