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전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송섬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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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전미 도서상 수상작 『암전들』은 ‘그 어떤 책과도 닮지 않은, 미국 문학의 강력하고 새로운 목소리’라고 평가받는 퀴어 작가 저스틴 토레스(1980~ )의 장편소설이다.

『암전들』 책 앞날개에 따르면 이 소설은 ‘역사 속에서 지워지고 검열된 퀴어들의 목소리에 관 한 아카이브 자료를 독특하게 재구성’한다.

이 작품은 사실과 허구가 혼합되어 있다. 실존하는 연구서 『성적 변종들 : 동성애 패턴 연구』 을 중심에 놓고 허구의 인물인 후안과 네네가 등장한다.

책의 시작은 팰리스라는 요양 시설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해골처럼 앙상한 몸을 가진 후안 게이라는 노인이 이 젊은 푸에르토리코인 청년 네네를 불러들이는 장면이다. 후안은 네네에게 자기가 죽으면 팰리스에 남아 자기 방을 넘겨받으라고 한다. 단 하나의 조건이 있다. 잰 게이라는 여성 연구자가 남긴 두 권으로 나뉜 두꺼운 책 『성적 변종들 : 동성애 패턴 연구』 을 완성하라는 것이다.


『성적 변종들 : 동성애 패턴 연구』
이 책은 앞서 말했든 실존한다. 이 책의 저자 잰 게이는 1902년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태어났고 열두 살에 나이에 커밍아웃하였다. 잰 게이는 3백 명 이상의 여성을 인터뷰했고, 레즈비언인 그들의 성애사를 기록하여 출판하려고 했다. 당시 출판사들은 이 원고를 외설적인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하여 출판하기를 꺼렸고, 이에 잰 게이는 성적 변동 연구 위원회를 설립한다.

잰은 중하급 계층에 속한 다양한 인종의 퀴어 300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과 욕망을 연구했고 두 권짜리 연구 결과물을 만든다. 한편 이 연구 성과물의 표지에 프로젝트를 이끈 잰 게이의 이름은 없다. 위원회의 위원장인 조지 W. 헨리 박사의 이름만 『성적 변종들』 표지를 장식했을 뿐이다.

『성적 변종들』은 〈남성〉 과 〈여성〉 두 권으로 나뉘었고, 각각 양성애 사례, 동성애 사례, 그리고 자기애 사례라는 세 개의 범주로 세분되어 있다. 『암전들』에 등장하는 『성적 변종들』의 페이지들은 대부분에 검은 줄이 좍좍 그어져 있다. 검은 줄들은 이 책이 엄청난 검열의 대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책의 페이지들은 『암전들』 곳곳에서 삽입되어 있다.

책의 저자에 잰 게이의 이름이 빠진 것과 책 내용의 대부분에 검은 줄이 쳐진 것은 성소수자의 목소리와 욕망을 억압하고 지워버리려는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으로 읽혔다.



암전들(Blackouts)
blackout의 사전적 뜻은 정전, (정부, 경찰에 의한) 보도 통제[정지], 일시적인 의식[시력/기억] 상실 등이다. 후안이 팰리스 로비에 발견한 『성적 변종들』에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에 검은 줄이 쳐져 있다. 후안은 주 공무원이 검열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후안과 네네는 모두 자살 시도를 했던 적이 있다. 사회에서 혐오와 배제의 대상이 되는 그들은 스스로를 이 세상에서 지우려는 시도를 했었다. 퀴어로서의 삶을 인정해 주지 못하는 주류 사회는 그들을 그렇게 내몰았다. 잰 게이의 연구 역시 많은 부분이 삭제되고 그의 연구에 기록된 성소주자의 욕망은 비정상으로 취급받는다.

