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자 1~5 박스 세트 - 전5권
김보통 글.그림 / 예담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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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

?”

한 번

한 번만

나 좀 딱 한 번만

살려줘.’

라고 말하지 않기 위해 입을 앙다물었다.

하지만 눈물은 감추지 못했다.

멈출 수도 없었다.

- 아만자 3, ‘한 번만

언젠가 출근하기 전 아침 시간에 잠시 컴퓨터를 쓰던 중 웹툰 아만자 팝업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눌러봤다가, 금세 몰입해서 지각할 뻔한 적 있었다. 언젠가 다시 보려고 마음속 버킷리스트에 담아뒀는데 다시 찾아보려니까 나오질 않았던지 아니면 일정 부분부터는 유료였는지 해서 보는 걸 미뤄두다, 문득 생각이 나서 출판본으로 보게 되었다.

스물여섯 살 말기 암 환자가 죽음까지 이르는 길을 그린 웹툰. 설정이 설정인지라,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는 아니다. 중간중간 헛웃음 짓게 만드는 대사들이 나오긴 하지만, 작중에서도 독자에게도 웃픈 감정을 주지 즐거운 웃음을 주는 내용은 아니다. 전반적인 환자 본인의 감정 묘사가 매우 탁월하다.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고 담담하게 연출하는데, 정말 그럴법한 느낌이 들어 겪어보지 않았음에도 공감이 된다고나 할까. 그런 까닭에 실제로 작가가 투병 중이라고 생각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찾아보기 전까진 정말 그런 줄 알았다.

주된 내용은 자체가 환자의 현실 이야기와, 꿈과 같은 -하지만 현실이 반영되는 세계-에서 겪는 이야기다. 현실은 물론, 꿈 이야기도 굉장히 리얼하다. 리얼하다는 것이, 꿈에서 일어난 일이 실제로 있을 법한 일이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꿈은 동화나 게임 스토리라인에 가까운 내용인데, (병의 정도는 비교할 수 없지만) 열이 많이 나서 잠이 들 때면, 열에 들떠 현실인지 꿈인지 명확한 구분도 안 되면서 잠깐잠깐 깨더라도 계속 꿈은 이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도 안 되다가도, 꿈에서 깨어나서는 거의 기억에도 안 나는 그런 꿈. 딱 그런 느낌의 꿈이다.

가족이나 여자친구 등 주변인의 감정 묘사도 탁월하다. 특히 환자의 어머니가 잠시 집에 들어갔다가 환자의 방에 들어가서 환자의 사진을 보며 지금까지의 시간을 떠올리며 꿈이길, 차라리 당신이 아프길 빌면서 울음을 터트리는 장면이 있는데, 단 몇 개의 컷만으로도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져 먹먹해진다. 주변인의 묘사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는 않지만, 그 많지 않은 부분으로도 아.. 하고 탄식을 자아낸다.

김보통의 아버지가 암으로 별세했다고 하는데, 그 과정에서 보고 겪은 내용이 많이 도움이 됐다고 한다. 물론 그 경험도 큰 도움이 된 건 맞겠지만 경험과 만화 설정의 차이가 작지는 않다. 김보통의 만화적 연출도 좋긴 하지만, 기본적인 이해와 공감 능력이 좋은 것 같다. (아니면 사전 인터뷰라도 했겠지만 아무래도 인터뷰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당시에 작가 인지도도 아예 없었던 시절이고. 암 관련 카페에서 인사이트를 얻었을 수도 있겠지만)

읽다 보면 암이라는 병이 정말 무섭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용 중에도 나오지만, 본인의 고통도 매우 크면서도 가족도 고통받는 게, 그러면서도 희망이 없지만 포기할 수도 없어서 더더욱 그 고통이 커진다는 게 참 무섭고 슬픈 병이다. 하다못해 나나 내 가족에게 해당사항이 없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분명 언젠가는 의학이 암조차도 정복하겠지만, 우리 세대에서 그때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는 꼭 제대로 살펴보는 종합 건강검진을 받아야지.

