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식민지, 반봉건적인 사회, 더구나 신해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지 못하는 타성의 사회에서 사명감도 목적의식도 없으면서 부질없이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드디어는 무기력하고 비겁한 노예근성으로 돌아가 그 최후를 공허하게 막을 내리는 하나의 사회적 산물.' 인 아Q의 이야기. 이 책에 실린 11개의 단편은 모두 19세기 말에서 20세기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그리고 있다. (시간적 배경을 전혀 알 수 없는 것도 있지만 다른 작품이나 루쉰의 작가의식을 고려해 봤을 때, 이 문장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결과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최고, 최강이라는 믿음은 외세에 의해 깨지고 자신이 모시고 있는 황제는 곧 천자요, 세상의 유일무이한 주인이라는 생각은 외세와 함께 들어온 사상의 비료로 자란 '혁명'에 의해 깨지는 세상. 외세에 군벌에 비적에 혁명에 쓰리쿠션 넣으려는 당구공처럼 이리저리 치이는 민중. 루쉰은 그 모습을 그린다. 펄 벅의 대지로 접했던 그 시대를 루쉰의 단편들로 또 다시 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