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칼훈의 랫시티 - 완벽한 세계 유니버스25가 보여준 디스토피아
에드먼드 램스던 외 지음, 최지현 외 옮김 / 씨브레인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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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칼훈의 랫 시티』는 존 칼훈(1917~1995)이라는 생태학자이자 사회학자(인류학에도 정통한 도시 이론가이기도 한)가 수행했던 쥐 군집 실험 연구 내용과 그의 연구가 우리 시대에 던지는 통찰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공저자 존 애덤스와 에드먼드 램스던은 런던정치경제대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면서 존 칼훈의 실험의 역사적 문화적 영향을 분석했다. 존 칼훈은 인구 밀도와 사회 구조가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책의 저자들은 존 칼훈의 연구가 동물 실험을 넘어 인류 사회의 미래를 향한 중요한 교훈을 담고 있다고 본다.

✅랫 시티가 과밀해지자 유토피아는 지옥으로 바뀌었다
칼훈의 연구는 인구 밀도가 높아질 때 나타나는 사회적 행동적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풍부한 자원과 안전한 환경이 제공된 이상적인 쥐의 도시 '랫 시티'를 설계했다. 랫 시티에 살게 된 쥐들은 처음에는 쾌적한 삶을 누렸다. 먹이, 물, 잠자리, 둥지를 얻기 위해 경쟁하거나 노력할 필요도 없다. 포식자도 경쟁자도 없다. 쥐들은 가족을 이루고 번식했다. 랫 시티에서 유일한 위험 요소는 공간의 크기일 뿐이다.
세대가 거듭되며 쥐 개체 수가 증가한다. 유니버스는 혼잡해진다. 랫 시티가 과밀해지자 점점 비정상적인 행동이 나타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유아 방치가 증가하고, 일반적인 짝짓기가 사라지고 공격적이고 비생식성 성행위가 나타난다. 둥지 안에 있는 새끼 쥐들은 공격받고, 암컷 쥐들은 수컷 쥐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하기도 한다. 쥐 개체 수가 적었던 초창기의 유토피아적 랫 시티는 지옥으로 바뀌게 된다.

칼훈의 연구가 인상 깊은 것은, 그의 실험에는 직접적인 외부 자극이 없다는 것이다. 당시 스트레스 연구는 독성 물질 주사, 강제 운동, 절단 등과 같은 끔찍한 외부 자극을 가해 스트레스 연구를 수행했다. 그러나 칼훈의 실험에서는 쥐에게 물리적인 고통을 가하지 않는다. 그저 쥐들이 높은 밀도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걸 막지 않고 관찰했을 뿐이다. 쥐들은 칼훈의 랫 시티 안에서 자발적으로 붕괴했다.

✅랫 시티에서 살아남은 쥐는 히키코모리 쥐였다
한편 랫 시티에서 마지막까지 잘 버틴 쥐들은 사회적 단절을 생존 전략을 택한 쥐들이었다. 스스로를 격리한 히키코모리 쥐들은 사회 문제(집단 패싸움, 집단 강간)는 방관하고, 교미를 하지도 않지도 않는다. 스스로에게만 몰두한 이 히키코모리들을 칼 훈은 '아름다운 자들'이라 불렀는데, 이 쥐들은 잘 살다가 자연사했다. 랫 시티에서의 히키코모리의 쥐의 생존과 장수(?)는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칼훈의 연구는 고밀도 생활 방식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가져오는지 보여준다. 그의 연구는 정신의학, 생태학, 행동학, 사회생물학 등 다양한 학문에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연구는 오용되기도 하고, 때때로 정치적으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 책을 번역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소속 뇌과학자 최지현은 칼훈의 실험에서 인구 증가와 함께 나타나는 사회성 붕괴가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관찰되는 현상과 구조적으로 유사하다고 말한다. 역자는 출산율 저하 및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 과제를 기획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옮긴이 서문에서는 칼훈의 실험에서 관찰한 쥐 개체군의 인구 곡선이 대한민국의 인구통계 곡선의 유사성을 지적한다. 정말 소름 끼치도록 유사하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한국뇌연구원 소속 구자욱 단장은 칼훈의 랫 시티 실험은 "과학의 언어로 쓰인 현대 도시를 향한 실험적 우화"라고 표현한다. 칼훈은 그의 40여 년의 연구를 통해 인류가 쥐와 같은 운명을 맞이할 필요는 없다는 낙관적이면서도 절박한 메시지를 전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의 의도는 곡해되거나 사라졌고, 그의 과학적 경력의 기록도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이 책은 칼훈의 연구에서 찾아난 귀중한 통찰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 책을 읽고 재확인한 것은 초저출산 현상, 비혼의 증가, 자발적인 사회적 단절 등은 최재천 교수님 말처럼 우리 인간동물이 살아남기 위한 생태학적 적응 전략이라는 것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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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 - 마음의 고통과 읽기의 날들
수잰 스캔런 지음, 정지인 옮김 / 엘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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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들』은 여성, 정신의학, 읽기와 쓰기, 자기 돌봄 등을 소재로 글을 쓰고 있는 미국의 작가 수잰 스캔런(1970~)의 회고록이다. 이 책은 작가가 20대 초반 정신병동에서 보낸 삼 년의 시간을 이해하려는 시도에서 시작한다.

