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논문을 쓸때 조금이라도 인쇄비를 줄이려고 다소 억지로 본문의 상당 부분을 각주로 돌렸었다. 각주가 글자 크기가 훨씬 작으니까. 10% 정도는 분량이 줄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비율이 훨씬 클 것 같다.

비틀린 유머감각으로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날카롭게 현상을 통찰하던 관찰자가 가끔 ‘~지는 나도 모르겠다.‘라고 할때가 왠지 내게는 하이라이트가 된다. 요상한 취향인가.

내가 비웃는 바로 그 이유로 남이 자기를 비웃을까 걱정하는 사람. 그가 두려워하는 것은 도덕적 지탄이 아니라 미학적 경멸이라는 것. 혹은 이 사람에게는 미학 안에 윤리가 포함된 것도 같고.

어렵고 복잡하고 메마른 주제를 쉽고 간결하고 빵터지게 요리한다. 천재네.

큰 나무를 그리는데 잔가지와 잎사귀까지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리는 타입. 엄청난 양의 주석과 삽입. 잎사귀의 작은 상처까지 재밌다.

웃기지만 우습지 않고 불편하지만 불쾌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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