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라면 어떻게 할까? -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듣는 일상 속 고민 해결법!
마커스 윅스 지음, 임소연 옮김 / 시그마북스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필자는 대학원에서 철학상담을 공부하고 있다.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는 바로 이 철학상담을 책으로 엮어 맛보기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책 이야기를 하기 전에 철학상담이 무엇인지 잠깐 들러 볼 필요가 있겠다.

 

수많은 상담기법, 예컨대 심리상담, 정신분석상담, 정신과 상담, 인지치료적 상담, 인간중심상담, 웃음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놀이치료 등이 있는데 왜 굳이 철학상담까지 등장해야 했을까? 여기엔 두 가지 큰 이유가 있다. 하나는 그 수많은 상담기법들이 근본적인 치료가 되지 않는다며 한계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호르몬 약을 과다 사용하는데 따른 부작용 때문이다.

 

상담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사람에게 한다. 두 사람 사이의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상담, 나아가 치료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날까? 우선, 언어를 통해 만난다. 물론 여기서 언어는 말과 글뿐만 아니라 표정과 태도 등까지 포함한 넓은 의미다. 철학상담은 특별히 헤라클레이토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우구스티누스, 아퀴나스, 데카르트, 칸트, 스피노자, 니체, 하이데거 등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주와 사람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영혼, 정신, 마음, 지혜 등을 고민해 온 철인들의 삶과 통찰을 통해서 내담자의 존재 자체를 이해시키고 그 의미를 밝힌다.

 

위에서 열거한 상담기법들은 이미 이런 철학적 텍스트를 이용하고 있지만, 깊은 성찰보다는 상식이라는 이름으로 변형된 내용을 내담자의 주의를 환기하는 수준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그치고 있다. 따라서 근본적인 치료, 그러니까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창조하고 주도하기엔 부족하다.

 

정신과에서 사용하는 약품이 얼마나 유해한지는 익히 알려져 있다. 역설적이지만, 뇌 과학과 생화학 혹은 인지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정신병은 많아진다. 따라서 처방되는 약도 다양하고 많아진다. 약의 부작용은 많은 곳에서 드러났지만, 무엇보다 중독이 가장 위험하다. 선진국에선 이에 대한 깊은 반성이 다각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철학상담은 바로 이런 반성을 계기로 시작되었다.

 

이제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가 철학상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책의 구성자체가 상담 사례를 기초로 설계되어 있다. 우리들의 일상을 나누어 본다면, 책의 큰 목차처럼 관계, , 라이프스타일, 여가시간, 정치 등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이 중에서 관계를 뽑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말 못할 진실 때문에, 실연의 고통 때문에, 적정 실내온도 때문에 위협받는 친구관계, 애인관계, 부부관계를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일상의 고민을 책머리에 둔다. 그런 후, 이 고민들을 기본적인 철학질문과 연결시킨다. 그렇다! 일상의 고민은 이미 철학적 물음이요, 철학적 물음은 바로 일상의 고민인 것이다. 이 책은 바로 일상이 곧 철학이라는 통찰에 기초하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연결된 철학적 물음에 답해 줄 철학자들을 하나씩 부르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설명을 책 내용으로 예시하면 이렇다. 실연의 상처가 너무 고통스럽다. 어떻게 하면 치유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고통이 생기는 이유, 고통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한다. 이에 대답해 줄 철학자로는 위로의 철학자 보에티우스, 자유로운 사랑의 실천자 보부아르, 마음의 평정을 통해 기쁨을 추구했던 에피쿠로스, 고통과 슬픔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등이 있다. 이들이 고통과 인생에서의 그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던 내용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을 뽑아 고민을 해결하도록 책이 편집되어 있다.

 

이러한 기획은 전공자로서 참으로 반가웠다. 상담을 주제별로 유형화하고 이에 맞춰 철학자들을 분류하는 아이디어는 철학상담을 고민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떠올렸을 것이다. 필자 역시 그랬고, 지금도 하고 있다. 유럽 등에서 이런 책들이 적지 않게 출판되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는 철학적 담론의 깊이와 일상 고민 해결을 모두 담아내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우선 저자가 언론인 출신이다. 뛰어난 전달력을 가지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철학 담론을 이해하기 싶게 잘 풀어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일반인들이 읽기엔 참 좋은 접근법이다. 각 단원 마지막을 결정하기로 마무리하고 있는 점도 마음에 든다. 왜냐하면 결국 상담은 내담자 스스로 자기 삶의 방식을 결정하는 것으로 치료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자신의 논리와 의지로 그리고 실천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 그것이 바로 철학상담적 치료이다. ‘결정하기는 그런 관점에서 우리의 선택을 위해 철학자들의 조언을 잘 요약하면서, 부드럽게 결단을 요청하고 있다.

 

철학상담이란 말이 낯설고 어렵다면, 그래서 피하고 싶다면, 니체라면 어떻게 할까?를 읽어보길 권한다. 아니, 그냥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곤란함과 고통이 나 혼자의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겪어 왔던 일이 아닐까?’, 그래서 그들 중 어떤 사람들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웃을 위해 좋은 해결책을 남겨두지 않았을까?’ 하는 짐작이 문득 떠올랐다면, 이 책을 권한다. 당신의 짐작이 정확히 옳다는 사실을 친절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증명해 줄 테니 말이다.

 

우리는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삶 속으로 내던져졌다. 그것도 천국이 아니라 지옥에 가까운 세상 아닌가. 오죽했으면 수많은 현인들이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고 했을까. 그 바닷물이 원치 않을 때조차, 아니 더 이상 먹을 수 없어 고통스러울 때조차, 거침없이 나를 집어삼키고 있다면, 하늘을 보라. 선배들의 많은 통찰과 고백이 별이 되어 당신을 응원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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