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일할 것인가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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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잊을 만하면 다루는 소재가 무엇이 있을까? '기억 상실증', '이복남매', '남편의 불륜' 등 여러 소재가 있지만 매년 나온다고 해도 무방할 소재가 있으니 바로 병원 속 이야기이다. 오죽하면 '메디컬 드라마'라고 드라마의 장르까지 생겨나게 된 정도이니까. 그리고 얼마전 시즌 14가 끝이 난 인기 미드 <그레이스 아토미> 역시 그 배경이 병원이다.  <ER>을 비롯한 인기 미드에서도 범죄수사 장르만큼 인기 장르가 메디컬 드라마이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병원 이야기에 열광할 것일까? 아무래도 의사들의 생명을 다투는 상황 속에 일어나는 여러 이야기들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고 일반 사람들이 해보지 못한 직업에 대한 동경 같은 것이 아닐까? 
책 <어떻게 일할 것인가>를 읽으면 드라마와는 비교할 수 없게 더욱 긴박한 의료 현장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리고 그곳에서의 의사들의 고군분투기가 전해진다. 외과의사인 저자는 그 고군분투 속에서 자신의 일로서 성공을 위한 책임, 태도에 대해 묻고 답하며 성찰하고 있다. 
  저자 아툴 가와디의  전작 <어떻게 죽을 것인가>이 인간으로서 숭고한 죽음을 통해 생각해 보게 했다면  이번 <어떻게 일할 것인가>는 비단 의사가 아니어도 어떤 일이든지 그 일을 대하는 최선의 태도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그는 의료계만이 아니라 위험과 책임이 따르는 그 어떤 시도든 성공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 세 가지로 성실한 자세, 올바른 실천, 새롭게 생각하는 자세로 꼽으며 그 요소를 자신이 경험했던 의료 현장의 경험을 통해 검토해 간다. 그러면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의사의 파산, 사형장에 간 의사, 제왕절개 득세한 까닭' 등 현대 시대에서도 의료 쟁점이 되고 있는 이슈들이라 더욱 눈이 갔다.

 

일의 성공을 위한 요소 1. 성실함
제대로 된 의료란 까다로운 진단을 내리는 것이라기보다 모두가 손 씻기를 확실히 실천하는 것에 더 가깝다.


저자가 일의 성공 요소를 제일 처음 '성실함'은 어쩌면 너무 진부한 이야기라 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왜인지 의료 종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로 내게 느껴졌다. '의사'하고 떠올려지는 일이라면 '프로페셔널'이라던가 뭔가 묵묵히 꾸준히 하는 '성실함'이랑은 거리가 느껴졌다. 그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인가, 저자는 '성실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성실함의 미덕을 과소평가한다. 아마도 '성실'이라는 단어가 주는 재미없는 느낌 때문일 것이다. 이 말에는 뜻한 바를 이루고자 부단히 노력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중략) 성실성은 일과 인간 행동에 대해 높은, 어쩌면 불가능해 보이는 기대치를 설정한다."

 부단히 의사와 간호사들이 꼭 해야 하는 손 씻기부터 20년 넘게 공들여 노력해 온 소아마비 소탕, 그리고 눈부시게 감소한 부상자 사망률은 정말 '성실함'으로서만 이야기가 되는 것이었다. 의사들의 성실함을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기대치를 설정하고 그것을 결국 이겨내어 오늘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맞췄던 필수 접종 중 폴리오 접종이 소아마비 접종인 줄도 몰랐다. 특히 저자가 소아마비 전염을 예방하기 위해 찾은 인도 현장의 모습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도 보기 안타까웠다.  요즘 같은 초고속 인터넷 시대에 가가호호 방문을 하며 예방주사를 독려하는 모습이 효율을 따지면 말도 안 될 일이지만 그랬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소아마비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도보다도 더 열악한 곳의 나라에서도 이러한 성실한 자세로 임한 의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다행인지 2017년 기준으로 신규 소아마비 환자는 22명이었다고 한다.

수많은 전쟁 참전하는 미국이 부상병의 사망률을 낮추는 것도 엄청난 기술의 무기 덕분이 아니었다. 그저 방탄조끼를 입으라고 부단히 독려했고, 의료진들이 몇 날 며칠을 밤새워 치료를 하면서도 치료 결과를 일지에 꼼꼼하게 기록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일을 할 때도 혹은 개인적인 일을 할 때도 잡은 목표, 그 결과만을 보고 하다가도, 그저 멈추어 버렸던 적이 내 인생에서 많았던 거 같다. 무엇인가를 함에 있어 부단히, 끊임없이, 이러한 책 속 의사들의 이야기처럼 '성실'의 자세가 그 어떠한 능력보다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잘 배울 수 있었다.

일의 성공을 위한 요소 2. 올바름
의료계의 규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사회의 법도 마찬가지다. 전문가 다운 행동과 준법 행동, 윤리적 행동 사이의 구분은 대단히 중요하지만 때로는 모호하다
.