무엇들이 뉴욕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스무 살 백인 여성을 자살 시도를 하게끔 이끌었을까. 무엇들이 그녀가 자살 시도 후 스스로 웨스트 168번가 리버사이드 드라이브에 위치한 고풍스러운 정신병동을 직접 찾아가게 만들었을까.

“ 잠에서 깨면 그게 거기 있었다. 그 명령들이.
이걸 하고 이걸 하고 그다음엔 이것과 이것을 하고 멈추지 마 넌 엉망이고 넌 실패할 거고 넌 못생겼고 배워야 할 게 너무 많고 너무 뒤처져 있고 넌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고 언제나 혼자일 거고 네 외로움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고 넌 결코 네 영웅들이 쓴 것처럼 쓸 수 없을 거야. ”

작가는 1992년 8월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병원에는 이미 슬프고 미친 여자들이 많다. 문학적인 표현으로 ‘광기’어린 여자들이 굶거나 폭식하거나 게워내거나 칼날로 자기 몸을 긋거나 하루 종일 침대에만 있거나 밤새 깨어있다. 작가가 병원에 있던 시기는 ‘되찾은 기억’에 대한 믿음이 정점이 달한 때였다고 한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성적 학대나 강간, 지독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을 찾아내도록 부추겼고, 환자들은 그들을 만족시키고자 했다. 책에서는 여성들이 걸린다고 알려진 최초의 병 히스테리부터 저자가 정신병동에 입원하던 무렵 유행하던 정신병에 이르기까지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정신분열증’을 파고든다. 백인 남성 의사들이 새로운 증상들을 발견하고 그에 새로운 병명을 붙인다. 그러면 그 병명에 꼭 맞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여성들은 집안에서도 병원에서도 제정신일 때도 미쳤을 때도 항상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작가는 아일랜드계 이민자 출신의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백인 여성으로 태어났다. 비백인 인종의 유입을 피해 백인들이 옮겨간 시카고의 교외 지역에서 자랐다. 작가의 유년 시절과 청소년기에 가장 깊은 영향을 주었던 사건은 어머니의 병과 죽음이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미인 대회와 발레를 사랑했었다. 작가의 동생이 태어난 직후 유방암이 발발했고, 가슴 보형물과 가발을 착용했다.

“ 이 병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그토록 꼼꼼히 지켜온 여성성을 파괴한 것이 엄마한테는 얼마나 참혹한 일이었을까.”

여느 딸들처럼 작가 역시 어머니의 사랑과 관심을 원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그 바람을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 떠났다. 어머니의 부재에 슬픔과 분노를 느꼈던 작가는 오드리 로드 『암 일기』를 통해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실비아 플라스, 마르그리트 뒤라스, 주디스 버틀러, 에이드리언 리치, 조앤 디디온, 오드리 로드, 쥘리아 크리스테바, 버지니아 울프, 슐라미스 파이어스톤 등등.

