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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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약 백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책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이 기획의 여섯 번째 책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온 여성 작가 박화성은 1932년 《동아일보》에 『백화』를 연재하면서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장편소설을 쓴 여성 작가이다. 박서련 작가는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서는 박화성 작가의 소설 세 편과 박서련 작가의 소설 1편 에세이 1편을 한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박서련 작가의 소설로 박화성 작가의 「하수도 공사」를 변주한 작품이다.

박화성 작가의 소설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에는 궁핍한 노동자와 농민, 억압적인 가부장제 하의 여성의 삶을 다룬다. 일제 식민지 하의 조선인들의 삶은 지배세력 일본의 착취로 인해 궁핍과 굴욕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여성들의 삶에는 가부장이라는 지배세력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한 비밀 결사체 비슷한 독서 동아리 ‘유독’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여대생 림과 진이다. 이 둘은 동아리의 선후배 사이인 동시에 연인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독서 동아리 유독에서는 박화성 작가의 소설 「하수도 공사」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박서련 작가는 박화성 작가가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 더불어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 가부장적 가치, 퀴어 문제 등을 다룬다.

우리의 모든 것은 시대의 산물이다. 내가 껴안고 있는 자아도, 타자를 껴안고자 하는 나의 욕망과 사랑도 이 모든 것이 다 말이다. 이 소설들 속에서 등장하는 ‘정세’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늘 변화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 내 욕망에 비추어 합당한지 아닌지 알고자 한다. 무력한 개인은 당대의 지배세력(계급, 성별, 젠더 등)이 흐름을 주도하는 정세에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이 둘 사이 어디에선가 복잡하게 갈등한다. 정세에 합당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갈등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에 한계를 지우는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 출판자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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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번트가든의 여자들 - 18세기 은밀한 베스트셀러에 박제된 뒷골목 여자들의 삶
핼리 루벤홀드 지음, 정지영 옮김, 권김현영 해제 / 북트리거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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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번트가든의 여자들』 18-19세기 영국 역사를 전문분야로 하는 역사가이자 소설가인 핼리 루벤홀드의 데뷔작이다. 이 책은 1757년 출간된 책자 《해리스 리스트》라는 성 구매자용 카탈로그(북트리거 출판사는 책 소개에 ‘매춘부 리스트’라고 소개한다)를 통해 18세기 런던의 성 풍속을 다룬다.  


이 책은 《해리스 리스트》를 만드는데 관여한 세 명의 인물인 새무얼 데릭, 존 해리스(일명 잭 해리스), 샬럿 헤이즈의 삶을 추적하며 전개된다. 이들은 어떠한 경로로 매춘부 리스트를 만들게 되었을까. 무엇이 이 책자가 만들어지도록 했나. 매춘부 리스트를 누가 구매했는가. 매춘부 리스트에 들어있는 매춘부들은 누구인가, 이들은 어떠한 삶을 살았나. 


이 책은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의 햇살이 밝게 비추는 대로변 건너에 있었던 매음굴에서 살았던 약자들과 그들을 착취했던 사람들의 삶을 살펴본다. 당대 런던 사회의 어떤 면들이 그러한 매춘 산업을 번성케했는지 살피는 과정 속에 계급과 지위가 낮았던 런던 사람들의 고달팠던 삶을 엿볼 수 있다. 


《해리스 리스트》
이 리스트는 1757년 아일랜드 출신의 빈털터리 시인 새뮤얼 데릭, 셰익스피어즈 술집 수석 에이터 존 해리슨, 런던의 유명 매춘부 샬럿 헤이즈가 함께 만든 책자다. 이 책자는 런던 매춘부들의 프로필을 모은 것이다. 매춘부들의 이름, 외모, 출신, 매춘 행위 시 특징 등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책자는 가격이 2실링 6펜스였는데 이 책값은 장인 수준의 재단사가 받던 일급보다 많았고, 가구를 갖춘 방의 일주일 치 임대료나 돼지 한 마리 값에 맞먹는 금액이었다. 이 책자는 어느 정도 돈도 있고 교육도 받아서 최소한의 안목이라도 갖춘 신사들을 주요 독자로 제작되었다. 책은 남자들의 조끼 주머니에 쏙 들어가도록 콤팩트한 사이즈로 제작되었다(늘 가지고 다니면서 향락과 쾌락을 즐기라는 배려인가). 또 매춘부 리스트들을 항상 최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갱신해서 출간했다. 종간까지 총 25만 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18세기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에서 살았던 가난한 사람들

