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어떠한 것도 이름 없는 것이 없다 <풀친구>

풀친구 - 제2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ㅣ 웅진 모두의 그림책 22
사이다 지음 / 웅진주니어 / 2019년 7월

  몇 해 동안 그림책을 아이와 함께 혹은 혼자 보면서 감동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가끔은 감동 이상으로 다가올 때 있다. 평소 내가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을 일깨워 줄 때이다. 정진호 작가 <위를 봐요>가 딱 그랬었는데 이번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풀 친구>도 그랬다.

  다 똑같은 푸른색의 풀이겠거니 하지만 색깔도 모양도 다른 잔디들이다. 어쩌면 은유적으로 우리의 사람의 모습들을 나타낸 것일까?

  기분 좋은 바람이 불면 잔디의 친구들이 등장한다. 그야말로 제목 그대로 풀 친구이다. 자주 보는 친구들이어서 그런가 내 눈에 익숙하다. 하지만 토끼풀 말고 내가 이름이랑 매칭 시킬 수 있는 풀이 없다. 이렇게 이쁘게 한들 거리고 있었을 텐데, 그 풀들에게 못내 미안한 기분이 든다.

 어김없이 덥수룩해지면 나타나서 이발해지는 친구, 풀 친구들이 잘려 날아간다. 잔디 친구들의 표정이 좋지 않다.  똑같이.. 똑같이.. 똑같이 잘라진 잔디들, 이 모습 역시도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잔디를 깎는 사람은 어쩌면 우리를 일괄적으로 만들어 버리는 사회인 것일까? 무엇일까?

 머리를 잘라주는 친구가 준 주스를 먹고 잠들었더니 잔디의 친구들이 사라졌다.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 와 함께 나오는 골프장 풍경~그리고 맨 뒤 잔디밭, 민들레 홀씨가 날리는 풍경들 아무 말이 적혀져 있지 않아서 더 큰 여운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