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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 - 프로메테우스의 꿈과 좌절
테리 이글턴 지음, 박경장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5년 1월
평점 :
『마르크스가 옳았던 이유』는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이자 문학 평론가 테리 이글턴이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가장 표준적인 비판 열 가지를 택하여 하나하나 반박하고 있는 책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비판에 대한 테리 이글턴의 역비판을 차근차근 읽어가다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쓴 마르크스 입문서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꼭꼭 씹어가면서 읽으면 ‘위대한 도덕 사상가’이자 자본주의 분석의 끝판왕인 마르크스의 사상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다. 이 책을 지팡이 삼아 앞으로 더 많은 마르크스 사상에 대해 읽어갈 계획이다.
마르크스주의를 오해하지 말자.
왜냐하면……
1. 마르크스주의는 끝나지 않았다
2. 마르크스주의는 도그마가 아니다
3. 마르크스주의는 결정론이 아니다
4. 마르크스주의는 유토피아를 꿈꾸지 않았다
5. 마르크스주의는 경제 환원론이 아니다
6. 마르크스는 기계적 유물론자가 아니었다
7. 마르크스주의는 계급 강박증이 없다
8. 마르크스주의는 폭력 혁명을 옹호하지 않았다
9. 마르크스주의는 국가를 믿지 않는다
10. 마르크스주의는 급진적 운동에 기여했다
위 열 가지는 이 책의 목차로, 마르크스 사상에 대한 대표적인 비판 열 가지에 대한 테리 이글턴의 답이다.
이 책의 <옮긴이의 말>(박경장 성프란시스대학 작문교수)에서는 테리 이글턴의 반박을 5페이지로 요약하고 있다. 이 5페이지의 요약을 또 요약해서 이 독후감에 써볼까 고민을 잠시 했는데, 블로그 글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아서 첫 번째 반박만 언급하기로 한다.
이 반박은 우리가 왜 마르크스의 사상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 왜 우리 시대에 마르크스의 사상을 읽어야 하는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마르크스주의가 끝났다고 말한다. 비판자들은 마르크스주의의 핵심인 사회계급론은 21세기 탈산업화시대엔 더 이상 적용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테리 이글턴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가 모든 역사 체제 가운데 가장 역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고, 그럼에도 이 체제에는 이상하게도 정태적이고 반복적인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다’(p333, <옮긴이의 말> 중)라고 반박한다.
“ (20~21페이지) 마르크스주의는 이제껏 시도된 그 어느 비판보다 가장 면밀하고 엄격하며 포괄적인 자본주의 비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가 위력을 떨치는 한 마르크스주의도 마찬가지로 자기 본분인 비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
자본주의의 다양한 역사적 형태라는 개념 - 상업적‧농업적‧독점적‧금융적‧제국주의적 등 -은 마르크스주의 자체에서 유래한 것이다. 그러면 자본주의가 최근 몇십 년 사이에 형태를 바꾸었다고 해서, 자본주의 본질을 변화로 본 마르크스 이론을 왜 불신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마르크스 자신은 노동계급이 쇠퇴하고 화이트칼라 노동이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까지 했다. ”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유효하다. 우리 시대 자본과 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 소수에 집중되어 있으며,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되어 간다. 자산의 규모를 표현하는 숫자가 너무나 커서 가늠조차 안되는 부를 가진 부자에 대한 뉴스와 최저임금도 되지 않는 월급을 떼 먹히는 사람들의 뉴스가 뒤섞여 흐른다. 국가의 억압은 평소 때는 그 모습을 잘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언제나 그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의 평범한 대화 속에 ‘주권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헌법 조문을 읊게 만들고, 헌법 조문을 필사하게 만들고 있다.
국가와 사회에 순응하며 대체로 순종적이며 평범하기 그지없는 대표적으로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마르크스 사상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싶어 한다. 왜냐면 우리는 ‘고삐 풀린‘, ‘폭주기관차같이 내달리는’ 자본주의 사회가 안겨주는 고통과 불안과 번뇌에 매일매일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는 개인들로 하여금 인생의 모든 문제를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도록 우리를 세뇌시켰다. 나는 그간 스스로가 ‘금융맹’, ‘재테크맹’이라서 다소 부끄러웠다. 나는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해서 ‘마르크스맹’(이라는 단어는 들어본 적 없지만)도 부끄럽게 여길 것이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