❝어느 밤, 후안은 우리 같은 사람들이 강제로 시설에 수용되었던 일을 가리키며 미국 의학의 어두운 정신사라고 표현했다. 1974년까지 미국 심리학회는 후안이 비블리아로카라고 표현한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에 동성애를 포함했다. 퀴어인 것은 미친 게 분명했으며 치료 대상이었다. 1974년 편람에서 동성애를 제외한 조치는 정신의학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6년 뒤 1980년에는 자아 이질적 동성애라는 새로운 진단명이 등장해 비블리아로카 제3판에 실렸다고 했다. 이 진단명은 일종의 타협이자 <비정상적> 섹슈얼리티를 질병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주장을 꺾지 않은 대다수의 심리학자에게 내민 올리브나무 가지였던 셈이다.❞

후안이 네네에게 남긴 프로젝트는 억압받은 성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암전에서 건져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네네는 후안과 끝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본인의 삶을 재구성한다. 네네는 후안 덕분에 본인의 삶을 말하는 법을 익혀간다. 『성적 변종들』의 연구 대상이 되었던 300명의 사람들과 네네의 삶과 욕망은 미친 것도 아니고 부자연스러운 것도 아니다. 편협한 시대는 언제나 성소수자들을 거부했고 그들을 구석으로 몰았다. 『암전들』에서는 이 모든 이들을 하나하나의 증언으로 기록해서 보여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오랫동안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게일 루빈의 『일탈』을 어서 빨리 결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포함해 현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을 사유하는 법'을 모른 채 살아간다. 주류 권력이 우리에게 부여한 방식대로 생각하고 감각하며 살아간다. 사회라는 권력은 인간을 납작한 틀에 넣어서 틀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비정상이라고 단정 짓는다. 우리는 틀에서 삐져나온 부분을 잘라내거나 욱여넣거나 아무튼 알아서 추스려야 한다. 그 좁디 좁은 틀에 스스로를 구겨넣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하지 못했거나 거부하는 사람은 늘 존재론적 불안에 시달린다. 우리는 소설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왔는지 고통받았는지 혐오 받았는지 들여다본다. 소설은 우리의 불안은 결코 해소해 주지는 못해도 그럭저럭 견딜 만하게 해준다.

『암전들』은 성적 욕망과 삶을 거부당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지만 나는 이 작품을 단순히 성적 욕망의 거부에 한정해 읽지 않았다. 우리가 가진 대부분의 것들은 외부로부터 평가받고 재단 받는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어떤 정체성은 주류에 속한 것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것들도 있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은 사회로부터 침묵하라고 명령받은 것들을 한두 가지씩은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암전들』은 명령하고 억압하는 힘으로부터 살아남아 숨 쉬려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이 이야기 속에서 작게 숨 쉬었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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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칼훈의 랫시티 - 완벽한 세계 유니버스25가 보여준 디스토피아
에드먼드 램스던 외 지음, 최지현 외 옮김 / 씨브레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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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칼훈의 랫 시티』는 존 칼훈(1917~1995)이라는 생태학자이자 사회학자(인류학에도 정통한 도시 이론가이기도 한)가 수행했던 쥐 군집 실험 연구 내용과 그의 연구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통찰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공저자 존 애덤스와 에드먼드 램스던은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존 칼훈의 실험의 역사적 문화적 영향을 분석했다. 존 칼훈은 인구 밀도와 사회 구조가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책의 저자들은 존 칼훈의 연구가 동물 실험을 넘어 인류 사회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고 본다.

✅랫 시티가 과밀해지자 유토피아는 지옥으로 바뀌었다
칼훈의 연구는 인구 밀도가 높아질 때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적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풍부한 자원과 안전한 환경이 제공된 이상적인 쥐의 도시 '랫 시티'를 설계했다. 랫 시티에 살게 된 쥐들은 처음에는 쾌적한 삶을 누렸다. 먹이, 물, 잠자리, 둥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거나 노력할 필요도 없다. 포식자도 경쟁자도 없다. 쥐들은 가족을 이루고 번식했다. 랫 시티에서 유일한 위험 요소는 공간의 크기일 뿐이다.
세대가 거듭되며 쥐 개체 수가 증가한다. 유니버스는 혼잡해진다. 랫 시티가 과밀해지자 점점 비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유아 방치가 증가하고, 일반적인 짝짓기가 사라지고 공격적이고 비생식성 성행위가 나타난다. 둥지 안에 있는 새끼 쥐들은 공격받고, 암컷 쥐들은 수컷 쥐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기도 한다. 쥐 개체 수가 적었던 초창기의 유토피아적 랫 시티는 지옥으로 바뀌게 된다.

