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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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을 보고 <미라클 모닝>이란 책이 생각났다. '미라클 모닝'이란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는 새벽 시간을 이용해 자기계발을 하며 아침을 맞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출간된 <나는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다> 란 책 역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삶의 의지를 불태우며 일어나는 그 시간, 누군가는 고통을 감내하며 하루를 버티고 또 그렇게 하루를 바라는 시간이었던 거였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저자 역시 누구보다 치열하게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녀는 밤 12시가 되면 하루의 계획을 적고 연간 다이어리는 몇 권이고 쓸 만큼 해야 할 일이 늘 많았다.  재능이 없으면 열정을 갈아 넣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그녀의 인생 커리어를 보면 정말 1분 1초를 허투루 살아지 않았을 거 같다.  처음 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도 영국 유학길에 오른 그녀였다. 매일을 밤새워서 공부해도 행복했던 그녀에게 의사는 '다발성 전이' 라며 시한부 선고를 한다.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는 아픈 자신을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해 암이 주는 고통에 대해 주변인에게 남기는 그녀의 마지막 편지 같다. 자신의 미래를 위해 하루 시간도 부족해 더 이른 시간 기상하는 우리들에게 저자의 글은  정작 자신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지 것인지 되물어 보게끔 한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물어봐 주라고 한다. 뭘 좋아하고, 뭘 잘하고, 뭘 하고 싶은지 그리고 거기에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쓰라고 한다. 자신은 진정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오랜 시간을 후회하고 있다고 말이다. 평소에는 때가 탈까 봐 고르지 않았던 노란색 소파와 딱 맞는 트레이닝 바지까지 장만해 그녀는 너무 행복해 오늘 죽지 않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약 기운에 "왜 평소에 좋아하는 우리를 안 샀어? 마음에 안 들면서 왜 대충 살았어?"라고 물건들이 말을 걸어온다는 이야기에  눈물(?) 나는 미소를 짓게 된다.




시한부 인생, 암 말기 환자는 그저 영화, 소설 속에서 나는 접했었다. 항암치료로 다 빠진 머리에 앙상한 몸 거묵한 피부, 보랏빛이 감도는 입술 그게 내게 떠오르는 이미지이다. 그저 이미지만 알았지 그들의 겪는 통증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책 속에는 암 말기 환자가 겪는 통증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온다. 통증 때문에 삶을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오고, 그 통증 때문에 삼켜야 했던 진통제 부작용으로 괴롭다. 매일 '오늘은 똑바로 누워서 잘 수 있을까?' 생각할 정도로 그녀의 인생은 통증 때문에 견디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책의 글을 쓰기 위해 그녀는 무릎을 굽히고 몸을 조아렸다. 통증이 오는 등과 겨드랑이가 왼쪽임을 다행으로 여기며 오른쪽으로 펜을 잡고 써 내려갔다. 부디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은 암에 걸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득히 담아서 말이다. 




저자가 잠자는 머리맡에는 노란 라이언이 프린트된 비닐봉투가 있다.  그 깜찍한 봉투에는 귀여운 캐릭터 인형이 나올 법하지만 안에는 자신의 죽음과 관련한 유서, 수의, 영정사진 그리고 자신이 마비가 되어 의사소통을 제대로 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한 Yes-No 카드가 담겨 있다. 자신의 죽음이 자신의 소중한 사람에게 힘들지 않길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장례식에 오지 못할 사람을 위한 말도 잊지 않았다.  그중 마지막 구절을 계속 되뇌게 된다. 



