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원이면 좋겠습니다 - 릴케 수채화 시집 수채화 시집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한스-위르겐 가우데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모스그린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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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20세기 최고의 독일어권 시인 중 한 명으로, 그의 시는 수없이 많은 사상가와 예술가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내가 정원이면 좋겠습니다』는 1941년 베를린에서 태어난 화가 한스-위르겐 가우데크가 그린 그림과 릴케의 시를 함께 엮은 책이다. 화가는 청소년 시절부터 릴케의 시를 많이 읽었다. 그는 릴케의 시는 고요한 언어로 신비한 세상을 그려내고, 다양한 차원에서 자신의 주제를 서정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에 매료되었다고 한다. 그는 릴케의 문학으로 들어가서 그림으로 그의 시와 대화를 나누고자 했다. 그는 릴케의 작품 중에서 자연과 직접 관련이 있는 시들을 골랐고, 이 시들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법으로 수채화를 선택하여 이 책을 만들었다.



내가 정원이면 좋겠습니다


<내가 정원이면 좋겠습니다>는 릴케가 1897년에 쓴 시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시를 처음 읽을 때는 언어적인 아름다움이 주로 느껴졌다. 두 번째 이후부터는 꽃들이 말 없는 대화로 하나가 되었다는 장면을 상상해 보고, 꽃들의 말을 엿듣고 싶다는 릴케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가을날

가을이 오면 어김없이 소환되는 시, 그 유명한 시 <가을날>이다. 이 시는 워낙에 유명해서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알고 있던 시였다. 제1연과 제2연을 지나 만나는 제3연을 제일 좋아한다. 줄곧 방랑가의 삶을 살다가 간 시인 릴케의 생애를 조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제3연이 주는 호소력을 음미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그의 책 『인생의 역사』에서 시는 그를 사랑했다고 말한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내가 왜 평론가의 글들을 좋아하는지 깨닫는 한편 부러움도 느꼈다. 나는 시가 아직 어렵다. 왜일까. 직관적으로 바로 이해되는 평범한 일상어로 쓰인 시는 위로를 주곤 했지만 나를 매료시키지 못했다. 내가 읽고 싶은 시는 시인의 삶을 먼저 이해하여야 하고, 시인이 팬을 든 시대의 정신을 공부해야 하며, 거듭 반복해 읽어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는 정제된 언어로 쓰인 시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는 보통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릴케의 시집 『두이노의 비가』는 오랫동안 내 장바구니에 담겨서 결재만 기대리는 중이다. 선뜻 구입하지 못했던 이유는 앞서 말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시』도 장바구니에 담았다.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구입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스-위르겐 가우테크가 엮음 릴케의 시들을 읽고 나니 『두이노의 비가』를 빨리 결재해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 출판사 제공 도서를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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