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 - 바이킹의 신들 현대지성 클래식 5
케빈 크로슬리-홀런드 지음, 서미석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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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신화를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성경 속 설화들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다. 서양 문화가 헬레니즘과 히브리즘의 절묘한 조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니, 그럴 수 있는 것 아니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성경은 단 하나밖에 없는 신이 절대 진리를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닌가. 그런 성경이 어떤 이야기의 표절이거나 많은 이야기와의 혼합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교회에서 태어나 교회에서 만난 사람과 교회에서 결혼하고 그 아이들까지 세례받게 한 사람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서양이라는 같은 지역이라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이번엔 동양 신화로 넘어와 보자. 마치 한 사람이 똑같은 이야기를 각 지역의 문화에 맞게 잘 고쳐 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사한 모티브와 캐릭터가 대거 등장한다. 이 역시 충격이었다. 위대한 단군의 후손들까지도 신화의 주제에서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와 비슷한 성장 배경을 가진 사람들은 특히, 다양한 분야의 책을 폭넓게 그리고 많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충격을 덜 받는다.

 

 

신화학자들의 설명처럼,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욕망과 두려움을 설명하기 위해 신화를 만들었다. 인간이기에 알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 인간이기에 피하고 싶은 것들, 인간이기에 어찌할 수 없는 것들, 그래도 인간이기에 꼭 해야만 했던 것들이 신화 속에 담겨있다. 그래서 신화는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다.

 

 

「북유럽 신화」역시 마찬가지. 북유럽이라는 지역적 차이점을 강조하긴 했지만, 신화는 신화다. 현대의 북유럽은 복지, 인권,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단연 선망의 대상이지만, 고대의 북유럽은 야만의 대명사라고 할 정도로 무시되고 피하고 싶은 혐오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선망의 대상이던지 혹은 혐오의 대상이던지 상관없이 ‘신화’인 이상 인간의 작품이다. 즉, 인간의 욕구와 공포가 이 책 「북유럽 신화」에도 녹아들어가 있다.

 

 

북유럽의 창조신화는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으로부터 시작한다. 암소가 얼음을 햝자 나온 최고의 신이 오딘이고, 거인 이미르의 겨드랑이 땀에서 나온 것이 인간이다. 그들의 우주는 상, 중, 하의 3층 구조 속 9개의 세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9개의 구역은 당시 사회지배구조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오딘-지배계급(왕, 귀족), 토르-생산계급(자유농민), 트랄-노예계급(농노, 노예)으로 대응되는 전형적인 외모와 의식주 문화가 등장한다. 역시 신화는 인간의 작품이다.

 

 

이 책의 백미는 무엇보다도 저자의 친절한 서론이다. 거대하고 상징적인 신화의 미로 속으로 무턱대고 들어갔다가는 미아(迷兒)가 되기 십상인데, 저자는 이 책 전체의 요약본이요, 길라잡이라고 할 수 있는 서론을 통해 이를 방지하고 있다. 서론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읽은 후에 본문의 개별 신화를 읽게 되면 신화의 깊은 곳까지 도달할 수 있다. 중간 중간 삽입된 그림

 

 

은 신화의 내용을 잘 요약했을 뿐만 아니라, 시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상상력을 보다 자극한다. 책 표지의 홍보 문구처럼 ‘스타워즈’, ‘어벤져스’ 등 할리우드의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모티브가 된 북유럽 신화. 인간의 상상력이란 구체적인 모습에선 다소의 차이와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근원적인 출발점은 여전히 갇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 책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과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모습은 성격, 수, 하는 일 등에서 너무나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을 옆에 두고 구조주의적 접근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신화의 새로운 세계가 열리리라 믿는다.

 

 

전체적으로 친절한 책의 구성과 자연스러운 번역 그리고 휴게소 역할을 하는 그림 덕분에 꽤 두꺼운 북유럽 신화를 단시간에 그것도 매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좋은 책이다. 추천한다.

 

 

- 이 서평은 출판자에서 제공한 책자를 읽은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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