나의 장례가 슬픔과 눈물이 아니라

앞으로 당신의 건강한 삶을 위해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각오와 유머로

가득 채워지길 바랍니다

<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책날개에 쓰인 편집자의 말을 보면 이 원고를 받았을 때가 지난해 12월 26일이었다고 한다. 이 책이 정말 얼마 안 걸려 나온 책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만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그녀의 상태를 알게끔 해주게 한다. 죽음을 가까이 둔 사람의 이야기를 보고 내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저자의 바람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의 하루를 비추는 빛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요즘 새벽녘에 깨고 있는 나, 이제는 그녀의 바람대로 좀 더 나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기로 한다. 내가 당장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가 지금  세상을 떠난다면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책을 덮고 나니 내 방 벽 한켠에 붙여 놓은 영화<8월의 크리스마스> 기념 엽서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고마워요. 당신의 글이 저의 하루를 바꿔 놓았어요.
나의 글도 당신 하루를 비추는 빛줄기 같은 것이기를
기대해도 될까요?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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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살고 싶은 시간
신민경 지음 / 책구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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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새벽녘에 일어나 이것저것 나의 할 일들을 하고 있다. 어쩌면 나의 미래를 위한 거라 생각하며 이불을 박차고 책상 앞에 앉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누군가는 그 시간, 생애 마지막일지도 하루를 통증과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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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 책구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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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작가는 왜 히말라야는 왜 갔을까? 히말라야를 가기까지, 그리고 여성으로서 사회에 자신이 겪었던 불합리한 면면을 이야기한다.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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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백운희 지음 / 책구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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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광고대행사 인턴 시절 카피라이터 수업이 새삼 떠올랐다. 맨 처음 수업으로 기억하는데 뭔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붙었을 때 뭔가 기가 막힌 느낌이 난다는 사실! 그런데 이 책의 제목에 나온 두 단어 '엄마', '히말라야'는 적어도 내게 그런 느낌이었다. 두 단어가 붙었을 때 굉장히 생경하다. 왜 그런 느낌이 들어야 하는 걸까? 나 역시도 당장 서울에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1박2일 것도 첫날 오후부터 다음날 점심까지 일정을 만들기 위해 나는 남편에게 꽤 정성을 다해(?) 부탁을 하고 협상의 카드를 건네야 한다. 가끔은 '나는 왜?'라는 억울함이 울컥 치솟기도 하지만, 남편 역시 쉽사리 친구와 약속을 안 잡는 것 약속을 잡더라도 꽤 내 눈치를 본다는 점으로 위안을 삼아야 하나... 그럼에도 나는 늘 뭔가 모를 억울함이 내 마음속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엄마, 히말라야는 왜 가?> 이 책의 제목만 봤을 때 그저 '엄마가 자신을 찾아 떠난 히말라야 트래킹 도전기'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단순한 여행 에세이가 아님을 느꼈다. 엄마인 저자가 히말라야를 떠나기 위한 과정 속에서 가정과 사회에 여러 면면들과 부딪히는 장면들 그리고 이 세상의 여자로서 엄마가 되어서 겪었던 불합리했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그녀의 항변하는 모습에 나를 돌이켜 보게 되었다. 나는 아내가 되면서 엄마가 되면서 사회가 좋아하는 모범 답안에 나를 맞추려고 했었구나. 맞지 않는 옷에 몸이 불편하듯 맞지 않는 역할에 나를 숨기려니 자꾸 가슴이 답답해졌나 싶었다. 엄마, 아내 사이를 비집고 그 사이에서 나를 찾겠다고 쭈뼛쭈뼛 고개를 내미려는 것이 내 모습이라면, 작가는 당당히 자신을 드러내놓고 현 사회가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이라면, 히말라야를 다녀오고 판이하게 달라진 개인의 일상이라거나 개인의 위치를 기대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 저자에게는 그러한 큰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눈물이 흘러내렸다. 책 표지에 히말라야인 듯한 산을 향해 우두커니 혼자 서 있는 사람이 저자라면, 그 옆에 함께 서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가 이 책을 쓴 이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나를 일깨워준 책이기도 하지만 이 책은 네팔 히말라야 트래킹 여행기 부분도 참 좋았다. 언젠가 내 체력을 키워서 나도 꼭 홀로 등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로 해외 트래킹은 언감생심이지만 그저 꿈꾸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하다니 여행은 정말 묘하다. 늘 메이드 인 네팔 짚모자를 사는 것을 좋아했는데 ㅎㅎ가기 전부터 물욕이 이렇게 솟구쳐 오른다. '랑탕' 저자가 표현하실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한 이에게만 고유의 매력을 보여주는, 자연의 섭리를 체득할 수 있는 곳이라고 했는데 눈으로 직접 꼭 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 전 친정 부모님 왔을 때 각자의 남편의 흉을 봤던 것이 생각났다. 엄마는 우리 집 와서도 밥해주는 아빠가 같은 연배 남성들 보다 집안일을 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권위적이며 집안일을 나 몰라 한다는 불만과 나 역시도 육아를 할 때 자신의 일이 아닌 마냥 임하는 남편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때 엄마에게 내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 엄마, 아빠랑 오빠가 잘못한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이 남자들을 그렇게 하도록 한 거야. 그러니까 애들 때부터 그러지 않도록 잘 가르쳐야겠어." 아들들에게 공평한 세상을 가르치는 일부터 나는 시작해야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내가 바껴야 할 세상을 향해 실천하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내가 접은 페이지

