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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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두르지 않았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당신의 옷을 벗겼습니다.그러자 현실과 상상이 기적처럼 맞아 떨어져,난 살아있는 밀로의 비너스 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쾌락이라는 건 상대에게서 가져오거나 상대에게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당신 덕에 알았습니다. 쾌락은 자신을 내어주면서 또 상대가 자신을 내어주게 만드는 것이더군요.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었습니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살이 되었습니다.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쉽여덟 해가 되었지만,그 어느 때보다 더,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밤이 되면 가끔 텅 빈 길에서, 황량한 풍경속에서, 관을 따라 걷고 있는 한 남자의 실루엣을 봅니다. 내가 그 남자입니다.


P.12~13,8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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