18세기 런던에서 가난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떠했을까. 18세기 영국 사회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 수준은 쉽게 바뀌었다고 한다. 정부 보조금이나 근로자 연금 같은 것이 없고, 실업수당 장애수당도 없었다. 일자리를 잃으면 밥을 먹지 못했고, 먹고살기 위해 죽을 때 가지 일해야 했다. 당시 사회 개혁가들도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의료 서비스라는 개념을 떠올리지 못했다. 당시 런던 사람들은 투기꾼과  채무자가 넘쳐났다. 남들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에 열성적인 사람들은 부채에 허덕였다. 위태로운 중간계급 사람들은 생활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가 그것이 역부족일 때 딸들을 매춘가에 돈을 받고 팔았다. 삶의 안정은 금방 무너질 수 있는 것이었고 범죄와 가난은 무척 가까운 곳에 있었다. 특히 18세기 빈민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열악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발언권도 투표권도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경멸당했고 인간 이하의 취급이나 아예 없는 사람 취급을 당했다. 폭력의 희생자가 되어도 그들을 보호해 줄 사회 시스템도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사회적 공감대도 없었다. 그저 경멸과 굴욕만이 있는 삶이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자리는 보수가 대부분 낮았기에 소매치기, 강도, 빈집털이, 장물 매매, 매춘 알선, 사기도박이 오히려 나은 돈벌이 수단이었다. 일자리를 더 구하기 힘든 여성들에게 매춘은 경제적으로 궁핍을 면하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극한의 궁핍과 잔학 행위, 학대와 불평등이 일상인 세계가 당시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이었다. 거기에서 여성의 육체를 상품처럼 거래되어고 강간을 유혹과 동의어로 보는 인권유린이 그들의 상식이었다. 가난한 여자아이를 매춘가에 팔아버리는 부모는 널렸고, 하녀들들 중엔 일시적 실업 상태에 빠져 있을 때는 성매매를 해서 먹고살았다. 매춘은 하고 싶으나 성병에 걸리기 싫은 귀족들은 어린 소녀들과 아이들을 원했고, 포주들은 이러한 수요에 맞는 공급을 제공하기 위해 가난한 어린 소녀들을 속여서 강간을 통해 길들인 뒤 귀족들에게 바쳤다. 원치 않는 성행위를 하루에도 몇 번씩 제공해야 했던 매춘부들은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들어 알코올에 중독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의 육체와 정신은 포주와 마담과 성구매자들 남성에 의한 각종 학대와 폭력, 성병과 거듭되는 낙태로 쉽게 망가졌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버티기 위해 안간힘을 스며 살았다. 처녀성을 잃은 여자들은 창녀 취급받는 시절이었고 강간은 범죄 취급도 받지 못했다. 그래서 강간 당한 여성들은 매춘 외엔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다. 


<해리스 리스트>에 등장하는 절대다수의 여자들에게 매춘은 스스로 선택했다기보단 잔혹한 운명 같은 것이었다. 이 참담한 현실 속에서도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매춘부들은 어떻게든 버티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돌봤다.



