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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바다 ㅣ 암실문고
파스칼 키냐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6월
평점 :

파스칼 키냐르의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최근이었다. 올해 5월 즈음 신간 소식에 소개된 파스칼 키냐르의 책 『성적인 밤』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호기심에 검색해 보았더니 파스칼 키냐르는 작가들의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파스칼 키냐르는 수많은 작가와 예술가들이 흠모하는 소설가였다. 파스칼 키냐르는 1948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언어학자와 음악가들을 배출했는데 이러한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5개 국어를 습득하고 다양한 악기를 연주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심하게 앓았던 두 차례의 자폐증, 68혁명의, 실존주의 구조주의 철학 등은 그의 작품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으며,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소설에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사랑 바다』에서는 17세기 예술가들의 기구한 삶이 펼쳐진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엔 작가가 기존에 창조했던 인물들도 등장한다. 예술가들은 예술은 사랑하는 만큼 인간의 육체와 감각이 빚어내는 열정도 사랑한다. 상대방을 자체를 욕망하는 것인지 자신의 욕망이 투영된 상대방을 욕망하는 것인지 구분이 모호할 때도 있지만 어쨌든 욕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파스칼 키냐르의 글은 탐미적이라고 하는데 사랑에 대해 쓴 부분에선 특히 더 아름다운 그의 문체가 돋보였다. 한편 『사랑 바다』를 소개할 땐 등장인물이 누구였는데 그들이 어떤 일들을 겪었고 등의 서사를 풀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은 굳이 들지 않는다. 나는 튈린이 왜 떠났는지 이유가 크게 궁금하지는 않았다. 인간은 맞는지 틀렸는지 영영 알 수 없는 온갖 이유로 무슨 행동이든 할 수 있는 존재이니까.


파스칼 키냐르의 『사랑 바다』는 소설이지만 시처럼 읽힌다. 글을 읽다가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서』가 떠올랐다. 나를 페소아의 글을 읽을 때는 점점 어둑어둑해지는 늦은 오후의 심상을 받는다. 『사랑 바다』는 나중에 어떤 심상이었다고 말하게 될까? 한편 최근 사서 읽고 있는 책 중 토마스 포스터의 『교수처럼 문학 읽기』가 있다. 이 책에서는 보통의 독자들이 소설을 읽을 때는 작품의 감정적 차원에서 반응하는 반면 문학 교수들은 물론 감정적인 차원에서도 반영하지만 대게 다른 요소에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고 설명한다. 이 작품의 감정적인 효과는 어디서 오는지. 등장인물들은 누구와 비슷한지. 이러한 장면을 전에 본 적이 있는지 등등. 교수들은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고 작품 속에서 드러난 은유와 비유를 유추한다. 또한 패턴을 의식하며 책을 읽는다고 한다. 저자인 토마스 포스터 교수는 평범한 우리 독자도 교수처럼 읽을 수 있도록 훈련시키고자 하는데... 『사랑 바다』에서는 이 훈련법을 적용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어느 날 삶은 옷을 벗는다"(p441)라고 말했고 나는 이 문장에 반응했다. "세상은 깊고 밤은 거대하다"(p441)라고 말했을 때 나는 이미 한밤이었다.
*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