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대니얼 코일 지음, 박지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동계 평창 올림픽이  폐막을 한지 한 달이 지나갔음에도 대한민국은 '여자 컬링팀' 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다. TV 광고며,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그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올림픽 전 무엇보다 쇼트트랙같이 우리나라 주 종목도 아니었고, 출전 성적부터 하위권으로 시작했기에 그녀들은 주목받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보란듯 세계 강호를 이겼고 은메달을 쾌거를 기록했다. 그런데 어,어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스토리다. 바로 영화 우. 생. 순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여자 핸드볼 팀 이야기와 매우 흡사하다.

컬링, 핸드볼 크게 다른 종목이지만,  두 스포츠의 공통점을 꼽자면 팀플레이로 경기가 진행된다는 점이다. 그저 두 대표 팀 모두 구성원들이 함께 열심히 노력한 결과, 합이 잘 맞았고, 그래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로 말하기에는 너무 뻔한 이야기다. 그런데 이러한 최고 팀들이 만들어지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어떠한 충분조건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증명해낸 한 권의 명쾌한 책을 만났다.

 

 

 바로 이 책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이다. 책 띠지에 나온 구글, 픽사, 미 특수부대는 각 분야에서 세계 1%로  손 꼽히는 팀들이다. 책을 펼치기 전부터 나는 머릿속에 하버드 출신, MBA 출신 등 각 우수한 인재들 집단 이야기로 치부하던 찰나, 저자 대니얼 코일은 프롤로그에서 재미난 실험 사례를 소개한다.  

유치원생들이 MBA 학생들을 이길 수 있었던 이유는?

경영대학원생부터 변호사, 공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유치원생까지 다양한 집단에 속한 사람들에게  스파게티, 테이프, 마시멜로 등을 이용해 탑을 쌓는 미션을 준다. 이 내용을 읽었을 때만 해도 '왜?'란 물음표가 떠나질 않았다. 당연히 나는 경영대학원생들이 잘 해낼 거라 생각이 들었다. 나 같은 생각을 일반적인 상식이라 보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역량이 뛰어난 개인들이 모이면 연마된 기술을 더 잘 결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유치원생 아이들이 경영대학원생보다 3배나 높은 탑을 쌓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똑똑하기 보다 더 영리하게 협동했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영리한 협동'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로 다뤄진다. 저자는 '우수한 집단에는 우수한 구성원이 있어서'란 생각은 단지 고정관념이라 본다. 그리고는 책 전반에 걸쳐 최고 성과를 이끌어낸 집단 문화를 만드는 3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그 전개되는 내용 속 집단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우며 또 각 원칙 내용 다음 '최고들의 행동 전략'을 제시해 실제로 적용해봄직하다 

point.1 리얼 가족 같은 느낌으로 주는 소속감!

나는 처음 직장이 대행사이었던 지라 구성원 수가 일반 대기업의 팀 인원수 정도였다. 그래서 다소 소박한 구성원 수에 면접을 본 대표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우리 회사는 구성원 모두 다 가족 같은 느낌이에요."
실제 내가 다녀 본 그 어느 곳도, 구성원 수만 가족 수였지, 절대 가족 같지 않았다. 가족에게 그리 매일 철야를 시키지 않지 않나? 가족 같은 느낌은 그저 대표의 바람일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실제 저자가 만나 본 뛰어난 성과를 내는 집단의 사람들은 대부분 한결같이 '가족'이라고 했다고 한다. 오죽 가족 같았으면 그들의 집단을 칭하는 말이 생겨날 정도일까? 구글의 '구글러', 픽사의 '픽사 리언'처럼 말이다. 

 

 

 지금은 보편화된 구글의 타깃 광고 엔진 소프트웨어 역시 그저,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의 회사 주방에 붙여둔 포스틱 한 장에 의해서 였다고 한다.
"이 엔진 형편없네"
당시 거대 자본 있는 기업들도 뛰어든 엄청난 프로젝트였기에 당시 스타트업이 구글은 전원을 투입 시켜도 모자랄 판이었다. 하지만 그 포스틱 한 장에 한 명의 개발자는 자발적으로 그 엔진을 손보기에 이르렀고, 결국 구글 영업 이익의 90퍼센트를 차지하게 만들었다. 자발적(?)이란 것이 한국 조직문화에서 가당키나 할까? 많이 개선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수직적이며, 책임 소재 가르기 바쁜 우리나라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자발성이 생겨나게 된 것은 매주 금요일 구글 직원이라면 모두 참여하는 포럼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아니었을까? 이런 분위기를 선망해서인지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 구글은 꿈의 직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구글러가 된 김태원 씨만 해도 내가 취업 당시 크게 유명 인사가 되어 대학생 특강에 단골손님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자발성을 살릴 수 있는 안전한 소속감을 주는 제2의 구글 같은 곳이 빨리 나오길!

point. 2 약점으로 맺는 너와 나의 연결 고리!