p.41

사회는 나의 같은 소위 경력단절 여성이나 전업주부를 향해 '소비만 있고 생산은 없는 삶'이라고 규정했다. 나름 이해할 거라고 여겼던 주변 사람들도 사직한 나를 위로한답시고 "일 안하고 남편 카드로 살아서 편하겠다."말을 툭툭 내던졌다. 동네 단골 목욕탕에서 때를 밀어 드리며 안면을 튼 할머니들조차 "아기 엄마는 집에서 노느냐?"거 물었다.

p.56

세계적인 오지 탐험가 텔만은 랑탕을 " 세계에서 가장 깊고 아름다운 계곡" 이라고 평했다. 나는 자연의 위대함에 순응하는 이들에게만 고유의 매력을 보여주는, 자연의 섭리를 체득할 수 있는 곳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p.116

월경통이 심한 것을 굳이 감추지는 않았지만 어디까지나 극복해야 할 문제로 여겼지 타협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p.138

여성이라는 성별은 삶의 궤적에 영향을 미쳤다. 김현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국적, 인종 , 성별과 같이 본인의 의지와 선택이 아니라 우연하고 부수적으로 주어지는 것은 누군가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핵심요소가 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여성으로서 정체성은 성별이 아니고 '체화된 속성'이라고 말이다. 시몬드 보부아르는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p.141

젠더 감수성과 다양성에 취약한 언론 환경은 복잡하고 파편화된 사회와 시대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채 오히려 성차별적이고 여성 혐오적 시각을 담아내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커버링의 압력에 놓인다. 사회가 정한 틀과 기대에 녹아들며 주류에 동화되기를 가요받는 것이다. 여성이라고 대놓고 차별하진 않더라도 여성의 몸이 가진 특별한 상황, 생리나 임신, 출산 등을 티 내지 말 것을 명시적이고 암묵적으로 요구받는 상황이 대표적이다.

p.144

애나 잘 키우면서 애만 키우면 안 되는 일이 가능하기나 하단 말인가. 엄마에게 들이미는 사회의 잣대는 가혹하고 이중적이었다. 엄마 외의 정체성을 내세울라치면 엄마 자격이 없는 것으로 취급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p.181

한국 여성의 노동 생애에서 나타나는 장기간 경력단절은 특수하다. 주요 선진국에선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 배경에는 성별 임금 격차, 미비한 돌봄 정책, 양육하기 힘든 노동 환경 등이 복합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p.250