작가는 선배 여성 작가들의 글과 목소리를 통해 본인을 이해하고 세상을 해석해 나간다. 자살하기를 그만두고 회복으로 나아간다. 읽기와 쓰기는 작가의 존재 방식이다.

“ 이해받고 싶어서 과거에 관해 쓰고 또 쓰고, 매번 다시 바로잡아보려고, 제대로 이해해 보려고 시도하는 사람들. 글쓰기 자체가 살아가는 일의 실패, 정상적인 사람이 되지 못한 실패의 의미를 이해하려는 방식이 된다. 그리고 당신은 정상적인 사람이 되기를 더를 바라지 않게 된다. 애초에 그런 걸 바란 적이 있거나 하다면 말이지만. 나는 제대로 살지 못하는 내 무능력을 벌충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세사르 아이라의 표현처럼.”



‘여성’ 이라는 것에 갇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갇힌 상태로 발버둥을 치던 그 상태를 깨부수고 다른 곳으로 나아가던 ‘여성’이라는 세계에 더 이상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예민한 관찰력과 탁월한 지성을 가진 여성들은 이 ‘여성’이라는 세계를 분석하고 해체하려 시도한다. 수잰 스캔런은 “우리가 병이라고 부르는 것 중에는 그 무엇도 고립된 채 존재하는 건 없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여성의 병이란 그 무엇 하나 여성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의미들 #수잰스캔런 #앨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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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지금 여기, 한국을 관통하는 50개의 시선
김정인 외 지음, 백승헌 외 기획 / 사이드웨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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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을 특정 개인과 특정 정치권력 탓으로만 돌리는 일은 얼마나 쉽고 안이한가? ❞


『그러므로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는 지난 내란 사태를 보다 두텁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 책이다. 나처럼 한국 현대 정치사를 드문드문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민주화 이후 더 이상 그 이전으로 되돌아갈 일이 없다고 믿었던 평범한 시민들을 위한 책이다. 12.3 계엄 시도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의견을 한데 모아 읽기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유튜브를 보지 않는 나를 위한 책이다.

이 책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과 법무법인 경 공익연구소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이번 내란 사태를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는 공동사업으로 탄생했다. 9개 분야 전문가 50인의 의견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이 책에서는 먼저 12.3 계엄 시도를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본 뒤, 내란이 발발한 한국 사회의 정치의 구조적, 시대적 맥락을 분석한다. 12.3 계엄의 사회경제적 원인과 영향을 분석하고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기반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12.3 내란을 민군 관계와 남북 관계 등 외교의 위기에서 분석하며, ‘북풍’을 유도하려는 나쁜 관습 타파가 중대한 과제임을 강조한다. 인간 윤석열에 대한 분석도 빠질 수 없다. 윤석열 개인의 특유한 성격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12.3 계엄 시도를 촘촘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엄 이후 또 한 번 충격을 안겨준 서부지법 폭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극우의 준동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계엄이 선포되자마자 광장으로 나와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사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서울 시민들뿐만 아니라 강원, 대구, 부산, 대전 등에 있는 시민들이 광장으로 나왔다. 헌정질서의 현주소와 과제를 살펴본 뒤 책은 마무리된다.

얼마 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행동이라는 것을 배웠다. 침묵도 행동이며, 계속하여 무지한 상태로 있는 것도 행동이다.
나는 내 뭉툭한 머리를 혹사시켜서라도 이 모든 사태의 원인들에 대하여 최대한 두껍게 읽고 학습해야 할 책임을 느낀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첨예한 균열과 쟁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희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woojoos_story 모집 @sideways_pub 도서 지원으로 #우주서평단 에서 함께 읽었습니다

#그러므로내란은끝나지않았다
#김정인외6명
#사이드웨이
#우주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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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의 법칙 - 장벽을 허물고 관계를 변화시키는 마인드셋
데이비드 롭슨 지음, 김수진 옮김 / 까치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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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풍부한 연구를 바탕으로 우리의 행복은 타인과의 관계에 달려있으며,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경제적 성공보다 더 큰 만족감을 준다고 강조한다. 전문가들과 작가들은 우리가 세상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낄수록 더 충만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현대인들 중에 충분히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현대인들에게 고독과 외로움, 소외와 단절은 필연적으로 느끼고 감당해야 할 감정이 된 것일까?