이 책에서 당시 가난한 여성들의 삶을 읽는 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다. 이 책 전반에서 서술되어 있는 가난한 여성들과 매춘부의 삶은 참담하다. 그들이 겪은 학대를 이 독후감엔 일일이 타이핑하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이 타이핑된 텍스트조차 은근한 구경거리일 테니. 당시의 삶을 현대인인 우리가 감히 재단하거나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의 고통을 쉽게 상상하기도 힘들고 대신 그들이 그러한 삶의 조건 속에서도 버티고 살았다는 것이다. 18세기 당시 런던 코번트가든과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 사이의 간극을 생각해 본다. 사회 보장 체계, 사법 시스템, 아동과 여성에 대한 인권 개념, 성 풍속과 성인지 감수성 등 많은 것들이 다르다. 우리가 속한 사회의 체계와 시스템, 규범과 가치와 상식 등 모든 것은 시대의 산물이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들을 감히 떠올리지 못했던 시대의 사람들의 삶을 들려준다. 특권계급에 속한 사람이 아니라 사회의 가장 열악한 위치에서 처했던 사람들의 삶을 말이다. 저자가 말했든 우리는 시대의 산물이다. 18세기 영국 런던 코번트가든의 매춘 사업에 대한 글을 읽으며 우리의 삶은 얼마나 우연적인지 생각해 본다. 내 매일매일의 일상은 그 무엇 하나 당연한 것이 아니며 이 모든 것을 누군가에게 빚지고 있음을 떠올린다.


* 출판사 리뷰 이벤트에 응모하여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가 기억해야만 하는 사실은, 우리가 우리 시대의 산물이듯이 이 사람들은 자기 시대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들이 지닌 견해와 편견은 지금보다 훨씬 덜 관용적인 시대의 산물이었다. 그러나 당시의 도덕주의자들은 그들이 원래 나쁜 놈이라 나쁜 짓을 저지른다고 생각하는 실수는 하지 말자. 이는 좀도둑일지라도 죄다 올가미에 매달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단순 무식한 논리다. - 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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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자의 세계 - 인체의 지식을 향한 위대한 5000년 여정
콜린 솔터 지음, 조은영 옮김 / 해나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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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부학은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해부학 지식이 맨 처음 적용된 곳은 전쟁터였지만 그 이후로 점차 영적인 면을 띠게 되었다. 해부학 역사 초기에 학자들은 머리와 심장의 상대적 기능을 두고 논쟁을 벌였다. 영혼은 어디에 머물까? 이성의 자리는 어딜까? 심장이 머리를 지배할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해부학자들이 해부학 이론에 있어 종교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많은 용기와 고난이 필요했다. 중세 시대에 가톨릭교회는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에스파냐의 불운한 해부학자 메겔 세르베트는 교회의 교리에 도전했다는 괘씸죄로 자신의 해부학 책과 함께 산 채로 불태워졌다. 과학이 교회와 국가에서 분리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16세기에 이르러 근대 해부학이 탄생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기에는 외과의사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해부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공개 해부 시연에는 인간의 형태를 완벽하게 구현하기 위한 열정을 가진 예술가들도 참석했다. 예술가들은 심지어 해부 기술을 익혀 시신에 직접 칼을 대기도 했다. 예술가들의 열정은 해부학의 발전을 이끄는데 힘을 보탰다. 르네상스 시대 이후에는 미술학교에도 해부학을 가르쳤다. 


예술과 해부학은 늘 공생 관계였다. 해부학 책에서 삽화는 텍스트만큼이나 훌륭하게 정보를 전달했다. 초기 이슬람 문헌부터 개별기관의 구체적이고 정확한 해부도까지, 해부학은 인체의 안팎을 보여주기 위해 최신의 시각 기술을 이용했다. 필경사가 손으로 책을 필사하던 시절에는 목판화를 활용해 거칠긴 하지만 해부학 이미지를 책에 담았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석판화 기술이 발명되었고 섬세한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었다. 이후 사진술이 발명되어 해부도의 실재감이 향상되었고 19세기에 이르러 컬러 인쇄술이 발달되면서 더욱 정교해진 해부학 이미지를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해부학자들이 신체기관에 대한 과학적 진실을 추구했다면 예술가들은 작품의 진실성을 갈구했다. 해부학자보다 뛰어난 관찰력을 발휘한 예술가들은 인체를 그리고 조각하는데 늘 매혹되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두개골을 구입하기도 했고 인간의 몸을 직접 해부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미켈란젤로도 다빈치 못지않게 해부학을 파고든 예술가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의 방대한 해부학적 지식은 설득력 있는 인체 묘사를 바탕으로 무수한 걸작을 남겼다. 


