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주차장 찾기
오한기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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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주차장 찾기』는 오한기 소설가의 연작소설집으로, 「무료 주차장 찾기」, 「숲 체험」, 「반품 알바」 세 편의 소설을 담고 있다. 오한기 작가는 이 책에서 화자로 등장한다. 작중 화자인 ‘오한기’는 소설가로 수입이 들쑥날쑥한 프리랜서이다. 그는 딸 ‘주동’의 육아를 전담하고 있는데 대기업 정직원인 아내 ‘진진’과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말부부 지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기와 주동은 서울 고덕동에 살고 있고 아내는 경주에 있다. 이 소설은 한기가 미취학아동인 딸을 키우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부업으로 갖가지 일을 하는 과정에 겪게 되는 일들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소설 「무료 주차장 찾기」는 딸 주동이 다니는 유치원 버스가 사라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한기의 딸 주동은 유치원 가는 건 아주 싫어하지만 유치원 버스는 좋아한다. 그런데 주동의 유치원에 사건이 발생한다. 유치원 버스 기사가 버스를 몰고 사라진 것이다. 한기에 따르면 버스 기사는 ‘관상학적으로 범죄 혹은 일탈과 어떤 식으로 연결시키기 힘든 타입’으로 지극히 평범하게 생긴 오십 대 남성이었다. 도대체 기사는 왜 버스를 몰고 사라졌을까? 한편 유치원 버스가 사라지자 한기는 주동을 직접 등 하원 시켜야 하게 된다. 차가 없는 한기에게 시련이 닥친 것이다.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유치원까지 30분을 걸어가는 것도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둘 다 만만치 않다. 주동과 집에 함께 있는 선택지도 선택할 수 없다. 주동이 집에 있으면 글을 쓸 수 없으니까.
이제 소설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주동과 같은 유치원을 다니는 동주의 아빠인 ‘조나’이다. 조나는 버스 기사가 남긴 메시지를 토대로 버스 기사는 주차 문제로 사라졌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는다. 한기는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정말 주차 문제였음이 밝혀진다.
유치원은 주택가에 위치해 있어서 주차할 데가 마땅치 않은데, 원장은 버스 기사에게 정직원으로 전환해 준다는 미끼로 수십 년 동안 주차비용을 기사에게 부담시켰다. 그런데 기사가 암묵적 동의를 했기에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버스 기사는 무료 주차장을 찾아야만 했을 것이다. 한기는 버스 기사가 사라진 사건을 ‘현실을 살짝 부풀린 사회고발 드라마’ 정도라고 표현한다.


「무료 주차장 찾기」의 줄거리를 구성하는 또 다른 사건은 한기의 부업과 관련된다. 한기는 ‘장 과장’이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한 회사의 온라인 마케팅 프리랜서로 일한다. 한기가 이 회사에서 하는 일은 제약회사에서 외주 받은 각종 건강 이슈를 주제로 한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것으로, 건당 5만 원의 보수를 받는다. 그런데 급여가 제때 지급되지 않기 시작한다. 장 과장은 연락이 두절된다. 장 과장은 어디로 도망간 것인가? 한편 첫 번째 소설 말미에 장 과장의 차가 발견되었다는 연락을 듣게 된다. 한기는 장 과장을 잡기 위해 장 과장의 차 뒷좌석에 앉아서 기다린다. 그런데 한기는 ‘불현듯 아무런 재화도 지불하지 않은 채 주차장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오한기라는 작가는 이런 사람이구나. 돈을 떼먹은 고용주를 덮치려 기다리는 그 순간 ‘채무자의 주차된 차를 점거하는 것과 무료 주차를 연결’해보려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사람.

두 번째 소설 「숲 체험」에도 주차 문제가 등장한다. 먼저 두 번째 소설은 한기의 여섯 개의 직업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소설가, 드라마 작가, 아빠(?), 음식 배달, 블로거, 무인 문구 매니저. 주동이를 키우면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소설가 한기는 무엇이든 한다.

일곱 살 주동은 올림픽공원 숲 체험을 무척 좋아한다. 한편 올림픽공원은 항상 주차장이 포화 상태라 주차하기 어렵기로 유명한 곳이 아닌가. 한기는 말한다. 주동이 태어나고 버티다 못해 중고차를 구입한 뒤 머릿속은 온통 주차장뿐이라고. 올림픽공원은 고덕동 근방에서 주차비가 가장 비싼 곳이다. 한기는 생활비를 위해 직업을 여섯 개나 가졌지만 주차비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세 번째 소설 「반품 알바」에서는 한기의 경제적 상황이 더 나빠진다. 대기업 정규직이었던 ‘진진’이 정리해고를 당한 것이다. 이제 아내 진진도 취업 전선에 뛰어든다. 진진의 퇴직금과 약간의 적금, 전셋집 보증금 일부를 제외하고는 한 푼도 없다. 심지어 한기의 아버지가 암 수술을 하게 되고 생활비도 보태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한기의 부업은 한층 더 진화한다.

소설에서 한기는 주동을 키우기 위해서는 돈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한다. 이 소설은 한기의 생계백서를 풀어놓으며 우리 사회의 모습을 슬쩍 들이민다. 육아소설집의 얼굴을 하고 와서 독자에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한기는 우리를 비통하게 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한기의 이야기를 정신없이 들으며 어떤 장면에서는 웃다가 또 어떤 장면에서는 안타까워하다가 또 다른 장면에선 착잡해하다가…그러다 보니 소설이 끝나 있다. 주동이를 키우기 위해 온갖 부업을 하는 한기의 상황을 보면서 줄곧 한국의 저출산 대책이 떠올렸다.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받은 그 저출산 대책 말이다. 한편 현실에 존재하는 작가 오한기의 살림살이는 좀 나아졌을까?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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