이 책은 인간의 본성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연결의 법칙을 알려준다. 저자 데이비드 롭슨은 과학 분야의 전문 저널리스트로 『지능의 함정』, 『기대의 법칙』 두 권의 책을 펴낸 작가이기도 하다.

이번 책에서는 바람직한 사회적 연결을 이루는 방법에 대해 다룬다. 관계가 깊어지고, 저자는 300편이 넘는 학술 논문들을 검토한 끝에 더욱 건강해지며,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 구축에 도움이 될 만한 13가지 주요 원칙을 도출하였고, '연결의 법칙'이라고 명명했다.

이 연결의 법칙들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공유 현실'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칙이기도 하다. 흥미진진한 최신의 이론에 따르면, 강한 연결감은 타인과의 '공유 현실'을 구축하면 생겨난다고 한다. 상대방이 대체로 자신과 같은 방식으로 사건을 생각하고 느끼고 해석한다는 것을 알면 상대방과 나 사이에 연결감이 생겨난다는 말이다. 우리가 누군가와 공유 현실을 형성하면, 상호 작용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진행되고, 신뢰감과 애정이 커지고, 스트레스 수준도 뚝 떨어진다고 한다. 공유 현실이야말로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것이 아닌가!

책에서는 이러한 공유 현실을 형성하는 데 방해되는 심리적 장벽을 소개하며 우리가 가진 인지적 편향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내가 이 책에서 크게 도움을 받은 부분은 바로 심리적 장벽 부분이었다. 20대 30대 때 한창 관계에 대한 고민이 컸었고 인간관계를 다룬 책들을 여러 권 읽었다. 지금도 관계를 다룬 책들을 진지하게 읽는다. 그러나 이 책에 따르면 나는 관계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인지적 편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먼저 책에서 소개하는 연결의 법칙 총 13개는 다음과 같다.

1.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일관성을 유지하라. 스트레스를 주는 프레너미가 되지 말라.
2. 만나는 사람들과 상호 이해관계를 구축하라. 피상적인 유사점은 무시하고, 내면세계에 집중하라. 생각과 감정이 일치하는 독특한 방식에 집중하라
3. 평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라. 사회적 기술을 발휘해서 사회성 면에서 자신감을 가질 준비를 하라.
4. 자신의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라. "관점 전환" 보다는 "관점 파악"을 통해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오해를 방지하라.
5. 대화 중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자기 노출을 망설이지 말고, 새로움의 대가를 피해야 한다. 그래야 상호 이해가 구축되고 마음과 마음이 합쳐진다.
6. 후하게 칭찬하라. 다만 표현은 매우 구체적이어야 한다.
7. 자신의 취약성에 대해서 열린 마음으로 솔직해져라. 친절보다 정직을 중요하게 여겨라
(단, 가능하다면 친절과 정직, 두 가지 모두를 실천하라).
8. 질투를 두려워하지 말라. 성공을 공개하되, 발언은 정확하게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는 피하라. "다른 사람의 행복에 함께 기뻐하는 즐거움"을 누려라.
9. 지원을 부탁하면 장기적으로 더 강한 유대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기대 아래, 필요한 경우 도움을 청하라.
10.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감정적 지지를 보내되, 절대 강요하지는 말라. 그들의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문제를 보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라.
11.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정중함과 호기심을 잃지 말라. 반대의 관점에 관심을 보여라. 개인적 경험을 공유하라. 자신의 의견을 상대방의 도덕적 언어로 표현하라.
12. 안녕감을 위해서 앙심보다는 용서를 선택하라. 말다툼할 때에는 큰 그림을 보라. 사과할 때에는 반드시 잘못을 규정하고, 행동에 책임을 지고, 후회를 표현하라. 사람은 더 나은 방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13. 현재 여러분의 인생에서 한 발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라. 그들이 여전히 마음 한편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알러라.