칼훈의 연구가 인상 깊은 것은, 그의 실험에는 직접적인 외부 자극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스트레스 연구는 독성 물질 주사, 강제 운동, 절단 등과 같은 끔찍한 외부 자극을 가해 스트레스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칼훈의 실험에서는 쥐에게 물리적인 고통을 가하지 않는다. 그저 쥐들이 높은 밀도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걸 막지 않고 관찰했을 뿐이다. 쥐들은 칼훈의 랫 시티 안에서 자발적으로 붕괴했다.

✅랫 시티에서 살아남은 쥐는 히키코모리 쥐였다
한편 랫 시티에서 마지막까지 잘 버틴 쥐들은 사회적 단절을 생존 전략을 택한 쥐들이었다. 스스로를 격리한 히키코모리 쥐들은 사회 문제(집단 패싸움, 집단 강간)는 방관하고, 교미를 하지도 않지도 않는다. 스스로에게만 몰두한 이 히키코모리들을 칼 훈은 '아름다운 자들'이라 불렀는데, 이 쥐들은 잘 살다가 자연사했다. 랫 시티에서의 히키코모리의 쥐의 생존과 장수(?)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칼훈의 연구는 고밀도 생활 방식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그의 연구는 정신의학, 생태학, 행동학, 사회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에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연구는 오용되기도 하고, 때때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 책을 번역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소속 뇌과학자 최지현은 칼훈의 실험에서 인구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사회성 붕괴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한다. 역자는 출산율 저하 및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 과제를 기획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옮긴이 서문에서는 칼훈의 실험에서 관찰한 쥐 개체군의 인구 곡선이 대한민국의 인구통계 곡선의 유사성을 지적한다. 정말 소름 끼치도록 유사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한국뇌연구원 소속 구자욱 단장은 칼훈의 랫 시티 실험은 "과학의 언어로 쓰인 현대 도시를 향한 실험적 우화"라고 표현한다. 칼훈은 그의 40여 년의 연구를 통해 인류가 쥐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필요는 없다는 낙관적이면서도 절박한 메시지를 전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곡해되거나 사라졌고, 그의 과학적 경력의 기록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은 칼훈의 연구에서 찾아난 귀중한 통찰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 책을 읽고 재확인한 것은 초저출산 현상, 비혼의 증가, 자발적인 사회적 단절 등은 최재천 교수님 말처럼 우리 인간동물이 살아남기 위한 생태학적 적응 전략이라는 것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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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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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은 여성, 정신의학, 읽기와 쓰기, 자기 돌봄 등을 소재로 글을 쓰고 있는 미국의 작가 수잰 스캔런(1970~)의 회고록이다. 이 책은 작가가 20대 초반 정신병동에서 보낸 삼 년의 시간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시작한다.

무엇들이 뉴욕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스무 살 백인 여성을 자살 시도를 하게끔 이끌었을까. 무엇들이 그녀가 자살 시도 후 스스로 웨스트 168번가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정신병동을 직접 찾아가게 만들었을까.

“ 잠에서 깨면 그게 거기 있었다. 그 명령들이.
이걸 하고 이걸 하고 그다음엔 이것과 이것을 하고 멈추지 마 넌 엉망이고 넌 실패할 거고 넌 못생겼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고 너무 뒤처져 있고 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고 언제나 혼자일 거고 네 외로움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고 넌 결코 네 영웅들이 쓴 것처럼 쓸 수 없을 거야. ”

작가는 1992년 8월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병원에는 이미 슬프고 미친 여자들이 많다. 문학적인 표현으로 ‘광기’어린 여자들이 굶거나 폭식하거나 게워내거나 칼날로 자기 몸을 긋거나 하루 종일 침대에만 있거나 밤새 깨어있다. 작가가 병원에 있던 시기는 ‘되찾은 기억’에 대한 믿음이 정점이 달한 때였다고 한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성적 학대나 강간, 지독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찾아내도록 부추겼고, 환자들은 그들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책에서는 여성들이 걸린다고 알려진 최초의 병 히스테리부터 저자가 정신병동에 입원하던 무렵 유행하던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정신분열증’을 파고든다. 백인 남성 의사들이 새로운 증상들을 발견하고 그에 새로운 병명을 붙인다. 그러면 그 병명에 꼭 맞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여성들은 집안에서도 병원에서도 제정신일 때도 미쳤을 때도 항상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작가는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백인 여성으로 태어났다. 비백인 인종의 유입을 피해 백인들이 옮겨간 시카고의 교외 지역에서 자랐다. 작가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에 가장 깊은 영향을 주었던 사건은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미인 대회와 발레를 사랑했었다. 작가의 동생이 태어난 직후 유방암이 발발했고, 가슴 보형물과 가발을 착용했다.

