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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의 애인에게
백영옥 지음 / 예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동시에 나를 사랑하는 일이 가능할까?
정확히는 뒷표지에 적혀있는 문구이고, 책 안에도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아마 위의 문장이 이 소설의
주제, 즉 나타내고자 하는 함축적인 언어라고 말할 수 있어요.
처음에, 책의 제목만 보고서는 추측을 했어요. 요즘 막장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 '불륜'을
대상으로 쓰여진 소설인가? 그렇다면 이건 내가 좋아하는 소재가 아닌데? 라는 등의 생각들.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천천히 책 내용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죠. 그러나 이건 오산이었어요. 인간의 깊숙한 내면심리, 그리고 자기 감정의 사실성, 충실성이 소중히 전개가 되어 감동을 주었거든요.
이 소설은 세 여자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인, 마리, 수영과 성주의 얽히고 섥힌 이야기를 아주 섬세하게 다루고 있어요. 이 책의 출판사에서는
이렇게 소개를 하고 있어요.
짝사랑하는 남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그의 집에 숨어들었으나 오히려 남자의 아내에게 연민을 갖게
되는 여자 정인, 공격적인 구애로 다가오는 젊은 예술가 지망생의 날선 매력에 이끌려 함께 동거를 시작했으나 이내 그의 외도를 의심하며
고통스러워하는 마리, 그리고 불행한 결혼생활 속에 새롭게 다가온 사랑의 전조에 흔들리는 여자 수영. 그리고 세 명의 여인을 하나로 연결해주는
공통분모이자 모든 갈등의 진원지인 남자 조성주. 백영옥 작가는 이들 네 명의 연인들이 경험하는 사랑과 성공, 그리고 쓸쓸한 그 뒷모습을
주목하면서 상처와 실패를 통해 성숙해가는 젊은 예술가들의 심리를 예민하게 그려냈다.
-위즈덤하우스-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사람은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그 감정이 제각기 다른 만큼 모든 사람의 감정이 소중하구나! 라는 생각이었어요.
정인, 마리, 수영.. 그들은 한 남자, 즉 성주와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은 다 달라요.
'정인'은,
그가 살았던 공간을 느끼기 위해, 서블렛(누군가에게 빌린 것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것을 의미.
긴 여름방학 동안 고향에 가거나 여행을 떠나는 유학생들을 위해 생긴 제도)을 이용하여 그가 살았던 장소에서 한 달 동안 머물게
돼요. 그와 그녀가 머물렀던 공간에서 그가 좋아하는 <순수박물관>이라는 책을 필사하기도 하고,
브루클린 라거를 마시기도 하고, 그가 즐겨 듣는 노래를 듣기도 하며 그를 생각하죠.
8개월 간 그를 사랑한 기억을 떠올리며 스웨터를 짜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짝사랑이 한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결과 없이 허망하게 사라져버린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게 아니다. 짝사랑은 '너는
누구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이지만 그것은 자신을 혼란스럽게 만들지 않는다. '너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그렇다면 나는 누구여야 하는가'라는
잘못된 질문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소요되는 혼란이 이 적요로운 사랑 앞에선 어느덧 무의미해진다.(35쪽)
짝사랑의 감정을 이렇게 생각하는 정인은 성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생각하죠. 그리고 그 감정을
소중히 여기게 돼요.
'마리'는,
성주와 결혼을 하여 사랑의 감정을 나누고, 서로의 애틋함을 알아가면서 결혼 생활을 하지만 결국은
이혼을 하게 돼요. 이 소설의 내용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도 하죠. 마리는 자신의 감정들을 기록하고, 성주와 같이 누렸던
시간들을 되새기기도 하고, 그와 함께 봤던 공연들에 대해 생각하기도 하는 등 그와 함께 공유한 시간들을 다시 떠올려요.
열정이
사라지고 난 후, 다시 찾아오는 사랑의 이야기에는 어떤 것들이 놓여 있을까. 그 끝이 결국 남자와 여자가 아닌, 사람과 사람으로 만나는 일이
되는 걸까. 그것을 완성해낸 사람만이 가족이라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걸까.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별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 이외에 그 어떤 것도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 그것 이외의 것들은 너무 하찮은 변명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이별을 정당화할 순 없다.
사랑하지 않는단 말은 가슴 아프지만 죄가 될 수
없다. 다만,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을 할 수 없어서 벌이는 희망고문과 거짓말이 죄가 될 뿐이다. 최악은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조차 하지
않고 사라지거나 떠나는 사람들이다.(221쪽)
뜨거운
사랑을 하고 움직임의 공동체와 같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결국은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사람의 솔직한 감정들을 마리의 시선에서
전달하고 있어요. 마리의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에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아플 때도 있고, 기쁠 때도, 분노할 때도, 처절한 감정을
느낄 때도. 이러한 감정들을 세밀히도 잘 묘사하고 있어요, 이 책은.
마지막으로 '수영' 역시 성주에 대해 느끼는 사랑의 감정들을 담백하게 서술하고 있어요. 그와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게 서술하고 있죠.
인간은
각자의 사랑을 할 뿐이다.
나는 나의 사랑을 한다.
그는 그의 사랑을 한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그가 나를 사랑할 뿐, 우리 두 사람이 같은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깨닫자
너무나 외로워 내 그림자라도 안고 싶어졌다.(247쪽)
이 소설은 아직 결혼이라는 인생의 서막을
맞이해보지 않은 저로써는 낯선 감정을 느껴 볼 수 있게 한 책이었어요. 사랑의 감정, 그리고 타인의 생각과 내 생각이 온전히 같을 수는 없다는
것. 인간은 때로는 다른 사람과는 공유하기 힘든 외로움의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 그걸 견뎌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스스로의 선택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의 감정을 읽었어요.
이 책, 읽다보면 정말 좋은 구절이 많아요. 그래서
한 번 더 읽어보려구요.
재미있는 글 읽기 시간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