이 연결의 법칙 13개 중에는 이미 알고 있는(그러나 실천은...) 것도 있고, 잘못 알고 있던 것도 있다. 가령 '3. 평균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고 믿어라'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거의 반대로 믿게 되었고 '5. 자기노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지속적으로 반신반의하던 것이었다.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 등을 비롯하여 이런저런 좋은 책들 덕분에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불완전성 등을 수용하고 애틋하게 보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나를 좋아할 것이라는 것은 유아적인 기대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또 자기 노출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한편 자기노출에도 요령이 있다. 이 책에서 설명하는 자기노출은 신변잡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라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진지하다고 여겨지는 주제들에 대해서도 연출된 감정들이 아니라 정말로 내밀한 감정들을 드러내어 대화를 나누어 보라는 것이다.
'8. 질투하지 말고 함께 기뻐하기'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이 나온다. 나의 성공담을 알리는 것이 관계에 유익할까, 아니면 숨기는 것이 나을까?' 샤덴프로이데라는 단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숨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에 따르면 요령 있게 말을 골라서 하고 다른 사람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다면 공개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관계의 소중함을 알지만 관계에 서투르다고 여기는 사람들 중 범람하는 심리학 기반의 위로+조언 책들에 질렸다면 이 책을 읽으면 어떨까 한다. 최근 읽은 관계를 다룬 책들 중 철학서나 사회학 등 인문서를 제외하고 자기계발서에 가까운 책들 중엔 데이비드 브룩스의 『사람을 안다는 것』과 함께 이번 책이 무척 좋았다.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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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싸우는가 - 싸울 수밖에 없다는 착각 그리고 해법
크리스토퍼 블랫먼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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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싸우는가』 는 전쟁과 폭력적 갈등이 만연해 있고 우발적으로 일어난다는 통념을 뒤엎고, 수많은 적대적 경쟁 관계 중 극히 일부만이 전쟁으로 폭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스 보도와 역사책은 실제로 벌어진 소수의 폭력적 다툼에 초점을 맞추고 어떻게든 피한 수많은 갈등은 좀처럼 다루지 않는다. 대규모 전쟁, 유혈과 폭력이 난무한 사건들에만 하이라이트를 비추고 조용한 평화는 못 본체 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종의 선택 편향을 낳고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에는 전쟁이 빈번하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전쟁은 예외지 규칙이 아님을 보여준다. 가장 적대적인 적도 평화적으로 서로 증오하는 쪽을 선호한다. 한편 여기서 ‘평화’는 반드시 평등이나 정의를 뜻하지 않는다. 한쪽이 압도적인 협상력을 갖고 있을 때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강요하고 약한 쪽은 불리한 협상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세계는 가끔 전쟁이 발생하지만 ‘섬뜩하지만 평화로운 불평등으로 가득하다’.(29쪽)

책의 저자 크리스토퍼 블랫먼은 정치경제학자로 전 세계적인 폭력, 갈등, 범죄, 빈곤 문제를 연구해오고 있다. 그는 이번 책에서 어떤 사회가 안정과 평화를 유지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고, 어떻게 해야 지극히 취약하고 폭력적인 사회도 그런 사회와 비슷해질 수 있는지 고찰한다.


책의 1부에서는 전쟁의 근원 다섯 가지를 분석한다. 무엇이 타협을 선택하려는 정상적인 동기를 방해하고, 전쟁을 선택하게 만들까. 책에 따르면 다음 다섯 가지 논리가 전쟁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게 만든다.

1) 견제되지 않은 이익 : 전쟁을 선택하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같은 집단의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지 않을 때, 전쟁 비용과 분쟁의 고통을 경시하고 자신의 집단을 전쟁으로 몰아가는 유혹에 빠진다.
[대표적 사례] 중세 및 근대 초기 유럽에서 군주국과 공국 및 공화국이 주기적으로 벌인 전쟁. 미국의 독립혁명.