투병기에 흥미가 생겨, 비슷한 내용의 책을 좀 더 읽어보려고 한다.

written by Philequiem (https://blog.naver.com/philequi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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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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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의인화하여 마르크스주의가 현실에서 어떻게 변질되어갔는가를 보여준다. 이 책의 등장인물들을 비유하고 있는 대상으로 바꿔서 쓴다면 말그대로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냉철하게 현실을 비유한 책.

 

이상적이던 사상이 현실화되면서,

총칼을 등에 업은 독재정권에 의해 어떻게 변해가는가.

진실은 얼마나 왜곡되는가.

 

이상만을 좇는 깨어있지 않은 대중과 자신의 배만 채우려는 똑똑한 돼지의 하모니.

똑똑한 돼지는 몽매한 대중에게 오히려 멀어져만 가는 '안락한 내일'을 미끼로 '오늘의 철저한 희생'을 요구하고, 그것으로 그들은 '안락한 오늘'과 '더욱 안락할 내일'을 누린다.

 

이 책은 단지 막시즘이 현실에서 몰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왜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우리에게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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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광인일기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5
루쉰 지음, 정석원 옮김 / 문예출판사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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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식민지, 반봉건적인 사회, 더구나 신해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타성의 사회에서 사명감도 목적의식도 없으면서 부질없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드디어는 무기력하고 비겁한 노예근성으로 돌아가 그 최후를 공허하게 막을 내리는 하나의 사회적 산물.' 인 아Q의 이야기.
 

이 책에 실린 11개의 단편은 모두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그리고 있다. (시간적 배경을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다른 작품이나 루쉰의 작가의식을 고려해 봤을 때, 이 문장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결과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최고, 최강이라는 믿음은 외세에 의해 깨지고

자신이 모시고 있는 황제는 곧 천자요, 세상의 유일무이한 주인이라는 생각은 외세와 함께 들어온 사상의 비료로 자란 '혁명'에 의해 깨지는 세상.

외세에 군벌에 비적에 혁명에 쓰리쿠션 넣으려는 당구공처럼 이리저리 치이는 민중.

루쉰은 그 모습을 그린다.

 

펄 벅의 대지로 접했던 그 시대를

루쉰의 단편들로 또 다시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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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폴 오스터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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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作.

 

예술은 신성한 것이고,

예술의 부름에 따르는 것은 예술이 요구하는 어떤 희생도 치르는 것,

목적의 순수성을 끝까지 지키는 것을 뜻했다.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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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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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광우 作.

 철학 콘서트. 이 책은 제목으로도 그 스타일을 어느 정도 짐작케 한다. 

 이 책에서 펼쳐지는 콘서트는 한 가수가 자신의 노래만 부르고 가끔 게스트가 등장하는 그런 콘서트가 아니다. 열 명의 뮤지션이 차례대로 그들의 히트곡을 짧지만 화려하게 열창하고 퇴장하며 한 번의 콘서트에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게 해준다. 또 그들의 히트곡을 언제나 부르듯 평범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와는 다른 방식으로 부른다.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의 듀엣이 어찌 멋지지 않겠는가!) 

 철학책으로는 여러모로 특이한 이 책의 특색을 내 나름대로 두 가지를 추려 보았다. 
 첫째로는 기존의 철학사적 흐름을 따른-교과서를 비롯한 대개의 철학책이 취하는-구성을 벗어났다는 점을 뽑을 수가 있겠다. 기존의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고대철학부터 시작하여 중세, 근대, 현대로 이어지는 흐름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소크라테스 다음엔 플라톤이 나오지만 그 다음은 석가가 나오고 또 그 다음은 공자, 예수, 이황 이런 식으로 동서양을 넘나들며 저자가 택한 열 명의 현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번째 특색으로는 구어체를 사용한 점을 들 수 있겠는데 구어체로 씌어진 인문 서적이 그렇게 적은 것은 아니다. 다만 첫 번째 특색과 맞물려 철학의 딱딱함을 완화하고 편한 소설책 읽듯이 술술 읽어내는데 큰 공헌을 한다. 

 평소 철학에 관심이 있었으나 철학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때문에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다만 아쉬운 점 한 가지는 ‘깊이는 보장할 수 없다.’ 랄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양면성은 존재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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