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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바캉스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3
심보영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평점 :
여행을 떠날 때 무엇을 중요시 여기는가에 따라서 여행 스타일이 갈리는 거 같다. 나는 무엇보다 여행지에서 먹는 것을 중시하는 편, 아~ 태국 가고 싶어!는 태국의 명소보다 태국 음식이 당기는 것이요. 바다에 가고 싶어~ 하면 해물칼국수나 물회가 생각나는 것이다. 그렇게 맛난 여행을 좋아하는 나의 취향 저격 그림책을 만났으니 바로 <식당 바캉스>이다. 어랏 그런데 어디서 봤던 그림체, 익숙한 고양이의 등장! 예전에 내가 봤던 <대단한 수염>의 저자 심보영 작가님의 그림책이었다! 왠지 더 반가운 느낌을 가득 안고 그림책을 펼쳤다.

어린 시절 봤던 개그 프로그램의 '웅이 아버지'라 불리던 개그맨 분장이랑 똑같이 했나? 그림책 속 표지 속 넥타이 맨 아저씨의 동그란 거뭇거뭇 수염이 인상 깊다. 한 가정의 가장인지 아내와 아이로 보이는 이들에게 손을 흔들고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듯하다.
늘 같은 일상 속에 생각지 못한 일을 받아 맞이하게 되는데, 사장님으로 보이는 고양이에게 자신을 대신해 어디를 다녀오라고 한다. 티켓을 받자 갑자기 환복한 주인공! 옷만 바꿔 입었을 뿐이데 발랄해졌다. 나에게도 이렇게 어디 티켓 주면서 다녀오라고 할 사람 어디 없나요??
나도 온천 여행 참 좋아하는데 어묵 온탕이라니~~ ㅎㅎ 그림책 속 깨알 대사들 너무나 웃겼다. "꽃게 씨 덕분에 향이 좋네요." " 허허, 뭘요." 역시 쌓인 피곤 푸는 데 온천 여행만한 것이 있을까?

이제는 일정이 끝나고 달달한 꿀잠을 잘 시간, 식당 바캉스는 이마저도 마음에 드는 침대를 고를 수 있다. 그런데 여행 가서 바로 자면 섭섭하지요~ 주인공은 옛날 손 짜장집에서 추억의 맛을 흡입한다. '짜장면'은 정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추억의 음식이 돼주는 듯하다. 입과 수염 부근에 짜장을 잔뜩 묻힐 만큼 맛있는 먹부림을 한 우리의 주인공! 할머니가 닦아주니 어린아이로 돌아간다.
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는 단순히 끼니를 해결하는 그 이상이라 생각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을 자극하는 음식을 먹고 있노라면 우리는 그 음식을 먹었던 때, 장소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이보다 의미 있고 값진 여행이 어디 있을까? 오랫동안 식당 바캉스를 열었다는 작가의 어머니, 그래서 지치고 힘들 때면 훌쩍 날아가곤 했다고 한다. 나 역시도 몸이 지치고 마음이 허하면 생각나는 게 집밥인듯하다. ㅎㅎ 그러나 이것은 비단 나의 감정은 아닌 듯, 오죽하면 '어머니의 된장국'이란 노래도 있지 않나? ^^ 나 역시도 아이들에게 식당 바캉스를 떠날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었으면... 이 그림책 한 권으로 추억에도 젖고 바람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