저자에 따르면 해부학의 역사는 인류가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극복한 역사이다. 해부학은 인간의 한계를 밝힌다. 우리 각자는 몸 안에서 세밀하게 조정되며, 상호 의존하는 시스템의 섬세한 혼돈 가운데 발생 가능한 오작동의 위험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해부학을 이해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자신을 아는 것과 같다. 



이 책은 기원전 3000년 저자 미상의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쓰인 외과 처치에 대한 기록에서부터 2020년도의 『인체 해부학 및 생리학 컬러링북』까지 해부학 책 150여권을 망라하며 해부학 기록을 추적한다. 해부학 지식은 당대의 의학적 이해 수준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진다. 그 사건들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전쟁을 들 수 있다. 전쟁은 해부학 지식의 수요와 공급 양쪽을 담당한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해부학 기록인 <에드윈 스미스 파피루스>(기원전 3000년경)은 주로 전쟁터에서 입은 상처에 대한 치료법을 기술하고 있다. 이 파피루스는 인상 깊은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뇌의 여러 부위를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다. 텍스트와 연계된 삽화를 수록한 최초의 해부학이라고 주장하는 책 <전장에서의 외과 처치법>도 다친 병사를 치료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또 최초의 내시경을 발명한 사람은 대프랑스 동맹 중에 외과의사로 복무한 필리프 보니치였다. 그는 칼을 대지 않고 인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만든 내시경을 발명하여 해부학에 변화를 일으켰다. 또한 오늘날 여전히 사용되지만 사람들의 입에 거의 오르지 않고 1994년 절판된 책도 있다. 에두아르트 페른코프의 <인체의 국소 해부학>은 1937년에 출간되었는데 당대까지 출간된 해부학 책 중 가장 훌륭한 삽화가 실려있었다. 그의 책에 실린 훌륭한 해부학 이미지는 나치 체제에서 사형당한 사람들의 몸이었다. 나치는 동성애자, 집시, 반체제 인사, 유대인을 학살하였고 그런 잔인한 죽음의 결과는 해부학 지식에 이용되었다. 


평소 우리는 몸속 안에 있는 장기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리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바깥으로 드러난 피부, 모발 등은 늘 관찰과 염려의 대상이지만 심장이나 췌장, 위장, 폐 등이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것들이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여서 병원에 갔을 때 정도이다. 미국의 코미디언과 영국의 의학 작가를 포함해 우리 모두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의학의 발전에 기대어 안락한 일상을 누린다. 의학의 발전에는 전쟁터에서 죽은 수많은 병사들, 그들을 치료했던 의사들, 범죄자의 시신들, 해부학 시신이 돈이 되었기에 죽임을 당한 돈 없는 사람들, 온갖 학살에서 죽임을 당한 사람들, 인간의 신체에 매혹된 예술가들, 의학 지식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의사들, 해부학 책을 만들고 인쇄하고 배포한 사람들 등 무수히 많은 삶과 죽음 덕분에 가능했다. 우리의 모든 순간은 이 모든 사람들에 빚지고 있음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해부학법은 영국의 악명 높은 계급 체계를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부유하고 권력 있고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들은 과학의 발전을 내세우며 해부를 지지했다. 자신의 몸이 난도질당할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작업장에서 아무도 찾아가지 않는 시신은 가족이 장례조차 치러줄 수 없는 빈곤한 사람들의 것이었다. 해부학법의 예기치 않은 결과는 망자의 주검에 대한 굴욕스럽고 경멸적인 공개 해부를 가난한 사람들의 몫으로 만든 데 있었다. 해부는 더 이상 범죄에 대한 형벌이 아닌 가난한 죄에 대한 형벌이 되었다. -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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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4.9 202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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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은 물론 세상을 깊게 이해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꼭 읽어야 할 세계적인 시사 전문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24년 9월호 중 특히 인상 깊게 읽었던 기사 몇 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커버스토리  Article de couverture  