“ 이 병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그토록 꼼꼼히 지켜온 여성성을 파괴한 것이 엄마한테는 얼마나 참혹한 일이었을까.”

여느 딸들처럼 작가 역시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바람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 떠났다. 어머니의 부재에 슬픔과 분노를 느꼈던 작가는 오드리 로드 『암 일기』를 통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실비아 플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주디스 버틀러, 에이드리언 리치, 조앤 디디온, 오드리 로드, 쥘리아 크리스테바, 버지니아 울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등등.

작가는 선배 여성 작가들의 글과 목소리를 통해 본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해 나간다. 자살하기를 그만두고 회복으로 나아간다. 읽기와 쓰기는 작가의 존재 방식이다.

“ 이해받고 싶어서 과거에 관해 쓰고 또 쓰고, 매번 다시 바로잡아보려고, 제대로 이해해 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 글쓰기 자체가 살아가는 일의 실패, 정상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실패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방식이 된다. 그리고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를 더를 바라지 않게 된다. 애초에 그런 걸 바란 적이 있거나 하다면 말이지만. 나는 제대로 살지 못하는 내 무능력을 벌충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세사르 아이라의 표현처럼.”



‘여성’ 이라는 것에 갇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갇힌 상태로 발버둥을 치던 그 상태를 깨부수고 다른 곳으로 나아가던 ‘여성’이라는 세계에 더 이상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예민한 관찰력과 탁월한 지성을 가진 여성들은 이 ‘여성’이라는 세계를 분석하고 해체하려 시도한다. 수잰 스캔런은 “우리가 병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그 무엇도 고립된 채 존재하는 건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여성의 병이란 그 무엇 하나 여성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의미들 #수잰스캔런 #앨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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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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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특정 개인과 특정 정치권력 탓으로만 돌리는 일은 얼마나 쉽고 안이한가? ❞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지난 내란 사태를 보다 두텁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 책이다. 나처럼 한국 현대 정치사를 드문드문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민주화 이후 더 이상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일이 없다고 믿었던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책이다. 12.3 계엄 시도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의견을 한데 모아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나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법무법인 경 공익연구소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내란 사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사업으로 탄생했다. 9개 분야 전문가 50인의 의견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는 먼저 12.3 계엄 시도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본 뒤, 내란이 발발한 한국 사회의 정치의 구조적, 시대적 맥락을 분석한다. 12.3 계엄의 사회경제적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12.3 내란을 민군 관계와 남북 관계 등 외교의 위기에서 분석하며, ‘북풍’을 유도하려는 나쁜 관습 타파가 중대한 과제임을 강조한다. 인간 윤석열에 대한 분석도 빠질 수 없다. 윤석열 개인의 특유한 성격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12.3 계엄 시도를 촘촘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엄 이후 또 한 번 충격을 안겨준 서부지법 폭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극우의 준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광장으로 나와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서울 시민들뿐만 아니라 강원, 대구, 부산, 대전 등에 있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헌정질서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본 뒤 책은 마무리된다.

