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과학 - 세상을 움직이는 인간 행동의 법칙
피터 H. 킴 지음, 강유리 옮김 / 심심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진실은 복잡하고

우리는 편향되었다.

저자 피터 H. 한은 조직행동학자로 20년 넘는 기간 동안 사회적 오해의 역학 관계와 신뢰를 연구하였고 거기서 얻은 놀랍고도 때로는 심기 불편한 통찰을 토대로 이 책을 집필했다. 저자는 연구의 결과가 때로는 '심기가 불편한 통찰'이라고 표현했을까? 왜냐면 우리는 누구나 '신뢰는 중요하다'라고 말하고 믿으면서도 신뢰와 관련된 판단에 매우 서툴기 때문이다. 우리는 '신뢰'와 관련된 문제를 만났을 때 신뢰를 회복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성급히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우리는 아주 적은 정보를 바탕으로 낯선 사람을 선뜻 신뢰하지만 이 초기의 신뢰는 또 몹시 무너지기 쉽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신뢰가 어떻게 형성되고 훼손되는지, 또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탐구한다.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개인적인 관계 속의 신뢰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에 대한 분별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한 명의 여성과 불륜을 저지른 클린턴 대통령은 탄핵 소추를 당한 반면 수십 년에 걸쳐 여섯 명의 여성을 추행하고 모욕한 혐의로 고발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주지가 선거에 승리했다. 성추문이라는 비슷한 유형의 신뢰 위반 사건으로 모두 명백한 도덕성 위반이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슈워제네거는 리프레이밍 전략을 통해 도덕성 문제를 역량 관계 이슈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신뢰를 결정짓는 두 개의 강력한 요소인 '역량'과 '도덕성'을 통해 신뢰 메커니즘을 탐구한다. 먼저 우리는 역량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정보보다 긍정적인 정보에 더 무게를 둔다. 반면 도덕성의 문제에서는 이 관계가 역전된다. 우리는 역량이 낮은 사람이 보여준 단 한 번의 눈 부신 성과를 믿을 만한 역량 신호로 간주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이 단 한 번만이라도 도덕적으로 부정직하게 행동하면 그 사람에 대한 신뢰 전체를 잃기도 한다. 즉 우리는 편향된 사고를 하는데 이는 신뢰 회복의 문제로 이어진다. 역량 기반의 신뢰를 저버린 사람이 사과하면 우리는 앞으로 그가 비슷한 잘못을 피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믿기에 사과가 도움이 된다. 반면 도덕성 기반의 위반을 저지를 사람은 사과를 한다 해도 우리는 그의 뉘우침과 속죄의 신호를 대부분 무시하기 때문에 사과는 별 소용이 없고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도덕성 위반자는 무엇을 해도 별 소용이 없는 것을 알기에 사과를 하지 않는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 우리는 완전한 정보를 가지지 않은 채로 세상의 문제를 판단한다. 사건과 관련된 복잡한 정황을 세세하게 따지기보다는 흑 또는 백으로 결론짓는다. 진실은 복잡하고 회색 지대에 있다는 것을 우리는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저자는이 책은 '신뢰 문제의 복잡성을 이해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세심하게 이 문제에 접근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대인관계부터 집단, 문화, 국가에 이르기까지 점점 범위를 확대하면서 신뢰 문제를 탐구한다. 우리는 스스로는 도덕적으로 좀 더 옳다고 보지만 타인에 대해서는 반대로 생각한다. 늘 불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누군가를 너무 빨리 신뢰하고 누군가의 사과는 받아주지 않는다. 대중은 권력자에 대한 낭만화된 믿음을 가지고 있기에 권력자 또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권력자는 단 한번의 실수에도 평생 동안의 업적이 물거품이 되기도 한다. 또는 반대로 작용해서 객관적인 신뢰 위반의 데이터가 쌓여도 이를 부인하고 우상화하기도 한다.

저자는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로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자동 조종장치를 끄고 나의 신뢰성이 위협받을 때 남들이 해줬으면 하는 것과 똑같은 수준의 사려 깊고 섬세한 배려로 신뢰 위반 상황을 해석하고 노력하는 것이다(p387)라고 말한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편향성을 극복하는 것은 힘들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진실은 생각보다 훨씬 복합하고 우리는 기대보다 어리석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