얼마 전 친구랑 전화 통화를 하면서 우리 둘은 유머 코드가 같다고 이야기했다. 바로 '자기 비하!' 자기 비하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자신을 낮추는 것 같지만 난 그만큼 나의 허점을 코믹스럽게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랬을 때 상대방이 나에 대한 경계심을 금방 풀며 한층 더 빨리 가까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이 책에서도 취약성이 단체 속 관계에 고리를 맺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야기한다.

 

또한 취약성을 공유하는 과정에서는 신호를 보내는 사람보다 받는 사람이 더욱 중요하다고. 취약성에 의해 만들어진 협동의 기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취약성을 숨기려 들지만, 정작 취약성을 드러내는
행동은 신뢰를 높이고 협동을 형성하는 통로가 된다.

이러한 내용의 사례로 빈라덴 사살로 유명한 미국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카우프만 훈련 이야기를 든다. 그의 훈련은 악명 높기로 유명한데, 특히 '지옥의 주간' 동안 여러 강도 높은 훈련 중 통나무 PT는 팀워크쌓기 대표적 훈련이라고 한다. 100킬로 넘는 통나무를  함께 움직이며 드는 동안 구성원의 취약성이 상호 교류와 어우러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이 사례를 읽으며 고교시절 자매결연 맺었던 해병대에 2박 3일 훈련을 받으러 갔던 기억이 났다. 그때 엄청 큰 고무보트를 여럿이서 머리에 이는 경험을 했는데, ㅠ정말이지 협동을 안 할래야 안 할 수 없었던 기억! 카우프만의 훈련법이 탁월하다고 느껴진다.  

point. 3 공동의 이정표를 세워줄 우리만의 스토리

마지막 회사였던 유아교육 회사에서 다니던 사주가 바뀐 적이 있었다. 그때 대표님이 함께 오신 경영기획 소속 부장님과 했던 일은 바로 회사의 비전 재정립이다. 그전까지는 그저 일본의 본사를 둔 한국 지점으로 매출이 그저 목표였는데, 비전 가장 비전을 세운다니, 회사가 있어 보였다. 비전을 정립하고 거기에 대해 팀별로 세미나까지 진행하였었는데, 딱 거기까지였다. 하지만 책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왜 그 비전이 멈춰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럴싸해 보인 비전은 직원들이 체감하기 어려웠고 마치 뜬구름 같았던 것이다.  그저 일부 사람들의 이상향에 불과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미국 대표 헬스케어 회사 존슨앤드존슨은 달랐다. 아니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나와 같이 느꼈는지 몰랐지만 적어도 조직을 이끄는 이는 달랐다. 비전에 해당하는 '크레도(credo)'에 관해 중요성을 인식했고 그것을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고 관심을 많이 가졌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조직의 위기가 왔을 때 흔들리지 않고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1982년 타이레놀 전량 리콜 사태는 '크레도'에 의한 큰 결정이었고, 또한 그러한 행동은 스토리가 되어 전 세계의 직원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스토리'에 대한 중요성을 신경학적 진실로 이 책은 밝히고 있다.

더 깊은 신경학적 진실은 스토리가 현실을 숨기지 않고 창조하며, 인지와 동기의 물결을 촉발한다는 데 있다.(중략)
스토리는 그냥 이야기가 아니며, 행동을 촉진하는 정신 모델을 제공하는 데 특화된 최고의 발명품이다.

 

최고의 팀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세 가지 포인트를 아주 풍성한 기업 사례, 전문가 인터뷰, 과학적 증거 등을 제시하며 이야기하고 있어 내세운 포인트들이 충분히 납득이 간다. 뿐만 아니라 에필로그에서는 저자 자신이 이 책을 쓰고 난 후 자신의 아이가 속한 글쓰기 교실에서 달라진 태도로 임했을 때 체감했던 경험까지 적어 더욱  와닿았다.  당장 하나의 큰 조직을 맡고 있는 임원부터, 팀을 맡고 있는 팀장도 해당되겠지만 저자처럼 가정, 자신이 속한 클럽, 단체 등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에필로그 제목대로 최고의 팀은 절대 구성원이 아니다. 만들어지는 것이다.  

 

 

  

 

 

 

집단 문화는 지구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 중 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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