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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0학년 수학 - 고등 수학을 위해 반드시 봐야 할 예비 고1~3용 중학 수학 과정 총정리
김우섭 지음 / 키출판사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아이가 셋이다. 이 책은 셋 모두에게 필요하다. 특히, 학교와 학원에 과외까지 수학에 시간과 열정을 온전히 투자하고 있는 고1 딸에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수학은 추상적인 개념을 숫자와 도형 등으로 시각화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처음 수학을 배울 때 어려운 부분이 바로 이 점이다. 분명히 글로 써 놓은 개념을 읽었는데 딱 떠오르는 그림이 없다. 개념을 대충이라도 이미지화할 수 없으면 수학은 어려워진다. 개념 없이 문제를 푼다는 건 설령 정답을 맞쳤다고 해도 금방 흥미를 잃기 십상이다.
이 책을 처음 소개받았을 때 생각났던 건 살만 칸의 공부방법이다. 그는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에서 수학을 낙오자였던 조카에게 대수학을 가르쳤던 경험을 자세히 소개했다. 칸은 이렇게 말한다. “수학은 교육과정이 전부 연결되어 있어서 아주 쉬운 개념이라도 한 가지를 놓치면, 반드시 그 다음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처음부터 공부를 차근차근 빠짐없이 해야 한다.” 고등학교 0학교의 저자도 이와 같은 관점에 서 있다. 중학교 수학과정 어느 한 부분이 막히면 고등학교 수학을 푸는데 반드시 문제가 된다. 그걸 해결하고 넘어가자는 기획 의도가 돋보인다.
아이의 자존심이 상하지 않도록 잘 이야기 했다. 여름방학 때 이 책으로 쫙 기초를 잡을 예정이다. 혼자해 보라고 격려한다. 그만큼 책이 친절하고 자상하다. 일단 이 책은 한 달 안에 끝낼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그리고 수학을 눈으로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많이 사용했다. 풀이 과정도 색깔별로 상세히 잘 되어 있다. 잘 아는 내용은 넘어가도 된다. 하지만 공부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뭘 알고 뭘 모르는지 그 구분이 잘 서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은 그걸 찾는데 좋은 나침반이 되리라 생각한다.
피타고라스처럼 온 우주를 숫자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지 않더라도, 숫자는 경이롭다. 수학은 우리 뇌를 고차원으로 끌어올리는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수포자, 즉 수학학습 포기자가 속출하는 요즘 이 책이 많은 학생들에게 꿈을 주었으면 좋겠다. 인공지능이 다 할 계산을 왜 배워야 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간의 지적 특이점은 바로 추상화 능력을 극대화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때라고 한다. 수학은 바로 추상력과 논리력을 수와 도형으로 표현하고 설명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단순한 계산 능력이 아니라, 논리적으로 추론하고 증명할 수 있는 능력개발에 수학은 단연 으뜸이다. 특히 중학교 수학의 기본개념들은 바로 그 작업의 출발점이다.
사실 나도 이 책을 통해서 내심 한 번 다시 수학을 맛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설렘을 동시에 가졌다. 아이들과 수학을 가지고 놀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