AI 디지털을 배회하는 공산주의 유령


2024년 9월 <르디플로> 커버스토리는 인공지능 패러다임의 상반되는 두 관점, 인공지능의 탄생 맥락,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회의, 앞으로 인공지능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모색한다.


이 글의 저자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산티아고 보이즈>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한다. 그의 팟캐스트 <센스 오브 리벨리언>를 통해 사이버네틱스가 제시하는 유토피아의 대서사를 CIA와 LSD 관계, 자본주의와 마오주의 관계 등을 통해 들려준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술이란 '인간 문명을 뒤바꿀 혁명적인 기술'이라기는 심상을 불러일으킨다기보단 벌써 익숙한 단어가 되었다. 


귀에 너무나 익어버린 인공지능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있다고들 한다. 우리는 이제 핵심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커버 기사에서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인공지능"을 계속 추진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인간 향상을 이를 수 있을까이다. 한편 여기서 '향상'이라는 단어를 흘려 읽으면 안 된다.  이 글에서는 인공지능 패러다임을 두 가지의 관점으로 구분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의 관점은 '인간 증강' 대 '인간 향상'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인간 향상'의 관점으로는 정신과 의사에서 사이버네틱스 전문가로 변신한 100세의 히피 워렌 브로디라는 인물이 중심에 있다. 그는 AI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중시했다. 정보 기술은 단순히 작업 처리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인간이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참여하는 방법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보았다. 브로디는 사이버네틱 기기의 핵심 성질로 "반응성"을 내세웠는데, 이 "반응성"은 인간과 기계의 대화를 촉진하고 생태적 인식을 심화시키는 방법으로 생각했다. 브로디의 비전에서 기술은 우리의 취향을 풍부하게 하고 인간의 잠재력을 새로운 영역으로 끌어올려, 인간 경험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브로디의 '인간 향상'의 반대되는 관점으로는 '인간 증강'이 있다. 이 관점은 건축가  네그로폰테의 견해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의 견해는 브로디와 상당한 대조를 보인다. 브로디는 사람들이 진정으로 변화와 끊임없는 혁신을 원한다고 가정한 반면, 네그로폰테는 사람들의 즉각적인 요구를 파악하고 충족시키는 데 목표를 두었다. 즉 네그로폰테는 기발하고 독특한 기계를 만들어 기술이 생산성 향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네그로폰테의 견해에 대한 우려는 기술이 인간만의 고유한 예술성이나 창의성 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가령 생성형 AI 기반 도구가 그린 그림의 창의성은 인간의 그것과 분간하기 어려운 경지로 올랐다.


요약하자면 '증강'은 효율성의 명목으로 인간의 능력을 저하시키는 반면, '향상'은 인간 능력을 개발해 인간이 세상과 더 풍부한 상호작용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기사는 인공지능 패러다임과 관련된 두 견해를 보여준 뒤 인공지능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전개한다. 먼저 인공지능의 탄생 배경과 전개 양상을 간략히 설명한 뒤 인공지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관점을 제공할 사이버네틱스의 거장 워렌 맥컬러를 소개한다. 인공지능은 1950년대에 군사적 목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군사 전략과 작전에 맞게 작업을 처리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다. 저자는 기사에서 인공지능은 '군국주의와 자본주의의 완곡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p16)고 말한다. 가장 비판적인 인공지능 옹호자들도 인공지능을 규제하고 억제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인공지능 이후 사회주의적 기술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라 말한다. 그가 말하는 포스트-AI 사회주의적 기출 정책의 주요 목표는 계층, 인종, 성별과 관계없이 각 개인의 창의적 자율성을 키우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여러 기관, 인프라,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신자유주의 경제를 가속화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교육 및 문화 정책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올바른 기술과 인공지능에 대한 일정 정도의 회의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포커스 기사

