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집
송영화 지음 / 에세이스트사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풍겨져 나오는 바둑이야기의 냄새.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미생"과 혹여 비슷한 이야기는 아닐까? 바둑에 관여된 수필들을 모아 놓은 것은 아닐까 하는 기대로 책을 펼치니 프로기사를 뒷바라지하는 어머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로기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엮어놓은 수필들이다.

단순히 아이의 뒷바라지 하면서 겪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의 대회를 아이 몰래 뒤따라 그저 좋은 성적을 기다리는 기다림의 여행 이야기, 무조건 이기는 것에만 집착하던 초기에서 바둑에서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의 이야기, 이길수 있으면서도 귀찮아서 져주고 심지어 복귀과정에서 하수의 이야기를 듣기만 하여 재미없게 길어지는 시간을 줄이려했다는 아이의 이야기들이다. 단순히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아이와 엄마도 마음이 함께 성장해가는 것을 느낄수 있다. 잔잔하게 마음의 격동 없이 써내려간 글에서 편안함마저 느껴진다. 학력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중학교,고등학교마저 포기하고 오로지 일년에 한명 입단할수 있는 프로바둑기사를 뒷바라지 하는 부모의 마음에 어찌 걱정이 없겠는가? 그렇지만 그런 걱정 근심보다는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평온함을 느낄수 있는 까닭은 자식에 대한 한없는 신뢰에서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그런 강한 마음은 부모이기에 아니 엄마이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나간 어린시절에 먹고 살기도 힘든 그 시절에 공부하는 아들을 위해서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고 묵묵히 웃음으로 견디어 주던 그 주름진 모친의 얼굴이 떠오르게 해준다.

한숨을 돌려 바둑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나니 저자의 일상의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시간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어린시절의 이야기부터 현재의 이야기까지 일정한 순서로 짜 맞추어 놓았다기 보다는 누구나 삶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을 해봤을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때로는 정치적인 이야기며, 국제사회적인 이야기에서 일상생활의 가벼운 이야기까지 문득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잘도 포착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짓게 만든다. 특히 햇살에 비친 먼지의 이야기는 청소보다는 내눈에 보이지 않기를 기다리는 일상의 게으름을 너무나 잘 표현한 것은 아닐까?

"문" 이야기는 없어지는 우유의 범인 찾고자 하는 사람과 잡상인으로 생각하는 저자와의 의사소통으로 인해서 벌어지는 한편의 촌극이다. 그렇지만 일상의 삶에서 그런 오해가 얼마나 많이 생기는가? 자초지정을 이야기하고 나의 생각을 먼저 드러냈다면 그런 오해는 없었을 것인데, 처음부터 내 속을 먼저 드러내는 것이 상대에게 약점을 잡힐까봐 보여주지 않고 상대의 속을 먼저 들여다보려고 하는 욕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뻔히 알면서도 쉽사리 그리하지 못하는 것이 전쟁터와 같은 우리의 삶 때문일까? 그리 오래되지 않은 과거에는 이러한 일이 훨씬 더 적었을것 같은 이유는 뭘까? 비록 작은 이야기 하나이지만 현대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올바르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 그저 촌극으로 미소지으며 웃어 넘길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책 곳곳에서 독자들이 제각각 찾을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니 웃음지으며 읽을수도 깊은 생각을 더 해볼수도 있는 흥미진진한 책이다. 한판의 바둑을 두면서 즐거웠다 흥분되었다 슬펐다 하는 다양한 즐거움이 있는 책이니 펼쳐볼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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