의사들만큼 올바름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군이 있을까?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의사의 어떠한 한 행동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르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의사들에게 어마어마한 전공 지식만큼이나 윤리 의식을 사회에서는 요하고 있다.  이 장에서는 검진 시 의사들이 지켜야 할 에티켓, 의료 사고, 의료비 청구, 사형 현장 참여에 관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던 가수 신해철 의료사고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의사가 자신의 수술 잘못을 인정하고 빠른 조치를 취했었다면 그를  보지 못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다.   
  주입형 주사로 사형 제도를 하고 있는 미국의 몇몇 주에서 참여했던 의사와 간호사들의 윤리에 대해 문제 삼았다. 사형 제도에 자체 찬반이 높지만 아직까지 사형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에서는 죄인의 최대한의 고통 없는 죽음을 위해 여러 방도를 살폈고, 그렇게 해서 이르게 된 것이 주입형 주사였다. 문제는 3 단계에 걸친 주입형 주사 사형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어 의료인 역할이 필요했던 것이다. 저자가 참여했던 의사, 간호사들 인터뷰를 했을 당시 그들은 특별히 잘못된 윤리 의식이 있었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우연한 기회를 통해 하게 되었고, 모니터만 해도 되는 줄 알았던 상황에 직접 사형수 정맥에 주사하는 일까지 경험한  이도 있었다. 이들은 생명을 구해야 하는 의료진의 직업윤리를 벗어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과연 이들에게 잘못했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 이렇듯 의료현장에서는 임신 중절,  중환자 연명 치료 중단 등 올바름을 섣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의사들이 지닌 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것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분명 상충하게 된다. 이 해답이 어려운 상황 속에 부디 의사들이 조금은 더 인간적인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

의사 외에도 우리가 하는 일에는 윤리 의식이 필요하다. 오죽하면 '직업윤리'라는 과목이 있을 정도이니까, 가장 쉬운 길은 그저 적힌 대로 규칙을 따르는 것이겠지만 언제나 예외 상황이 있는 법, 일을 하는 사람으로 각자의 직업, 위치에서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단 그것이 법으로 처벌되는 것이 아니어도 고등학교 시절 윤리 과목 첫 시간에 배운 우리 마음속 '양심'은 그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알지 않을까?   

일의 성공을 위한 요소 3. 새로움
환자의 상태를 말해 주는 간단명료한 잣대는 어떤 환자에게든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잣대는 우리 의사들로 하여금 혁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해줄 것이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의사들이 없었더라면 오늘날이 올 수 있었을까? 현재 의료 시스템에 불신도 많이 있지만 오늘날 의료 시스템으로 아픈 사람들이 가족들 곁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신생아 상태를 체크하는 '아프가 점수표'가 산부인과 의사도 아닌 한 외과 마취 여의사에 의한 것이란 데 놀라웠다. 자신의 분야가 아니었음에도 관심을 갖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체계화하려 했던 한 명의 여의사에 혁신이 아니었을까?

산모와 태아를 살린 발명에서 '제왕절개'를 빼고 논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장에서 역시 다루었는데 히 산모와 태아를 살린 발명들을 다룬 장에서는 두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탓에 이입이 많이 되었다. 저자는 너무나 쉽게 분만이 수술로 쉽게 이어지는 일에 염려를 표했다. 하나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과의 인연이 멀어진 것에 대한 것이었다. 나 역시 산통 끝에 좁은 골반, 아이의 큰 머리로 진통 중에 수술을 택했지만도 죄책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에  원치도 않은 무통주사, 제왕절개를 하고 모유 수유를 하지 못한다며 비참함에 허덕이던 동료 루크의 말을 나의 마음을 달래 주었다.

"가만, 이런 멍청한 짓이 어디 있어, 저렇게 예쁜 아기가 생겼는데. 아기만 바라봐도 모자랄 판에 이러고 앉았다니!!"

분명 만연한 수술은 좋지 않은 것이나 이러한 위험한 상황 속에 태아가 안전하게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된 것은 축복이고 감사한 일인 것이다. 
   의료계 성과를 매기고, 성과를 매기기 위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이야기를 전하며 이것은 어떤 일을 하든지 적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성과를 매기면서 우수한 편에 속하는 의사를 찾았을 때 그는 매일매일 환자의 99.5퍼센트의 성공과 99.5퍼센트의 성공 사이의 차이를 살피는 데 있다고 봤다.  저자 역시 자신의 의술이 평균 수준으로 밝혀진다면 어느 누군가는 평균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담담히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그러나 부끄러워할 것이 있다면 평균인 것이 아니라, 거기서 안주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평가를 하는 잣대가 생겨나고 있는 것은 비단 의료계 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인사고과를 받으면서도 느꼈지만 무엇인가를 수치화해서 점수로 매긴 다는 것은 썩 개인에게 좋기도 혹은 좋지 않은 일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변화에 대한 의지만은 확고하게 해준다는 것은 분명하다. 나 개인에게도 눈에 보이는 평가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고 싶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내가 책을 얼마나 읽고, 얼마나 리뷰화 시킬 수 있는지, 수치화해볼 필요가 들었다. 일을 함에 있어도 마찬가지일 테고. 

 

저자는 자신이 속한 의료 현장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한편, 그 속에서 그 의료 현장이 무엇을 시사하는 것인지 캐치해 전달하는 메시지는 정확했다. 그래서였을까? 자기 개발서 한 권 읽은 마냥, 뭔가 내 일을 제대로 잘 해내보고 싶다는 불끈 생각이 든다. 세상의 이치란 어디서든지 일맥상통한 법이니까~책 속 맨 마지막 장 저자가 제안한  일터에서 '긍정적 일탈자'가 되는 법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내 일에 임해보겠다고 다짐해 본다.

새로운 시도를, 변화를 모색하라. 자신이 성공하고 실패하는 횟수를 세어 보라. 그것에 관한 글을 쓰라. 사람들의 생각을 물어보라. 그렇게 대화를 지속해 나가라.

덧) '글 쓰는 의사'로 유명한 저자 아툴 가완디가 지난달 아마존·JP모건·버크셔 합작 헬스케어 기업 CEO가 된다는 기사를 접했다. 무려 우리에게 유명한 워런 버핏이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가 합작 투자한 기업이다. 헬스케어 기업은 세 회사의 100만 명이 넘는 직원과 부양가족의 의료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며, 앞으로 외부에도 의료 시스템을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툴 가완디의 CEO 경험을 통한 새로운 이야기를 기대해봄직하다.

 

https://blog.naver.com/spket0303/22131975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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