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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장면들
이민경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7월
평점 :

나의 식탁과 부엌을 채우는 것만큼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음식 이야기를 좋아한다.
이민경 작가의 <식탁의 장면들>을 읽는 동안 사계절을 작가와 지내며 음식과 삶을 도란도란 나눈 기분이다.

노출제본, 낯설었던 책 마감. 읽다보니 독자에게 작가의 부엌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담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만의 삶을 살뜰하게 굽고, 정성스레 삶고, 뭉근하게 익히는 과정인 요리’를 하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 하지만 27개월 쌍둥이 육아로 부엌에 서있는 것조차 여유가 되어버린 요즘엔 이런 책은 대리만족을 준다. 작가가 소개하는 계절별 재료와, 요리과정, 완성된 음식에서 즐거움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눈으로 맛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홍콩에서 보내고, 일본에서 오랜 기간 거주하며 다양한 동서양 요리를 접한 작가가 소개하는 요리와 재료는 먹는 것만 주로 사서 먹는 ‘음식극보수’인 나에게는 낯선 게 많았다. 그래서 더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30여가지 레시피뿐만 아니라 재료를 선택할 때 섬세한 기호가 마치 남의 시크릿 노트를 보는 기분이었다.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마트에서 보이는 여름 제철 재료를 보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겨울에 두꺼운 패딩에 꽁꽁 숨어 지낼 만큼 추위를 잘 타지만, 따뜻한 호박죽과 팥죽은 겨울에 먹는 게 좋다. 그래서 음식을 이야기할 때 계절을 곁들이는게 재밌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도 계절이 있어서이다. 부엌에 두고 1년 내내 펼쳐도 질리지 않을 책이다. 봄) 함바그가 들어가는 감자고로케, 여름) 참치가 들어가는 토마토 참치 소면, 겨울) 발음까지 근사한 크렘 브륄레는 꼭 해먹으려고 체크해뒀다.

잘 먹고 잘 마시는 일이야 말로 어지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말처럼, 이것저것 신경써야할게 많은 정신없는 삶이지만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신선한 재료와 건강한 음식으로 삶을 채워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