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 고종 황제의 그림자 연인
문준성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에밀리

 

문준성 <에밀리: 고종 황제의 그림자 연인> 지식의 숲

 

 

1903년 10월 24일 치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텔레그라프〉 지의 전면 머리기사이다. 한 달 남짓 뒤인 11월 29일자 〈보스턴 선데이 포스트〉 지는 이 특종 기사를 받아 ‘유일한 미국인 황후 어떻게 대관했는가?’라는 머리기사로 결혼식 진행까지 상세하게 보도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보였다. 이 사건에 대해서 한 학자는 ‘미국 사람들은 왕과 전통에 대한 동경이 있다.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선교사의 딸이 왕비가 되었다는 얘기는 매우 그럴 듯하며, 당시 사람들의 환상과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의 근거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다. 이 사건은 언론 역사상 대대적인 오보 픽션으로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1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2013년, 이 사건이 새로운 역사로 돌아왔다. -인터넷 서점 yes24에서

 

 

 

"당신은 어째서 폐하를 돕는 건가요?"

손탁은 에밀리의 말에 몇 번인가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대에 있는 지방이에요. 열일곱 살 때까지만 해도 나의 조국은 프랑스였는데, 그해 봄이 되자 하루아침에 그 지방이 독일 땅으로 바뀌었죠."

"지금의 이 나라를 보면 그때의 알자스가 생각나요. 열강에 휘둘러 하루아침에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점이.... 그 안에서 벌써 길을 찾고자 하는 그분을, 내가 어찌 돕지 않을 수 있겠어요?"

..

화부인은 그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나는 왜 그를 돕고 있는가.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p.196~197

 

작년에 보았던 영화 <가비>를 무척이나 생각나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일본에 의해 국모인 민비가 시해되고, 국상조차 치르지 못한 채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1년간 거해야만 했던 고종에 대한 인식은 그저 역사에 기록된 내용에서는 고종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못했다. 한 나라의 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대응이나 힘을 왜 가지지 못했는가? 라는 질문을 했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영화나 소설을 통해 어쩌면 그런 고종을 다시 이해하는 코드가 되었을까? 반문해 보게 한다.

 

어떠한 권력도, 곁에 있는 충신들조차도 어느 순간에 그의 목에 칼을 겨누는 배신자로 서기에 고종은 누구도 믿지 못한다. 비록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을 지라도 어찌 러시아라는 나라를 마음 편히 믿을 수 있겠는가? 그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선교사의 딸인 에밀리, 그의 나라 미국을 이용하는 수를 이용하고자 손을 내민다.

 

슬픔이 지나치면 눈물도 흐르지 않는다고 했던가. p.255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계약 관계에 의해 에밀리는 숨을 거두는 그 순간까지 목숨의 위협을 고종과 같이 받는다. 하지만 고종이 내민 수를 그녀는 끝내 거둬들이지 않고, 운명처럼 다가온 고종을 마음으로 품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에게는 나라는 자신이 태어난 이유요, 목숨을 바쳐 지켜 내야 하는 것이었다. p.258

 

고종은 역사에 의해 힘없는 왕이었다고 평가를 받는다. 나라도 지키지 못한 왕이라고. 고종이 아닌 다른 왕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사람이란 끊임없이 다른 사람의 행위를 판단하나 막상 자신이 그 자리에 서 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생각해 보지 못하는게 또한 인간의 한계가 아닐까. 끝까지 고종의 목숨을 빼앗고자 했다는 일본에 의해 시해됐다는 고종의 죽음이후 3.1 만세 운동이 전국적으로 폭발적으로 커져 갔다. 가상의 이야기를 통해 어쩌면 그런 왕에 대한 이해와 개화기의 역사의 전반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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