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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 ㅣ 윤지형의 교사탐구 2
윤지형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3년 8월
평점 :
윤지형의 <다시 교육의 희망을 묻는다면>(교육공동체 벗)은 제목이 다소 상투적이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상투적이듯이. 그런데도 왜 그런 제목을 붙였을까? 그것은 아마도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을 말해서는 안 되는 저자(혹은 우리 모두)의 보편적인 긍정적 세계관 때문이리라. 하여, 나는 책머리에서 드러난 그의 절망이 다소 당혹스러웠다.
'학교의 변화는 가능할까? 10년 전, 20년 전이라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변화 가능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고. 그러나 이제 내 대답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회의적이고 비관적이 되었다. (…) 바람직한 변화의 가능성이 희망이라면 그렇지 못한 변화 가능성은 절망이며 저주인 것이다. 나는 갈수록 절망이며 저주로서의 학교의 변화를 현실로 경험한다. 희망은 허상이고 절망만이 진실임을 시시각각 확인한다고 해야겠다. 어쩔 것인가. 이리 되고 말았다.(8쪽)'
다행히도 그는 또 이렇게 말한다.
'캄캄한 밤길이 내 앞으로 뻗어 있다. 대낮에도 캄캄한 길. 캄캄함. 이것만이 지금 내겐 가장 리얼리티이고 가장 진실에 가깝다고 느낀다. 캄캄함 속에서 나는 겨우 안심한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캄캄한 길 저편에서 반짝이고 있는 불빛 하나를 발견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불빛은 홀로 그렇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나는 길을 갈 수 있다. (…) 이 세상 어딘가에 스스로 불을 밝히신 선생님이 별처럼 존재하고 스스로 샘물이 된 선생님이 거짓말처럼 존재한다는 것. 존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건 안다.(12쪽)'
세상의 어둠은 그대로인데 어둠 속에서 그가 돌연 안색을 고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스스로 불을 밝히신 선생님들이 별처럼 존재하고', '스스로 샘물이 된 선생님들이 거짓말처럼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리라. 그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그는 절망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결국 그는 희망이라는 상투적인 말을 다시 쓸 수밖에 없게 된 건 아닐까.
이 책은 저자가 수년에 걸쳐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서 만난 '한 점의 불빛'과 '옹달샘'이 된 13명의 교사들의 삶을 생생히 증언하고 있다. 그들의 눈물겨운 활약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학교는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저자 윤지형의 르포 형식의 글과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교사가 저자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로 직접 쓴 '그 후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첫 주인공은 <사랑으로 매긴 성적표>의 저자 이상석(부산 신도고) 선생님이다.
'어느 가을 문학 시간, 이상석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책걸상이 모두 뒤로 밀쳐진 교실 바닥에는 노랗고 붉은 나뭇잎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눈빛 맑은 여고생들은 그 낙엽 위에 삼삼오오 앉아 그의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30대 중반의 청년(!) 교사였던 그는 저 예쁘기 그지없는 처녀 아이들에게 큰 절을 올린다. 너무도 고맙고 행복해서.(26쪽)'
그 '사랑'과 '행복'이 크디컸던 만큼 해직 사태를 맞은 이상석과 처녀 아이들은 엄청난 슬픔과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음은 두말이 필요치 않다. 또한 쫓겨난 스승과 스승 잃은 제자들의 학교 밖에서의 '만남'까지 감시하고 방해하고 불온시하고 폭력까지 행사했던 타락한 언론, 교육청관료들, 한심한 몇몇 교사들 때문에 아이들이 겪은 슬픈 혼란과 오직 그로 인한 이상석의 아픔과 절망도…(27쪽)'
이 책의 장점은 그가 만난 교사들의 다양한 면면에 있다. 저자가 탁월한 필력으로 복원해 놓은 주인공들의 감동적인 내면의 모습과 함께 우리 교육의 지형도를 한 눈에 읽을 수 있다. 몇 편 제목만 열거해도 속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순결한 양아치들이 나는 좋다(조영선)'
물만골 처녀선생은 무엇으로 사는가(김정애)
학교는 혁신이 될 수 있을까?(이범희)
교실에서 행복하시나요?(박현숙)
'교사-교장' 그 오래된 경계를 넘다들다(고춘식)
'작고 아름다운 학교'를 위한 연가(조영옥)
'우리는 '국가보안법의 나라' 교사였다.(한경숙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