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 - 가장 사적인 기록으로 훔쳐보는 역사 속 격동의 순간들 테마로 읽는 역사 11
콜린 솔터 지음, 이상미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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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는 역사 속 편지에 관한 이야기로, 역사책에 이름을 남긴 사람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남긴 편지들이 담겨 있다.
기원전 346년경 스파르타인이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에게 쓴 짧은 답장에서부터 2019년 스웨덴의 여학생 크레타 툰베리가 기후 변화에 대응을 촉구하여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쓴 편지까지 담겼다.
책에서는 사적인 편지부터 공적인 편지, 명령하는 편지, 반항하는 편지, 처음 보낸 편지, 계속 주고받은 편지, 마지막 편지, 잃어버린 편지, 전쟁 중에 보낸 짧은 편지, 전투 직전에 보낸 중요한 편지까지 다양한 편지를 다룹니다.

❝ 이 편지들이 실제로 역사를 바꾸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두 역사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번 독후감에는 100통의 편지 중 몇 편을 소개하려고 한다.

✅ 정말 짧은 편지
이 책의 첫 번째 편지는 기원전 364년 스파르타인이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에 보낸 두 통의 짧은 편지다.
영단어 형용사 ‘laconic’은 ‘말이 짧지만 함축성 있고 간결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라코닉 화법’은 거창하고 장황한 생각을 군더더기 없이 짧게 축약해 전달하는 화법이다. 이 영단어의 뜻은 알고 있었는데 그 유래가 스파르타의 지역 이름인 ‘라코니아’에서 온 것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몰랐다.

대중문화 속 스파르타 남성의 이미지는 영화 「300」에 잘 묘사되어 있다. 7세부터 기초 군사훈련과 학문 교육을 받은 스파르타 남성은 질문에 대답하는 기술도 배웠다고 한다. 만약 라코닉 화법에 부합하지 않게 대답을 하면 벌을 받았다고 한다. 이웃 국가 마케도니아의 필리포스 2세는 영토 확장에 힘썼다. 그는 스파르타 지도자에게 전쟁 없이 항복하라며 편지를 보냈다. 스파르타가 보낸 답장은 한마디만 적혀 있었다.

❝ IF(만약) ❞
__스파르타가 마케도니아 필리포스 2세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 내용

필리포스 2세는 이 편지에 대한 답장을 보낸다. 필리포스 2세 편지도 나름 라코닉 화법인 것 같다. “내가 당신들 땅에 친구로 들어갈까, 적으로 들어갈까?” 그랬더니 스파르타가 두 번째 편지를 보냈다. 이번 편지도 딱 한 단어다.

❝ Neither(둘 다 아니다) ❞
__스파르타가 필리포스 2세에게 보낸 두 번째 편지 내용


✅ 콜럼버스가 스페인 왕에게 자신의 발견을 알린 편지

1492년.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연도는 외울 것이다. 바로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해다. 콜럼버스는 페르디난드 왕과 이사벨라 여왕에게 본인의 항해에 발견한 것과 겪은 일들에 대하여 편지를 썼다.

(여기부터의 단상은 저자가 책에 언급한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더디지만 나름 진지하게 역사책을 읽어나가는 독자로서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먼저 콜럼버스가 발견한 것은 다들 알겠지만 신대륙이 아니다. )

나는 이 편지를 읽으면서 왠지 불편했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유럽인들의 항해가 이 대륙을 어떻게 침략했고 약탈했고 학살했고 불태웠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악의 역사를 확인하고 싶으면 유럽인들의 온갖 식민지 수탈의 역사를 읽으면 좋다.


✅ 세기의 연애편지

헨리 8세와 앤 불린의 사랑은 역사책에 길이길이 남는 연애 이야기다. 이 책에서도 빠질 수 없다. 1526년 25세의 젊은 청년 헨리는 10살 연하인 앤에게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그는 앤을 쫓아다니며 계속 연애편지를 썼다고 한다. 이 책에는 그 연애편지 중 한 편이 실려 있다. 헨리 8세의 필체와 함께 그 절절한 편지의 내용을 한번 보자.



❝ 이렇게 아름답고 완벽한 선물은 없을 것이도. 진심으로 감사를 #세계사 #역사 #책추천 #편지표하오. 멋진 다이아몬드와 여인이 홀로 타고 있는 배도 인상적이지만, (…)
당신의 애정을 보여주는 표현과 편지의 아름다운 문구는 영원히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며, 섬기게 만드는구려. (…) 나 역시 당신을 기쁘게 하려는 열망과 충성으로 당신을 향한 마음이 더 커지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하오.
또한 전에 내가 어떤 식으로든 당신을 서운하게 했다면, 당신이 구했던 용서를 내게도 베풀어주기를 간청하오. (…) ❞

__헨리 8세가 앤 불린에게 보낸 연애편지 중


📌『100통의 편지로 읽는 세계사』의 저자 콜린 솔터는 대중 교양서 전문 작가로, 과학, 자연사, 역사, 전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책을 써왔다. 나는 『해부학자의 세계』를 통해 저자의 글을 만나게 되었고 이번 책은 두 번째 만남이다.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명쾌하고 재밌는 설명으로 독자의 교양 수준을 높여준다. 이번 책도 『해부학자의 세계』와 동일하게 하드커버에 올 컬러, 훌륭한 내용과 편집 등 소장 가치가 무척 높다.
운 좋게 저자의 책 두 권을 만났고 의학사와 세계사에 대한 교양을 높일 수 있었다. 저자의 다음 책도 무척 기대된다.

❝ 이 편지가 발견된다면, 우리가 죽어가는 동료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잘 견뎌냈다는 것이 밝혀질 것입니다. 우리가 이 경주에서 용기와 인내를 아직 잃지 않았음을 이 편지가 증명할 것입니다. ❞
__남극 탐험대 스콧 대장이 탐험대 재정 후원자 슈파이어 경에게 보낸 편지 중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세계사 #역사 #책추천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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