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bonpon 지음, 이민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청소년기에 내가 꿈꾸던 사랑이란, '노부부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 가는 거야'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뭔가 드라마 영화 속 주인공의 뜨거운 사랑보단도 그런 사랑이 내 기준으로 멋지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지금 한 사람과 연애와 결혼을 도합 10년을 넘게 하고 보니 노부부의 모습은 또 다르게 보여진다. 그저 사랑하는 마음 그 이상으로 대단하게 보인다. 그들이 나이에

이르기까지 겪었을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 말이다.

  일본 인스타 인싸로 유명한 노부부 bon(할아버지)과 pon(할머니)의 사진만 접했을 때 그저 옷을 이쁘게 잘 갖춰 입으신 노부부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게 온 <아직 즐거운 날이 잔뜩 남았습니다> 란 그분들의 책 속에서 옷만큼 삶 역시 심플하고 모던함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bon과 pon은 우리 같이 대학생 시절에 연인으로 만나 부부의 연까지 닿았다는 말에 더욱 이입해 볼 수 있었다. bon의 직장이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탓에 야근이 잦았고 게다가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책 속에 주된 내용은 bon과 pon이 오래 살던 터전을 벗어나 새로운 터전에서 세컨드 라이프를 준비해 가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던 오래된 집을 벗어나면서 묵은 짐

들을 정리하면서 그것들을 자식들에게 짐으로 다시 남기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pon의 모습을 보니 천상 우리네 엄마였다.  나 역시도 마음 속으로 '심플 이프'를 추구하면서 정작 읽었던 책 한 권 제대로 버리지 못하는 모습인데, 그들이 집을 비워 나가는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이 되었다.

 

립스틱과 천연 자외선 차단제 외에는 별도의 화장품을 쓰지 않는다는 점과 염색을 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인상 깊었다. 애용하는 립스틱 브랜드에 우리나라 브랜드가 있어서 깜놀! 3 a.c.e 라고 나도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옷 역시 비싼 옷을 사 입는 것이 아니라 가격을 정해 놓고 인터넷을 통해  중고로 많이 사입으셨다. 남편이랑 딱히 커플 옷이라고는 대학생 시절

커플티셔츠 결혼하고서는 같은 브랜드 등산복 티셔츠 사는 정도였는데, bon과 pon을 보니 한번 커플옷으로 맞춰 입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커플 코디하는 팁이 사진으로 나오는데 나이드신 두 분인데도 굉장히 귀여운 느낌이다.

그리고 보면 옷들이 특별하다기 보다는 베이직 기본 클래식에 가까운 옷들인

데 그러한 옷을 두 분이 맞춰 입으시느 더욱 유니크해보이는 듯 하다. 커플 코디에 가장 기본으로 아이템 맞추기라는데, 나도 한번 꼭 집에 있는 아이템을 활용해 도전해봐야지!

 

무엇보다 부부에 관한 이야기를 물을 때 가장 와닿았던 pon의 답변이 있었다.

  "늘 함께 다니는 것도 아니고, 대화도 적어요. 다만, 수십 년을 함께하다

보니 서로의 존재가 자연스러워졌다고 할까요. 여전히 서로를 좋아하고, 성

격도 잘 맞는 것 같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 날은 생각해 보면 늘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있었고, 그것이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았을 때 기분이 상해 그것을 표현하면서 발생하게 되는 듯 하다. 하지만 이처럼 서로를 좋아하고 잘 맞는다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싸울 일도 별로 없을 듯 하다. 자연스러운 이 부부의 모습을 닮고 싶다. 서로 함께 걷고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

하면서 말이다. 이 부부의 모습을 통해 함께 나이드는 것은 즐거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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