얼마 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행동이라는 것을 배웠다. 침묵도 행동이며, 계속하여 무지한 상태로 있는 것도 행동이다.
나는 내 뭉툭한 머리를 혹사시켜서라도 이 모든 사태의 원인들에 대하여 최대한 두껍게 읽고 학습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첨예한 균열과 쟁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희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woojoos_story 모집 @sideways_pub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그러므로내란은끝나지않았다
#김정인외6명
#사이드웨이
#우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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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법칙 - 장벽을 허물고 관계를 변화시키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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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풍부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의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에 달려있으며,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경제적 성공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과 작가들은 우리가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수록 더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인들 중에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현대인들에게 고독과 외로움, 소외와 단절은 필연적으로 느끼고 감당해야 할 감정이 된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연결의 법칙을 알려준다.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과학 분야의 전문 저널리스트로 『지능의 함정』, 『기대의 법칙』 두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서는 바람직한 사회적 연결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관계가 깊어지고, 저자는 300편이 넘는 학술 논문들을 검토한 끝에 더욱 건강해지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13가지 주요 원칙을 도출하였고, '연결의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이 연결의 법칙들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공유 현실'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흥미진진한 최신의 이론에 따르면, 강한 연결감은 타인과의 '공유 현실'을 구축하면 생겨난다고 한다. 상대방이 대체로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생각하고 느끼고 해석한다는 것을 알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연결감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공유 현실을 형성하면, 상호 작용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고, 신뢰감과 애정이 커지고, 스트레스 수준도 뚝 떨어진다고 한다. 공유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것이 아닌가!

책에서는 이러한 공유 현실을 형성하는 데 방해되는 심리적 장벽을 소개하며 우리가 가진 인지적 편향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내가 이 책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부분은 바로 심리적 장벽 부분이었다. 20대 30대 때 한창 관계에 대한 고민이 컸었고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지금도 관계를 다룬 책들을 진지하게 읽는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나는 관계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인지적 편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먼저 책에서 소개하는 연결의 법칙 총 13개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라. 스트레스를 주는 프레너미가 되지 말라.
2. 만나는 사람들과 상호 이해관계를 구축하라. 피상적인 유사점은 무시하고, 내면세계에 집중하라. 생각과 감정이 일치하는 독특한 방식에 집중하라
3. 평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라. 사회적 기술을 발휘해서 사회성 면에서 자신감을 가질 준비를 하라.
4. 자신의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라. "관점 전환" 보다는 "관점 파악"을 통해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오해를 방지하라.
5. 대화 중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자기 노출을 망설이지 말고, 새로움의 대가를 피해야 한다. 그래야 상호 이해가 구축되고 마음과 마음이 합쳐진다.
6. 후하게 칭찬하라. 다만 표현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7.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솔직해져라. 친절보다 정직을 중요하게 여겨라
(단, 가능하다면 친절과 정직, 두 가지 모두를 실천하라).
8. 질투를 두려워하지 말라. 성공을 공개하되, 발언은 정확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는 피하라. "다른 사람의 행복에 함께 기뻐하는 즐거움"을 누려라.
9. 지원을 부탁하면 장기적으로 더 강한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 아래, 필요한 경우 도움을 청하라.
10.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감정적 지지를 보내되, 절대 강요하지는 말라. 그들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문제를 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라.
11.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정중함과 호기심을 잃지 말라. 반대의 관점에 관심을 보여라.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라.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의 도덕적 언어로 표현하라.
12. 안녕감을 위해서 앙심보다는 용서를 선택하라. 말다툼할 때에는 큰 그림을 보라. 사과할 때에는 반드시 잘못을 규정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고, 후회를 표현하라. 사람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13. 현재 여러분의 인생에서 한 발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라. 그들이 여전히 마음 한편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러라.


이 연결의 법칙 13개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그러나 실천은...) 것도 있고, 잘못 알고 있던 것도 있다. 가령 '3. 평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라'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의 반대로 믿게 되었고 '5. 자기노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지속적으로 반신반의하던 것이었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등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좋은 책들 덕분에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불완전성 등을 수용하고 애틋하게 보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유아적인 기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자기 노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한편 자기노출에도 요령이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자기노출은 신변잡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진지하다고 여겨지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연출된 감정들이 아니라 정말로 내밀한 감정들을 드러내어 대화를 나누어 보라는 것이다.
'8. 질투하지 말고 함께 기뻐하기'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나의 성공담을 알리는 것이 관계에 유익할까, 아니면 숨기는 것이 나을까?' 샤덴프로이데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숨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에 따르면 요령 있게 말을 골라서 하고 다른 사람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면 공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지만 관계에 서투르다고 여기는 사람들 중 범람하는 심리학 기반의 위로+조언 책들에 질렸다면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한다. 최근 읽은 관계를 다룬 책들 중 철학서나 사회학 등 인문서를 제외하고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들 중엔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과 함께 이번 책이 무척 좋았다.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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