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 - 박화성과 박서련의 ㅣ 소설, 잇다 6
박화성.박서련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10월
평점 :
출판사 작가정신의 《소설, 잇다》 시리즈는 근대 여성 작가와 현대 여성 작가의 약 백여 년의 시공을 뛰어넘는 만남을 통해 한국문학의 또 다른 근원과 현재를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책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이 기획의 여섯 번째 책이다. 한국 문학사에서 가장 오래 활동해온 여성 작가 박화성은 1932년 《동아일보》에 『백화』를 연재하면서 한국 문학 사상 최초로 장편소설을 쓴 여성 작가이다. 박서련 작가는 2015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에서는 박화성 작가의 소설 세 편과 박서련 작가의 소설 1편 에세이 1편을 한 책으로 엮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박서련 작가의 소설로 박화성 작가의 「하수도 공사」를 변주한 작품이다.
박화성 작가의 소설 「하수도 공사」, 「홍수전후」, 「호박」에는 궁핍한 노동자와 농민, 억압적인 가부장제 하의 여성의 삶을 다룬다. 일제 식민지 하의 조선인들의 삶은 지배세력 일본의 착취로 인해 궁핍과 굴욕으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여성들의 삶에는 가부장이라는 지배세력이 하나 더 추가됐다.
박서련 작가의 소설 「정세에 합당한 우리 연애」는 ‘총여학생회 재건’을 위한 비밀 결사체 비슷한 독서 동아리 ‘유독’을 배경으로 한다.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여대생 림과 진이다. 이 둘은 동아리의 선후배 사이인 동시에 연인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독서 동아리 유독에서는 박화성 작가의 소설 「하수도 공사」에 대한 열띤 토론이 벌어진다. 박서련 작가는 박화성 작가가 제기한 의문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 더불어 여성에 대한 혐오와 편견, 가부장적 가치, 퀴어 문제 등을 다룬다.
우리의 모든 것은 시대의 산물이다. 내가 껴안고 있는 자아도, 타자를 껴안고자 하는 나의 욕망과 사랑도 이 모든 것이 다 말이다. 이 소설들 속에서 등장하는 ‘정세’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늘 변화한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정세의 흐름을 파악하고 내 욕망에 비추어 합당한지 아닌지 알고자 한다. 무력한 개인은 당대의 지배세력(계급, 성별, 젠더 등)이 흐름을 주도하는 정세에 따르거나 거스르거나 이 둘 사이 어디에선가 복잡하게 갈등한다. 정세에 합당한지 아닌지 판단하고 갈등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삶에 한계를 지우는 숙명 같은 것이 아닐까.
* 출판자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