히말라야는 '바람 길'이었다. 구석에 웅크리고 숨으려고 들면 자꾸 바깥 공기를 불어 넣으면 세상과 이어주는 통로였다. 그렇게 스쳐 지났다가 또다시 찾아든다. 바람은 이제는 나처럼 가벼워져도 된다고. 앞으로 마주할지 모를 상념들도 한들한들 가벼이 삶을 지나칠 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다시 히말라야를 찾아올 때는 젊어진 무게도, 남길 흔적도 바람처럼 가져가라는 당부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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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 지금은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
이화자 지음 / 책구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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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해외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것이 내 해외여행의 처음이었다. 그때도 강렬했지만 내 기억 속 제일 오래도록 강렬했던 여행은 24살 인턴을 하다 어렵사리 하루 휴가를 쓰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 홀로 떠났던 홍콩 여행이었다.  누군가 의지할 사람 없이 홀로 떠났던 여행이었던 탓에 그때 만난 사람이며 홍콩의 낯선 거리를 여기저기 누비며 다니며 보았던 것이 내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명품으로 쇼윈도가 화려한 홍콩 밤거리보다 쿰쿰한 냄새가 나지만 활기가 넘치는 홍콩 시장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던 가족여행


12년이 지난 지금 나는 4살, 6살 에너지가 늘 충만한 두 아들의 엄마로서 살고 있다.  여행의 기준이란 것이 예전과 달라졌다. 예전에는 맛난 거 먹으며 여기저기 구경 다니길 좋아했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아이들 위주인 것이다.  매년 그래도 아이들과 해외라도 한 번 나가는 것이 힘든 육아 시간을 버틸 수 있는 큰  낙이었는데  특가 숙소나 티켓을 알아보는 기쁨은 저 멀리~코로나19로 그 즐거움마저 사라진지 오래이다. 해외여행은 갈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을 수 없는 노릇이었다. 무엇보다 집에만 있기에는 우리 아들들의 활동성이 엄청났다.  층간 소음으로 인한 연락을 나는 받을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되었는데 두 아들 엄마가 되고 나니 듣게 되었다. 것도 꽤 자주 말이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대책은 특단의 조치는 주말이면 지금 사는 대전 근교로 떠나는 것이었다. 


어? 이렇게 우리나라가 좋았던가! 


  5년 전 터전을 대전으로 옮기고 나서 좋은 점을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좋은 점은 위치이다. 서울 수도권도 가깝고 여러 지역들을 가는데 만만하다는 것이다. 충청도 지역은 물론이고 전라도도 가깝고 통영 고속도로도 뚫려 남해까지 만만하다.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달라진 여행 기준으로 아이들이 놀만한 공원, 놀이터가 있는 곳 (오죽했으면 제주도 돌아가는 길 공항 가는 길목에서 놀이터를 찾았을까?) 그리고 유모차가 다니기 좋은 산책길,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가 있는 식당 이것들이 갖추어진 곳으로 여행지는 찾게 되었다. 여기에다 내가 좋아하는 지역 동네 책방까지 있으면 금상첨화인 것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어 달라 해서 자제하면서도 우리는 올해만 우리나라 제주도, 부여, 여수, 전주, 거제도, 장수, 속리산, 하동,  보령, 태안 등 10군데 가까이를 다니게 되었다. 그런데 나의 만족 기준이 낮아진 탓일까? 아니면 우리나라가 좋아진 것일까? 여행을 다니면서 남편과 나누었던 대화는 한결같았다. "우리나라 살기 좋은 나라!" 국뽕에 취한 것이 아니요. 정말 국내 여행 곳곳을 다니면서 나는 우리나라에 빠지는 듯했다.  그러다가 좀 더 여행다운 여행을 하고 싶어 책을 찾다가 발견한 보물 같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이다. 