파룬궁의 아포칼립스 왕국


티모테 드 로글로드 기자가 작성한 포커스 기사는 파룬궁에 대해 다룬다. 이 글은 파룬궁 탄생과 전개에 대한 간략한 소개, 중국 정부의 탄압, 파룬궁 운동의 확장, 미국 정부와 의회의 제도적 지원을 받고 있는 현황 등을 소개한다.



파룬궁은 1950년대 중국 인민공화국과 함께 탄생했고 창시자는 리홍쯔(1951년생)이다. 파룬궁은 체조와 명상으로 이루어진 선조들의 수련법인 기공을 현대적으로 변경한 수행 방법이었다. 중국과 관계가 처음부터 적대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문화혁명이 일어나면서 기공이 봉건적 미신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중국 정부는 파룬궁을 박해하기 시작했다. 파룬궁이 박해를 받은 이유로 종교학 박사 마크 르브랑슈는 "중국 역사상 수많은 반란이 종말론 운동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중국 집권층은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한다.


1999년을 기점으로 중국 정부는 파룬궁을 박해하기 시작했고 신도들도 체포당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파룬궁 신도들을 대상으로 저지른 체포, 사살, 장기적출이라는 끔찍한 일을 저지른 것은 여러 독립 기관들의 보고서에 뒷받침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독립 단체들은 대부분 파룬궁의 재정적 지원을 받았으며 이 기관의 회원은 대부분 파룬궁의 신도였거나 친 파룬궁 언론사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 기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로 파룬궁이 운동의 중심을 1990년대 말부터 뉴욕으로 옮긴 것, 파룬궁 뉴욕 본부에 속한 션윈 예술 단원단이 구호단체로 인정받아 세금 면제를 받고 있는 것, 자산 규모를 2억 2800만 달러로 신고한 것, 2019년 미 의회가 파룬궁을 지원하기 위해 약 48개 법안과 결의안을 제출한 사실 등이 있는데 꽤 인상 깊다.  



부자들의 고독 VS 빈자들의 고독


사회학자 실뱅 보르디에가 쓴 글은 '고독'이라는 사회문제가 계급별로 다르게 전개됨을 보여준다. 서양 세계에서 고독은 특정 범주의 사람들이 갖는 문제로 인식된다. 이 특정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을 대게 무능력하고 불행하다고 사전에 판단을 내리도 있으며 언론에서는 고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를 '다시 맺을' 가 있다고 말한다. 돈이나 직업, 학위, 거주지가 없고 경제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 의식이 없는 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면 고독으로부터 자유로워질 것이라는 식의 보잘것없는 해결책을 저자는 비판한다. 



 부자들의 고독과 빈자들의 고독은 다르다. 부자들은 자기 자신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고독을 선택한다. 인적이 드문 곳에서 자기 자신과 하는 열정적 대화로서의 고독은 스스로에게 충실하게 해줌과 동시에 엘리트층이 동경하는 사연 상태로의 회귀라는 욕구도 충족시킨다. 유명인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고독에는 돈, 시간, 신체, 지식, 주변인 등이 필요하다.