2) 무형의 동기 :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지위나 지배력과 같은 가치 있는 것을 획득할 수 있는 경우이다. 책에서는 총 네 개의 무형의 동기에 대해 소개한다. 정의로운 분노, 영광과 지위를 향한 욕망, 이데올로기, 인간에게 내재한 공격성.
[대표적 사례] 엘살바도르 캄페시노 게릴라(정의로운 분노), 제2차 세계대전 전투기 조종사, 헨리 8세가 일으킨 전쟁들(영광과 지위를 향한 욕망), 아돌프 히틀러, 미국 독립혁명(이데올로기), 훌리건들(인간에 내재한 공격성).

3) 불확실성 : 상대방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는 경우이다. 분쟁이 불리하더라도 때로는 공격이 최선의 전략이라고 판단하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 이라크 전쟁

4) 이행 문제 : 한쪽이 향후에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믿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협의가 실패하는 경우이다. 양쪽이 안정된 관계를 이유는 전쟁이 발발하면 너무도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한쪽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책임을 다할 거라고 믿지 못하는 경우 상대방의 발흥을 사전에 막기 위해 이른바 ‘예방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 제1차 세계대전, 펠로폰네소스전쟁

5) 잘못된 인식 :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공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상대방 집단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정확한 추정과 판단에 실패한 경우이다.
[대표적 사례] 월스트리트 거물들의 값비싼 실수들,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의 인수합병 실패 사례들(성공 가능성 과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북아일랜드 분쟁(상대방 집단에 대한 잘못된 인식)

이 다섯 가지 논리를 조합하면 언제 전쟁이 일어나는지 좀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다섯 가지 논리가 존재하더라도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확률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런 경쟁이 그 자체로는 무척 취약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일 수 있다는 역설을 강조한다.


2부에서는 안정되고 성공한 사회들을 추적한다. 이들 사회는 전쟁에 이르는 다섯 가지 종류의 실패로부터 크게 영향받지 않을 보호 장치를 구축했다. 이 장치들은 총 네 가지이다.

1) 상호 의존 : 성공한 사회에서 경쟁자는 독립된 존재로 명쾌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경제적•사회적•문화적으로 서로 촘촘히 얽혀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는 평화를 향한 중요한 동기가 된다.

2) 견제와 균형 : 제도적으로 견제와 균형을 갖춘 안정된 사회는 지도자에게 소수보다 다수의 의견을 경청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전쟁을 벌이는 무형의 동기들이 억눌러질 수 있고, 정보가 원활하게 흘러 불확실성도 줄어든다. 견제 받는 지도자들은 이행 문제의 덫에 빠질 가능성도 적다.

3) 규칙과 집행 : 평화로운 사회는 법과 사회적 규범, 규칙을 집행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다. 공공질서를 담당하는 조직들은 강제적 집행 권한을 통해 국가 내 폭력을 크게 줄인다. 국제 영역에 있어서는 가장 강력한 국가들이 주도하는 소수의 연합체들이 국제 질서를 이끌어 나가고, 나름의 평화를 유지한다.

4) 개입 : 평화로운 사회는 폭력 사태가 벌어지더라고 폭력을 멈추는데 효과적인 ‘개입’이라는 도구가 있다. 개입의 도구로는 처벌, 집행, 촉직, 사회화, 인센티브가 있다.

책의 결론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올바른 접근법은 대담하고 거대한 도약이 아니라 “부지런히 신중히 내딛는 걸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도자들이 원대한 계획을 내놓으며 우리 사회를 몇 년 안에 혁신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할 때 이를 비판적으로 듣고 경계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세상의 문제는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있다.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을 두고 서서히 신중하게 수정을 거듭하면서 풀어가야 한다. 이러한 접근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이 책은 전쟁의 근본 원인들을 분석하고 평화를 유지하는 바람직한 사회의 예시들을 제시한다. “평화”란 형제애나 협력에서 생겨나는 게 아니라 폭력이라는 상존하는 위협에서 생겨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배울 수 있다. 이마누엘 칸트는 《영구 평화론》에서, 전쟁이 아니라 긴박하지만 비폭력적인 대치가 인간의 자연 상태라고 칭했다. 이 책을 통해 “전쟁”과 “평화”라는 두 단어를 완전히 새로 배울 수 있었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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