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공학 -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생각법
빌 해맥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윌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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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원제는 『The Things We Make』 이다. 윌북에서 나온 한국어 번역본 제목은 『삶은 공학』이고 부제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최선의 답을 찾는 생각법"이다. 어떤 책들은 원제목보다 번역본 제목이 더 책의 핵심을 잘 전달해 주기도 하는데 나는 이 책도 그렇다고 본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알 수 있다. 우리 대부분은 이미 '공학적' 마음가짐 내지는 태도로 살아왔다는 것 말이다. 평범한 우리들은 살면서 자연스레 공학적 방법으로 삶을 살아내는 법을 배워간다. 우리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고 예기치도 못했던 일련의 사건들을 앞에서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최선의 판단이라 믿은 선택들을 내리며 한발 한발 나아간다. 우리는 선택에 앞서 스스로 이런저런 정보를 탐색하고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자문을 구한다. 그러나 언제나 정보는 불충분했다. 그럼에도 선택을 내린다. 시행착오와 실패를 반복해서 겪지만 이러한 경험을 인생의 밑천 삼아 무너지지 않고 계속하여 삶을 살아낸다. 저자에 따르면 바로 이것이 바로 공학적 방법이다. 


공학자는 완전한 지식 없이 작업을 하고 때로는 잘못된 경험칙을 사용한다. '경험칙'의 공식적인 용어는 '발견법(heuristic)'인데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내기 위한 지름길로서 사용되는 부정확한 방법을 뜻한다. 공학자의 선택에는 편향이 담겨 있고 어떤 상황에서는 이런저런 충동으로 부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공학자는 어떤 식으로든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방법을 알아내려 고분분투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파리에 있는 시테궁의 생트샤펠 대성당을 공학적 전략의 대표적 모범 사례로 들고 있다. 생트샤폘 대성당은 오늘날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기본적인 산수나 기하학을 배운 적이 없는 건축가 팀이 설계하고 건설했다. 현대의 도구나 기법 없이 어떻게 이런 대성당을 지어냈을까? 생트샤폘은 좋은 공학을 결정하는 것은 컴퓨터 알고리즘, 구조분석, 건축 재료에 대한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결국은 공학적 '방법'에 있음을 알려준다.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대성당은 숫자가 표시된 자도, 유클리드 기하학도 없이 가장 기본적인 수학만을 가지고 만들어냈다. 그러나 대성당 건축에는 1000년에 걸쳐 구전으로 전해진 비례 법칙이 적용되어 있다. 이 법칙이야말로 공학적 지혜의 대표적 사례이다. 반복되어 사용되면서 점점 다듬어지고 개선되는 것이 바로 공학적 문제 해결의 본질이다.


책의 지은이 빌 해맥은 미국 일리노이대학교 어배너-섐페인 캠퍼스 화학 및 생체 분자 공학 교수로 어린 시절 공장 견학을 좋아하신 부모님을 따라다니다가 제조 과정에 자연스레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공대로 진학했다. 저자의 부모님은 식물학자와 연극 교수였는데 삼 남매를 데리고 캘리포니아 어느 공장에서는 옥수수를 분당 수천 개씩 캔에다 부어 넣는 광경을 보러 가기도 하고, 미시간의 켈로그 시리얼 공장에 견학을 가기도 했다. 이런 흥미로운 취미를 가지신 부모님 덕분에 저자는 공학자의 길을 걷게 되었고 현대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웅장한 대성당 건축에서부터 사진기, 자전거, 전자레인지, 세탁 세제 등 일상적으로 접하는 많은 것들에 깃든 공학 이야기를 들려준다. 불확실한 정보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시행착오를 밥 먹듯이 되풀이하는 공학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점투성이의 내 삶이 조금은 달리 보인다. 에필로그에 저자는 어떤 공학 해설자의 말을 인용하는데 무척 위로가 된다. 공학도 삶도 언제나 이해하기 쉽게 깔끔하게 정리된 적은 없었고 우리는 그냥 나아갈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앞서서 살아갔던 무수히 많은 사람들의 무수한 실패 덕분에 이렇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공학을 한다는 것은 인간적이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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