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쓰는 것이 업인 사람의 글은 대체로 좋다. 감흥이 기체가 아닌 고체라는 느낌. 궁금한 건 내가 머리만 쓰는 인간이라 더 좋은 걸지, 반대로 몸을 쓰는 사람이었다면 더 좋았을지.
눈을 감고 소리만 들어도 좋다. 바람에 풀이 뒤척이는 소리, 새들이 수근대는 소리, 물이 땅에 닿는 소리에 냄비가 부글거리는 소리, 도마를 달리는 칼의 소리, 한입한입 정성껏 씹어먹는 소리,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조금씩 닮은 음악 소리. 말의 의미는 알 수 없지만, 팝송도 가사를 알아서 듣는 건 아니니까.
애플은 사치품 브랜드라는 분석이 인상적. 그러고 보면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기업 중에 애플만큼 세계적인 규모의 신앙에 가까운 열렬한 팬덤(단순 사용자가 아닌)을 가진 곳은 없는 듯.
테이블에 차려진 진수성찬 아래에 수없이 많은 뱀이 있다. 문을 열기 전엔 몰랐던. 유리 열쇠는 문을 열 때 부숴져버리고 다시 잠그지 못한 문으로 뱀이 쏟아져 나와 저항할 틈도 없이 습격한다. 주제에 대한 완벽한 비유. 거대한 욕망은 유리열쇠만큼이나 취약하다는 것.+폴 매드빅의 캐릭터는 어딘가 개츠비와 통하는 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