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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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이자 가족 문제 전문가인 저자 셰리 캠벨은 단호하게 말한다. 해로우면서 무고한 사람은 없다. 따라서 내 가족이 내게 지속적으로 상처를 주면서 내 영혼을 갉아먹고 내 육체를 파괴해도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면죄부를 주면서 참지 말라고. 해로운 가족과는 관계를 끊어내도 된다고 말이다.

혹자는 말한다. 가족은 모두 조금씩 미쳐있으니 결함을 받아들이라고 말이다. 물론 모든 부모는 완벽하지 않다. 의도치 않게 자녀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고 자녀가 원할 때마다 나타나 정서적 욕구를 다 해결해 줄 수도 없다. 그러나 어떤 부모나 조금씩 가지고 있는 평범한 결함과 한 인간이 정상적으로 자라는 과정을 파괴하는 해로움은 분명히 다르다. 저자는 1장에서 해로운 가족과 결함이 있는 가족을 구분한다. 해로운 부모는 자녀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한다. 네가 더 착하거나 덜 보채는 아이였다면 자신도 부모 노릇을 더 잘했을 거라 주장하고, 부모가 하는 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분별할 수 없는 아이를 그렇게 믿게 만든다. 자기 행동과 무관한 갈등이 생겨도 비난의 화살이 자녀를 향한다. 건강한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와 다른 점은 자녀에게 상처를 줬을 때 부모가 속상해하는지 아닌지다. 본인 인생의 불행을 자녀에게 풀고 그것에 대하여 수치스러움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부모는 해로운 부모다. 한편 해로운 부모는 어떤 사람들인가? 저자는 1장에서 해로운 사람의 특성을 잘 정리하고 있다(p28~31). 이 특성들에 대한 목록을 내 부모 혹은 가족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적 결함들과 비교해 보자.





불행히도 최근까지도 가족 문제에 있어서는 '참아라'가 우세했다. 수많은 문학작품들은 가족에서 비롯된 불행과 학대를 피해 도망치는 사람들을 다루어왔지만, 대중 매체는 거의 대부분 매우 정상가족 신화에 사로잡혀 매우 좁은 가족 이미지를 제시했다. 가족문제 상담가들 역시 가족을 화해시키거나 관계를 개선하는 데 목표를 두었지 '가족과 단절하여도 된다'라는 식의 조언은 없었다. 따라서 최근까지도 우리는 가족문제에 있어선 '그래도 가족인데'라는 망령을 견뎌야 했다. 저자 역시 가족으로 인해 불행을 견뎌야 했다. 그를 힘들게 했던 것은 비교할 본보기나 설명 같은 것이 없었고, 본인 선택의 결과가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확인할 방법도 없었던 것이다. 가족을 떠나서 생존해야겠다는 이 간절하고 중대한 결정 앞에 기댈 수 있는 조언이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썼다. 책의 원제는 『 Adult Surviors of Toxic Family Members 』으로 국내 번역본과 차이가 있다. 국내 번역본 제목 『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은 무척 직관적이고 책의 모든 내용을 함축한다.


이 책은 해로운 가족과 관계를 끊으면 희망이 생기고 삶이 명료해진다는 진실을 전한다. 해로운 가족과 선을 긋는 기술과 외부의 편견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느 전략을 알려준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이 책을 쓰는 건 별로 유익한 일은 아니었다고 말한다. 왜냐면 이 책 때문에 저자의 가족은 더 길길이 화를 내고 더 큰 앙심을 품을 테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가족의 학대에서부터 살아남아 삶을 살아야 할 생존자들을 위해 힘주어 말한다. 가족으로부터 벗어난 사람은 상처 많고 어딘가 음울해 보여 왠지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부류의 인간이 아니라 심리적 육체적으로 자립하여 타인의 마음을 고통을 더 잘 이해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피도 눈물도 없고, 무감각하고, 다정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가족과 관계를 끊는 게 아니다. 사실 정반대다. 경계선을 긋는 이유는 내가 입은 상처를 걱정하고 보호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다.

학대하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경계선이 생기면 상처가 치유되고 내가 원하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와 방법이 열린다. - P57

해로운 가족과 관계를 끊는 건 그들을 버리는 게 아니다. 그들에게 더 이상 버림받지 않기 위해서 접촉 지점을 없애는 것이다. 해로운 가족은 정서적 유기에 도가 튼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은 죄책감, 그리고 자신의 잔인성을 인지한 후 느낄 괴로움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행위가 일으키는 악영향을 계속 모른 척하기로 스스로 선택한다. (중략)

해로운 가족은 이런 무감한 방어로 자신들이 꽤 괜찮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유지한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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