여행만렙이 전하는 숨은 국내 여행지


이 책의 저자인 이화자 작가는 광고인 출신이다. 하지만 여행가가 요즘 소위 말하는 부캐인 듯 정말 많은 곳을 다녔다. 말이 100여 개 국가이지, 정말 내가 아는 나라도 100개가 되지 않을 텐데, 그런 이력만큼 여행 관련 에세이를 많이 썼다. 해외 곳곳을 누비며 그곳의 숨은 매력을 전했던 작가가 쓴 이번 여행 에세이 목적지는 국내이다. '해외 100여 개 국가를 누비던 여행가를 만족시킨 여행지'라니 뭔가 국내 여행지지만 꽤 매력적일 거 같다.  책에 들어가기에 앞서 '언택트시대 여행처방전, 이런 분들께 권해드립니다' 란 문구에 눈길이 간다.  체크리스트같이 표기된 내용에 "걷기를 좋아하지만 내내 걷는 거 딱 질색이다.  중간에 멋진 카페나 박물관, 미술관 한두 개 들르는 걸 좋아한다. " 음 완전 공감 나에게 딱 해당하는 말이라 주저 않고 책장을 넘기게 된다. 어떤 여행지를 꼽은 걸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다녀온 곳은 있을까? 기대감도 들면서 말이다. 우아, 정말 목차에 나온 지역을 갔어도 안 간 곳이 거의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더욱 기대에 찼다. 이렇게 숨겨진 곳이 많다니! 하면서 말이다.




꼭 가고픈 신안 섬티아고, 인제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숲 


책에 나온 곳을 당장 떠날 수 없지만 여행으로 떠날 생각하고 읽으니 더욱 재밌게 봐졌다. 서른 살에 꼭 가보고팠던 산티아고 길,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그런 느낌의 12km 12사도 순례자 길이 있다는 것이다. 이름하여 섬티아고! ^^  이런 곳이 있다니~ 설치 미술 작가들이 각 섬에 있는 재료들로 예배당을 지었다는 점에 더욱 매료되었다. 성경 속에 이름만 접했던 사도들의 뜻을 더욱 되새기며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낳고도 걷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낳은 후에는 더더욱 혼자 걷는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두 아이를 2살 터울로 낳은 탓에 한동안은 내 허리에 아기띠를 떼고 혼자 자유롭게 걷던 날을 얼마나 기다리고 꿈꿨었는지 모른다. 지금은 유모차 없이 온전히 걷기를 바라지만 유모차를 끄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 그런데 인제 곰배령이나 원대리 자작나무 숲 내용이 나오는 부분을 보니 혼자서 성큼성큼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내용이 나온 제목처럼 초록 자연, 흰 자작나무 숲길을 걸으며 온몸이 정화되는 기분이 들려나?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만 해도 설렘에 젖는다. 




동네부터 굽이굽이 살피며 일상을 여행자 시선으로


책을 읽으며 나 또한 이렇게 저자와 같은 장소를 가서도 이렇게 느낄 수 있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어떤 곳을 가는 것보다 그곳을 가는 여행자의 마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책 마지막 노들섬을 다룬 내용에서 자신이 동네 산책하면서 찍은 여행 사진에 자신이 사는 동네에도 이렇게 멋진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댓글에 "찾아보면 당신 동네에도 분명 여기만큼 어쩌면 여기보다 훨씬 훨씬 덧 멋진 곳이 있을 거라고." 대답했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사람은 평소 자신이 하던 행동반경에서 조금만 변화를 줘도 다른 곳을 간 것만큼 큰 자극을 느낀다고 하던데... 오늘 문뜩 우리 집 가보지 않았던 뒷산 산책로를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샘솟는다. 일상을 여행자의 시선으로~ 이 책 부제처럼 지금 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할 시간을 가져야겠다. 내 소중한 가족들과 함께 때때로 나와 함께...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요즘은 어쩌면 좋을까요?
답은 지금 할 수 있는 것에서 최대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겁ㄴ디ㅏ.

물리적 환경과 일상에 작은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
여행이 주는 희열과 같은 ‘탐험 효과‘를 누려보는 것이지요.
삶을 멈출 수 없을 듯이 여행 또한 그러하기에
지금 있는 여기에서 행복해질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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