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관우의 인성인문학
나채훈 지음 / 보아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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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관우(關羽)와 함께 부산으로

 

삼국지는 안다. 물론 관우도 안다. 인문학도 익숙하다. 그런데 인성인문학은 처음이다. 인성인문학이란 무엇을 뜻할까? 인성(人性)을 사람다움에 대한 생각으로, 인문학을 고유한 인간 가치에 대한 생각 틀로 이해한다면, 인성인문학은 가치 있는 사람다움에 관한 체계적인 생각쯤 되겠다. 저자는 관우를 통해서 가치 있는 사람다움을 발견하고 우리가 잃어버린 그 무엇을 제시하고자 한다.

 

삼국지 관우를 떠올리면서 내놓는 인성인문학이니까 순서상 과거 중국인들이 생각한 사람다움에 대해 먼저 보자. 그들은 인성을 어떻게 이해했을까? 인의예지신(仁義禮知信)으로 이해했다. 관우는 이 중에서 어떤 인성을 대표할까? 의와 신이다. 저자는 의와 신을 의협(義俠)으로 풀어간다. 의협(義俠)이란 뭘까? 사전적으로 정의를 위하여 강자에 맞서서 약자를 도와줌또는 체면을 중히 여기고 신의를 지키는 일이라는 뜻이다.

 

책은 여러 자료에 기록된 신의와 정의의 사도, 관우의 행적을 시간 순서로 전개한다. 정식으로 인정되는 역사책 삼국지, 이를 바탕으로 나관중이 지은 소설 삼국지연의, 중국의 향토사학자를 포함한 현대 역사학자들의 의견까지 관우의 면면을 의협(義俠)으로 풀어낸다.

 

관운장천리독행이나 한수후오관참육장으로 대표되는 유비를 향한 충절, 조조가 관우를 시험하기 위해 이용한 여포의 아내 초선을 단칼에 베어버린 일, 은혜를 갚기 위해 제갈량의 명을 어기고 화용도에서 조조를 살려준 일, 형주에서 손권에게 죽을 때 까지 잃지 않았던 기개 등이 마치 관우를 주인공으로 삼국지를 재구성한 느낌이다.

 

저자 지적대로 어떤 사건은 충과 신이 대립하고, 또 어떤 사건은 신격화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우는 인성인문학을 설명하는데 여전히 유효하다. 그 이유는 무얼까?

 

영화 부산행이 흥행 중이다. 부산행은 좀비(Zombie) 영화다. 좀비는 생명 없는 움직임으로 요약된다. 먹고 마시고 팔 다리를 움직인다고 해서 모두 살아있다고 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바로 좀비다. 좀비는 언제 움직이는가? 진짜 생명을 사냥할 때다. 너는 뭔데 살아있느냐며 달려든다. ‘죽은 듯 살라고 위협한다. 전염된 바이러스는 내재된 본능, 이기심을 드러내는 계기일 뿐, 물고 물리는 노예 사슬의 근본 원인은 아니다.

 

부산행 열차에 관우가 타고 있다고 상상해 보자. 관우와 좀비는 어떤 면에서 다른가? 관우는 살아있음을 단순히 목숨에서 찾지 않았다. 관우는 유비와 조조 등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기답게 살아있음을 찾았다. 나와 내 가족만을 위해 문을 걸어 잠그거나 꼼수를 쓰지 않는다. 내가 살기 위해 너의 목덜미를 노리는 욕망은 무덤과 시체의 것이다. 사람다움은 투자관계를 넘어 선다. 부산행 열차와 같은 오늘, 관우는 우리를 청룡언월도로 베지 않는다. 의로움과 용기라는 사람다움으로 스스로를 베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베라! 이것이 인간만이 그릴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사람으로 태어나 신이 된 관우. 그가 오늘 나에게 인간으로, 자기 자신으로 살라고 호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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