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클래식 브라운 시리즈 4
맹자 원작, 신창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과연 아는 만큼 보일까?

혹시 믿는 대로 보이는 건 아닐까?

 

맹자는 사람은 본래 착해요라는 믿음으로 세상을 봤다. 쉽진 않았다. 당시 세상은 피와 살이 썩어가는 전쟁 통이었기 때문이다. 노인과 아이의 시체가 도랑을 메웠다.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현실 속에서 성선설(性善說)을 줄기차게 주장했다면 확고한 이유가 없을 수 없다.

 

쉽게 읽고 되새기는 고전, 맹자는 그 이유를 양심회복이라고 단언한다. 그것도 여러 번. 맹자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비책을 양심회복에서 찾았다. 왕도, 호연지기, 대장부, 부동심, 지언, 양능, 양지 등 맹자가 강조한 모든 개념들은 양심회복에서 출발한다. 타고난 착한 양심대로 살면 왕은 패도정치를 하래야 할 수 없다. 본디 착한 마음으로 살면 사소한 이권(利權)따위에 흔들리지 않는다. 양심은 양심과 통하기 때문에 화려한 말재주나 논쟁이 필요 없다. 양심대로 산다면 대장부처럼 떳떳하다.

 

상황을 구체화해 보자. 당신은 지금 전쟁 중인 나라의 왕이다. 맹자가 찾아왔다. 그가 말한다. 사람은 원래 착한 양심을 가지고 태어났다. 양심대로 정치하고, 양심대로 세금을 거두고, 양심대로 군사를 일으킨다면 만사 OK! 어때, ?

 

당신이라면 맹자를 채용할까? 솔직히 나는 맹자를 채용하기 싫다. 오히려 한비자나 마키아벨리처럼 눈에 보이는 현상과 맞아떨어지는 말을 하는 사람을 옆에 두고 싶다. 이 부분이 오늘날 맹자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ROI(Return of Investment)라는 개념이 있다. 투자해서 뭘 얻었느냐를 따지는 개념이다. ROI는 합리적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필수 DNA. 열심히 공부했다면 성적이 올라야 하고, 열심히 일했다면 성과가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맹자에게 물어보자.

선생님, 양심에 따라 살고자 열심히 노력하면 뭐가 남나요?”

 

맹자의 답변은 명쾌하다. “何必曰利?”

왜 너는 이익만 따지느냐라는 뜻이다.

사실 이 말은 양나라 혜왕이 먼 길 달려온 맹자에게 던진 叟不遠千里而來 亦有以利吾國乎?’에 대한 대답이다. 양혜왕도 ROI가 튀어나왔다. 맹자가 응수했다.

왜 하필 이익을 말씀 하시나요? 인의(仁義)가 있을 뿐입니다.(何必曰利 仁義而已矣.)

 

책을 읽는 내내 ‘ROI’何必曰利사이에서 갈등했다. 호연지기도 좋고, 대장부도 좋다. 하지만 시장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양심이란 ROI가 아닐까? 막스 베버의 설명대로, 개신교의 천직 사상은 자본주의를 윤리적으로 해방시켜주지 않았나? 우리는 많이 소유할수록 구원받은 쪽에 가깝지 않은가? 구원받은 자는 정의()롭지 않은가?

 

맹자. 이익을 따져서는 전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간파한 현실주의자. 그는 이상주의자가 아니다. 어쩌면 ROI에 집착하고 있는 우리가 이상주의자에 가깝다. 이익 있는 곳에 평화가 깃들 것이라고 믿는 자가 이상주의자 아니라면 누가 이상주의자이겠는가. 차라리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양심에 호소하는 편이 본질적이고 현실적이다. 이런 점에서 맹자는 무섭다.

 

고전 맹자를 다소 길지만 문맥에 맞게 적절히 인용한 부분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의 주관적인 묵상이 전혀 없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맹자의 사상을 문헌에 기초해서 잘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극적으로 갈라지는 세계관.

이제 맹자를 덮으면서 자문해본다.

사람, 믿을만한가?

세상, 살만한가?

나는, 뭘 믿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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