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과 개요만 봤을 때 떠오른 이미지는 백발의 왜소한 노인이 자기 몸 만한 가방에 고문서를 넣고 시골길을 터벅터벅 걸어가는 장면이었다. 알고 보니 좀 더 조직적이고 큰 규모의 사업이었다.
일본어 고유명사가 많아 눈과 뇌가 어지럽지만, 그 와중에 묵직하고 고요한 감격이 있다.
책을 구성하는 두 개의 축. 하나는 반납의 과정. 하나는 반납한 문서를 계기로 본격화된 지역 연구의 간략한 성과 보고. 기존의 일본사 인식을 까부시는 새로운 관점을 발견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
땅과 농업을 중심에 놓고 일본 민중의 역사를 파악하던 시각이 주였는데 저자는 강과 바다에서 어업과 상업을 활발하게 전개하던 해민, 즉 바다의 백성을 새롭게 민중사의 한 축으로 부상시킨다.
여기서 서술되는 바다의 백성들은 왠지 만화 해황기와 시오노 나나미의 바다의 도시 이야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홍어장수 문순득도 한국판 바다의 백성이었다는 역자의 지적도 참고할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