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오구니 시로 지음, 김윤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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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란 단어가 주는 어감마저 두렵다. 언젠가 엄마 역할이 주인공이 치매에 걸려 자식을 못 알아보는 장면을 보며 오열한 기억이 있다. 엄마가 우스갯소리로 큰이모와 통화한 일화를 옮기며 "이모도 치매가 왔나~"라고 했지만도, 혹시나, 그러면 어쩌나 싶어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것은 비단 나만의 이야기 아닐 것이다. 우리 사회 역시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나답게 늙고 싶지만도 혹여나 하는 생각에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저자도 상황은 나와 비슷했다. 그 역시도 치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었고, 고 치매라고 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아주 부정적이 것들이었다고 고백한다.

 

"좀 더 솔직하게 고백하면,치매 환자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약간 위험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조차 있었다"

 

  우리나라보다 선진화된 일본 사람 것도 일본 NHK 방송 PD의 생각이다. 다분히 일반적이라고 본다. 그의 생각은 이 책의 제목이자 프로젝트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을 열게 동기가 되어 준  치매 전문 간병인 와다 씨를 만나면서 달라진다. 그는 치매 요양 시설을 운영하면서 절대 환자들을 시설에 가둔다거나 묶어 놓는 듯한 행동을 제한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각자가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 그가 말하는 치매 환자에 대한 정의는 오히려 명쾌했고 와닿았다.
 
"와다 씨는 치매를 벌레가 달라붙어 있는 것에 비유한다. 사람에게 치매란 벌레가 달라있는 것일 뿐,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은 변함이 없다. 거기에서 시작하라고"
 
  와다 씨를 만나고서 NHK 방송 PD답게 머릿속에 재치 있는 아이디어로 기획하게 된 치매 노인분들이 꾸리는 식당 이야기가 바로 책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의 이야기이다. 이 식당에 직접 매장 서버로 참여했던 노인분들의 후기부터, 그런 노인분들을 지원했던 서포터들, 그리고 식당에 손님으로 왔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식당의 주역들이시기도 한 치매 환자분들이 직접 이야기를 썼기 보다 그분들에 대해 아는 서포터들이 그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옮겼는데, 하나같이 자신에 일생을 허투루 산 분들 없었다. 자신의 인생에 열정을 받쳤고, 그랬기 때문에 치매 환자가 되어서도 분명 자기 자신으로 있고 싶어 하는 소신이 강하게 느껴졌다. 한 분의 할머니 에피소드를 보고 눈시울이 붉혀지기도 했다.
 
"봉투 안에 들어있는 돈이 자신이 오랜만에 일을 해서 번 대가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던 모양이다. 내가 일해서 번 돈으로 맛있는 과자와 읽을거리를 살 수 있다는 그 사실이 그녀에게는 너무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

 

  스텝들이 치매환자들을 지원하는 모습은 마치 아이 다루는 모습 같았다 해야 할까? 배고파서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노인분들에게 재빨리 삼각김밥과 샌드위치를 제공하는 모습이며 여러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나 역시도 치매 환자분은 아니고 사회복지원에 운영하는 지적장애인분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간 경험이 있는데 그분들이 내가 주문한 커피를 그 어떤 바리스타 보다 성의껏 해주시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생각나기도 했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비단 치매 환자분들에 대해 다루어지고 있지만  넓게는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과 더불어 사는 법에 대해 생각해 보게 했다. 일본 영화 <카모메 식당>, <달팽이 식당> 만큼 음식으로 온정을 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 모두 따스한 온기를 가득히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이다.

  내일^^ KBS 스페셜에서 <주문을 잊은 요리점>으로 방송까지 한다니 본방사수해야겠다. 게다가 방송 프로젝트 일환으로 내가 좋아하는 이연복 셰프가 직접 한국 버전으로 송은이와 함께 우리나라 버전으로도 열었다니 기대가 된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 같은 행복한 프로젝트가 많이 생겨나길 바란다. 그리고 나부터가 사람에 대한 관용의 폭을 더 넓혀야겠다고 가슴 깊이 되새겨 본다.

 

 

★​8월 9일(목) 밤 11시  KBS 1TV KBS스페셜 '주문을 잊은 음식점' 관련 기사 링크
http://www.tvreport.co.kr/?c=news&m=newsview&idx=1073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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