목수정 작가님의 글

Corée 코로나 기승... 에어컨 공화국의 여름 나기가 남긴 것


이번호 한국어 기사에 목수정 작가님의 글이 있어 리뷰를 남긴다. 목수정 작가님은 한국의 기록적이었던 여름 무더위와 파리 올림픽의 에어컨 관련 보도를 엮어 에어컨 공화국인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먼저 지난 파리 올림픽 선수촌의 에어컨 관련 국내 언론은 거의 대부분은 프랑스의 준비 부족을 비난했다. “폭염에도 ‘노 에어컨’… 선수만 고생, 파리 무슨 일” (KBS 8시 뉴스, 7월 10일 자) 등 자극적인 타이틀을 뽑아 이것을 본 한국인들은 자동적으로 분노와 불만을 표출했다. 이 뉴스가 나온 날과 그 전날의 파리의 최고기온이 26도였던 것, 파리의 7월 한달 평균 최고 기온이 25.8도인 것, 전형적인 파리의 여름 날씨는 습하지 않고 보송하여 해가 쨍쨍한 낮에도 그늘 속은 시원한 것, 파리 아파트엔 대부분 에어컨이 없는 것, 파리에 사는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자가용에는 대부분 에어컨이 없는 것등은 쏙 빠졌다. 파리의 여름은 본격적으로 선선해지는 초가을 날씨와 비슷한 듯하다. 최고온도는 25도이고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하다. 오히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면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에 최악인 것은 보도하지 않았다.



목수정 작가는 올여름 한국의 기록적인 폭염과 열대야를 보면서 에어컨 공화국인 우리 사회를 돌아본다. 강력한 에어컨 바람을 위해 빵빵하게 돌린 에어컨의 실외기는 도시 열섬 현상을 만드는 주범이다. 우리가 더 빵빵하게 에어컨을 틀수록 열대야는 더욱 길어질 수밖에 없다. 도시 열섬 현상을 만드는 주범이 바로 에어컨 실외기이기 때문이다. 


목수정 작가는 지구 생태나 기후 위기에 대한 이슈에 무관심한 채 오로지 점점 더워지는 여름에 더 빵빵하게 에어컨을 트는 것으로 대처하는 한국의 대책을 비판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발달한 두뇌로 개발한 테크놀로지인 에어컨은 전기세라는 대가만 지불하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님을 깨닫는다. 바깥 온도가 35도라서 실내 온도를 19도에 맞추어 놓고 양복에 넥타이까지 메고 폭염 대책 논의 회의에 참석하는 사회 지도층의 이미지는 딱 우리의 수준을 말해준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성일권 박사가 2024년 9월호의 사설(Editorial)에서 쓴 것처럼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지식인은 물론 세상을 깊게 이해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꼭 읽어야 할 세계적인 시사 전문지이다. 2024년 8월 기준 27개 언어 36개 국제판으로 통틀어 200만 부가 발행되고 있는 이 〈르디플로〉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는 절대 읽을 수 없다. 논문을 읽듯이 촘촘하고 분석적으로 읽어야 할 텍스트이다.


​ 앞으로도 <르디플로>를 읽어가면서 만나게 될 인물, 사상, 개념, 사회 현상, 역사적 사건 등을 인지적으로 편안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읽고 세상을 바라보는 창을 더 커다랗게 만들고 싶다.



*출판사 제공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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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중세 유럽 역사
신성출판사 편집부 지음, 야스시 스즈키 그림, 전경아 옮김 / 생각의집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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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세 유럽의 영웅, 신화와 전승, 농촌과 도시, 기독교회, 국왕과 영주, 환상 속 동물과 괴물 등 중세 유럽의 이모저모를 그림과 지도, 잘 정리된 연표를 통해 설명한 책이다. 온라인 서점의 책 소개 페이지에서는 이 책을 중세 유럽에 대한 ‘비주얼 도감’이라고 소개한다. 일본의 출판사인 신성출판사 편집부가 펴낸 이 책은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이는 편집을 칭찬하고 싶다. 이 편집 덕분에 중세 유럽 역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책의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유익한 역사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중세’란 명칭은 르네상스 시대인 1600년대에 확립되었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로 대표되는 고전문화 시대와 이 고전문화가 부활한 르네상스 시대의 중간 시대라는 뜻으로 쓰였다. 보통 기독교의 지배를 받았던 이 시기를 ‘암흑시대’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기독교를 비판적으로 바라봤던 계몽사상에서 보았을 때 이 시기는 계몽이라는 ‘빛’을 비춰야 하는 시대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시대적 범위>

서양사의 시대구분에서 중세란 고대와 근대(또는 근세) 사이에 위치하는데, 연대로 보면 4~5세기에서 15세기까지를 말한다. 1000여 년간 지속된 이 시기는 중세 초기 - 중세 중기 - 중세 후기로 크게 세 기간으로 나눌 수 있다.

