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남자에 비해 여자는 자신의 나이가 중년이 되었을 때 체감이 클 수 밖에 없다. 책 속의 저자 역시 본의  폐경을 빨리 맞이하게 되었다. 저자는 덤덤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 달리 많은 것이 달라진 자신의 현실을 맞이하게 된다. 육체적인 것은 물론이요. 마음 역시 생기가 돌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이런 책 속의 그녀를 봤을 때 나는 대학생 시절 엄마가 떠올랐다. 나는 당시 어학연수로 중국에 가 있었고, 언니는 호주에 워킹홀리데이로 가 있던 상태였다. 늘 우리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엄마였지만 그때는 왜그런지 "엄마는 우울하단다"라고 말했다. 언니가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고된 노동에 손가락이 펴지지 않는 다는 말을 하자 더이상 그러한 우울한 이야기를 안해줬음 한다고 했다. 엄마 나이 52살이었다. 폐경을 맞이했던 것이다.  그때 나는 한참 대학생 내 젊음에 취해 있었던 거 같다. 그런 나머지 엄마의 슬픔을 살피지 못했다. 지금 그 때로 돌아간다면 이러한 책 한 권이라도 읽고 건네며 엄마의 마음을 헤아리고 싶다.

 

  폐경을 하게 되어 홀가분하다고 여겼던 저자가 실제로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 작가 답게 그년는 병상에서 중년에 관한 책을 펼쳤다. 중년을 애매모한 문제로 치부하고 혹은 유머러스하게 다룬 책들을 펼치며 그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특히나 나이 듦에 대해 해결책인 마냥 모든 책에 표현된 나온 사기 진작은 그것 밖에 할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 답답함을 표하게 했다.

 

"중년이라는 폭풍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꿋꿋하고 힘차게
원투 펀치를 날려서 다가오는 문제를 쳐내는 적극적인 자세 외에
달리 아무런 방법도 없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주장은 혼란스러운 중년의 삶을 12단계의 프로그램으로
말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주장만큼이나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

 

  중년에 관해 답답한 소리를 하는 책을 던지고 저자는 자신답게 중년을 맞아 들이기로 했다. 먼저 자신의 신체가 맞이한 중년에 대해 받아 들이기로 한다. 자신이 폐경 이후 겪고 있는 식은땀, 불면증, 전신 피로감 등 증상에 의사가 처방해 준 에스트로겐에 대해 알아 보고, 나중에는 그 대체 요법까지 알기에 이른다.  그리고 저자는 책을 통해 진짜 중년 여자 모습을 받아 들이게 된다. 소설 <트와이라이트 슬립> 속 주인공 폴린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하고 그녀는 어느새 이입이 되어 있었다.

"단지 폴린이 인생의 전성기를 지나보내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 가려져 빛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위기에 맞닥뜨렸다고 느끼는 중년이라면 누구나 나와 비슷한 생각이리라. "

 

  노년기의 아버지, 엄마의 모습 그리고 죽음 앞에선 친구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 역시 언젠가 맞이하게 될 모습을 준비한다. 그리고 주변에 50살이 되던 해 저자의 지인들은 순례 여행이며 자신을 떠나 다시 여행을 떠났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여행이 가장 적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저 자기계발서에 처럼 새로운 탄생이 아닌 자신의 색다른 부분들의 통합, 오래된 것의 배치, 눈에 보이지 않는 혁명과 같은 재탄생을 원했다.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바라는 것이 없어지자 인생이 가벼워졌다는 저자를 바라보며 나의 인생도 저러했음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년을 맞이하는 한 여성 작가의 이야기이지만, 이 책은 꼭 중년이 아닌 나에게도 큰 와닿음이 있었다.  'Memento Mori(죽음을 기억하라)'는 말도 있듯 인생에 나이듦 역시 늘 기억하고 살아간다면 좀 더 잘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시간의 힘을 물리치고 노화를 늦추고 막으려는 대신 나 역시 내 자신을 좀 더 살피고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중년에 이르러 좀 더 가벼워진 내 자신을 맞이하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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