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지을 일이나 집 안 인테리어를 싹 새로 할 일이 생길때 참고하면 좋은 책. 주거를 위한 건축설계에 대히여 단순 지식의 나열을 한 책이 아니라 사람의 일상과 생활의 면면을 정리해주고, `그렇기에` 집의 구조는 어떠해야하는지를 일러주는 책이라서 소소하게 일상에서도 도움이 된다. 글쓴이도 일러스트레이터도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인지 글도 가볍고 즐거운 편. 읽기 좋았다.
성석제 작가는 사람의 이야기를 잘 쓴다. 남의 과거사는 궁금하지 않은데 성석제 작가의 소설에서 풀어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화들은 흥미롭게 읽힌다. 그렇다면 이 몇명인지 세기도 힘든 화자들이 개인적으로 풀어낸 이야기의 주인공인 만수의 이야기는 나에게 어땠을까.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말했다.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 함께 있다고 말하고 있을 뿐.˝ 개인의 노력과 희생에 관계없이 세상에서 도태되어 투명인간으로, 그리고 그 존재없음으로도 여전히 성실하게 존재하던 김만수. 결말에 그의 끝이 어떻던가와는 상관없이 나는 그저 그를 `본다`.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동안. 나도 그도 누군가에게 내 모든 개인사를 이해받을수도 위안받을 수도 없을 것이다. 우린 그저 함께 존재하고 있었을 뿐이다.˝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한 적이 없어요. 형. 만수 형.˝
다섯 가지의 단편선 중 중심작인 벽으로 드나드는 남자 외 가장 생각나는 단편은 칠십 리 장화. 가장 현실적이고 초라하면서도 가장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이야기. 단편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살렸다. 내세울 것 없는 앙투안의 이야깃거리 없이 초라한 소재는 마르셀 에메를 통해 아침 햇살같은 이야기로 거미줄에 엮여 칠십 리 장화처럼 이곳 저곳을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