역사적 사건으로 보면

초기 : 동서로 분열된 로마제국(395년) 또는 서로마 제국의 멸망(476년)

말기 : 동로마 제국의 멸망(1453년)

으로도 나눌 수 있다.

<공간적 범위>

이 책은 로마가톨릭 교회의 영향을 받은 서유럽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폴란드, 헝가리 주변부와 서쪽, 신성로마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이 공간적 중심을 차지한다.


이 책의 구성에서 제일 먼저 등장하는 주제는 <중세 유럽을 빛낸 영웅들>이다. 그리고 다음 등장하는 주제는 <중세 유럽을 장식한 신화와 전승>이다. 중세 유럽의 국왕과 영주, 도시와 농촌, 기독교 사상들보다 먼저 배치된 이 흥미진진한 주제들은 중세 유럽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은 대중문화에서 익히 접했던 아서왕, 원탁의 기사, 로빈 후드 등과 같은 중세 유럽의 영웅들과 로키, 라그나로크, 발키리, 타락천사 등의 신화들을 먼저 소개한다. 각종 판타지 영화와 드라마,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영감의 원천이 되었던 영웅들과 신화 속 인물들을 멋진 그림으로 소개한다.



최근 몇 년간 읽어온 책들에 수없이 반복되던 단어는 근대성, 탈근대, 근대 후기 등 단연코 ‘근대’였다. 근대 이후 등장한 각종 사상과 아이디어, 과학적 발견은 지금도 여전히 여러 텍스트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근대’와 관련된 글들을 읽다 보니 더 중요한 문제를 깨닫게 되었다. 나는 중세도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 『그림으로 보는 중세 유럽 역사』가 읽고 싶었다. 무엇을 익힐 때는 항상 쉬운 텍스트부터 읽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책 3장부터 6장까지 다루고 있는 중세 유럽의 농촌과 도시, 기독교, 봉건사회 성립, 왕권 신장 등은 특히 유익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를 알려면 근대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근대를 알려면 중세도 알아야 한다. 무려 1000년 동안 지속된 이 중세 시대는 암흑시대가 아니었다는 책도 최근 출간된 것을 보았다. 다양한 난이도의 텍스트들을 겹쳐 읽는 것은 늘 도움이 되는 읽기 방식이다. 그런 차원에서 『그림으로 보는 중세 유럽 역사』는 묵직한 역사서나 문학을 읽을 때 옆에 두고 함께 읽기에 손색없는 책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서구 세계가 고전 고대 이후의 문화를 접한 것은 십자군 전쟁으로 이슬람 세력이나 비잔틴 제국과 교류하기 시작한 11세기 말 이후의 일이다.

그 결과, 기독교 교리가 담긴 신학을 그리스 철학에 입각한 이성적 이론으로 체계화하려는 스콜라학이 융성하며 토마스 아퀴나스와 윌리엄 오캄 같은 신학자, 철학자를 배출했다.

(중략)

그전까지는 학문을 배울 곳이 교회에 부속된 학교밖에 없었으나 대학이 생기면서 부유해진 서민의 자제가 신학과 이슬람권에서 들어온 법학, 의학을 배우게 되었다. 그 후에 대학교육은 문법, 수사학, 변증법, 산술, 천문학, 기하학, 음악의 ‘자유칠과’를 일반 교양으로 배운 뒤에, 신학과 법학, 의학 등을 상급 학부에서 배우는 형태가 확립됐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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