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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토마스 프랭크의 <왜 가난한 자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캔자스시티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를 훨씬 먼저 읽었었다. 두 책 모두 미국에선 2004년 대선에서, 민주당 패배의 충격 속에 출간되었던 모양이고, 미국 내에서는 출간 당시 레이코프의 책이 훨씬 더 반응이 컸던 모양이다.
한국어 번역은 레이코프가 2006년, 토마스 프랭크는 2012년에 이루어졌다. 한국에서의 반응 역시 상당히 뜨거웠던 레이코프를 당시에는 오히려 미루고 읽지 않았었다. 결과적이지만... 토마스 프랭크부터 읽은 것이 내겐 좋았었다. 토마스 프랭크의 책들은 뒤에 두어 권 더 읽었는데, 태작 없이 취재는 성실하고 가설은 반듯했으며 문장에선 열정이 느껴졌었다.
엄밀히 말해 레이코프의 이 저작은 언어사회학의 연구 결과물로 보는 게 더 걸맞지 않나 싶다. 레이코프의 핵심이 프레이밍이었으므로..... 프레이밍의 동학에 크게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실체로서의 2004 미 대선에 대해서라면 토마스 프랭크의 성실한 다각도의 분석이 좀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프레이저의 <코끼리...>는 읽기 전 리뷰로만 접했을 때나 읽기 시작할 무렵엔 결국 언어의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말의 힘이 크지만 아무리 커도 문제의 본질 전체를 대체할 수는 없지 않나는 생각이었으므로 사실 좀 시큰둥했었다.
'진정한 이름을 불러줄 때에' 언어가 마력을 획득한다는 인식은 언어를 기호로 인식하지 못하고 실체로 인식했던 시기의 미망이다. 그래선가? 레이코프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충분히 설득력 있지만, 생활을 담지하는 정치의 문제에 대해 단선적으로 그 주제를 다룬 듯 보여서, 어딘지 동화만큼 명쾌하되 동화처럼 단순해 보였다.
책을 덮고 나서, 사안에 접근하는 시각을 어떻게 잡느냐 하는 것은 정치 동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좀 더 넓게 생활 정치에서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하는 문제로 이해해야 하는 거라는 생각에 미치면서여야 조금 더 진지하게 볼 문제다 싶다.
오웰의 <1984>에서 보였던 아이디어 '신어 사전'은, 매우 매력적인 통치방식이었고,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사고의 제한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도록 논의를 열 수 있게 생활정치의 공간을 여는 문제로 대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