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는 강렬하지만 무언가 맺힌 것들을 말끔히 해소시키고 함께 증발하는 종류가 있는가 하면, 밍밍하고 미지근하고 색이 연하지만 아무것도 해소하지 않고 들어온 형태 그대로 남아 쌓여가는 종류가 있다. 이 책의 감각은 후자 쪽의 슬픔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홍성수 교수나 김승섭 교수의 책에서 좋았던 점과 비슷하다. 몰랐던 사실이나 새로운 관점을 전해주는 것도 좋았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그들이 자신의 연구대상과 자신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고민하고 있다는 점, 그래서 결국 자신의 혹은 자신과 같은 다수자, 상대적 강자의 이상적인 위치와 태도에 대한 최종적인 해답을 내지 못하고 판단을 유보했다는 점이다. 그점 때문에 난 그들이 진심이라고 느꼈다. 진심이기에 성실하고 성실하기에 고민을 손쉽게 마감하고 판단을 자신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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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나 목차를 보면 학술서라기 보다는 대중서에 가까운데 약간 불친절하다. 인문학 연구자가 쓴 대중서는 대체로 위치선정이 애매하다. 전공자가 읽기에는 얕고 대중이 읽기에는 뻑뻑하다. 학술저작에서 복잡미묘한 내용은 덜어내면서도 표현방식, 어휘나 개념어 등은 별다른 해설없이 그대로 남아 있다. 헤겔의 절대정신 같은 건 나같은 철알못은 잘 모른다. 차라리 복잡미묘한 내용을 알기 쉬운 말로 서술하면 이해했다는 착각이라도 할텐데. 아니면 적어도 도구 사용법은 간단한데 좋은 물건을 만들기 어려운 편이 도구 사용법이 복잡해 그거 배우다가 진이 빠지는 것보다는 낫다.

그렇기는 하지만 역사와 철학에 어느 정도 소양이 있는 독자에게는 괜찮은 책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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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와 연대하고 있다는 이 책의 번역자는 번역이 개판인건 둘째치고, 여전히 이 세계를 공산화시키겠다는 열망을 품은 악의 집단이 진보라는 이름을 내걸고 암약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 것 같다. 이 책이 이미 수십년 전에 간행된 것이고 따라서 이 책에서 신랄하게 까는 진보라는 것은 이미 수십년 전의 진보이고 강력하게 옹호하는 자본주의도 저자가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다.

저자는 정경유착과 금권주의, 환경 문제와 빈부격차, 세계화의 흐름 등을 아직 보지 못한 시기에 이 책을 썼다.번역자는 그런 문제들이 이미 오랫동안 제기되어온 요즘에 이 책을 번역했는데 번역이 너무 엉망이라 화가 치민다. 이 와중에 지만지스럽게 책 값이 비싼데 편집자는 대체 뭘했냐고 묻고 싶다.

저자가 살아있다면 자신의 야심작에 대한 이 오독과 발번역을 보며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를 느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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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HOW TO READ 융 ㅣ How To Read 시리즈
데이비드 테이시 지음, 박현순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친구를 통해, 일부 안티 페미들의 레퍼런스로 사용되는 조던 피터슨을 알게 됐고 그가 융 심리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사실도 들었는데 마침 사놓은 이 책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읽어본 결과, 조던 피터슨의 이론이 여기에 기반했겠구나 싶은 부분들이 과연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융을 잘못 이해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한게 아닐까 싶은 측면도 있었으니, 그것이 뭔가하면, 예를 들어 융은 기성 종교가 종교적 의례를 통해 집단 무의식을 제어하여 일종의 정신적 균형을 유지시켰으나 종교의 권위가 추락하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기성 종교를 다시 강화하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했고 종교의 역할을 대신할 다른 대안들, 예를 들면 예술의 역할을 강조한데 반해 말로 전해들은 피터슨의 이론은 그가 이미 검증된 것이라 간주하는 과거의 체계, 예컨대 가부장적인 역할분담 등,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한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피터슨을 제대로 읽어보기 전에는 일단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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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 2018-09-15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악한 내용이 맞소 ㅋㅋ

채드 2018-09-1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런 것이었구만
 
부분과 전체 - 정식 한국어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김재영 감수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과 철학과 문학과 예술과 그밖의 많은 것들이 아직 완전히 분리되지 않았던 시기, 부분은 여전히 전체를 닮은 모습이었다.

대상이 너무 작아졌을때 우리는 더 이상 목격하지 못하고 희미한 흔적들을 연결해 그림을 그린다. 어쩌면 인간은 늘 그런 식으로 우주를 봐왔다. 그리고 이해했다 혹은 믿었다, 그 표상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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