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전면 개역판
허먼 멜빌 지음, 김석희 옮김 / 작가정신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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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허먼 멜빌이 1851년 발표한 위대한 소설  『모비 딕』 을 소개하기 위한 수식어가 필요할까? 윌리엄 포크너는  『모비 딕』 을 손에서 놓자마자 '내가 썼더라면...'이라고 생각했고, 문화비평가 해럴드 블룸은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 이후 성취하기 어려웠던 '진정한 문학적 독창성'이 허먼 멜빌에 이르러 마침내 성취되었다고 평가했다. 소설의 명성에 걸맞게 국내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왔고 독자들은 선호하는 출판사나 번역자를 골라서 읽을 수 있는 선택지를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독자의 화두는 '누구의 번역본을 읽을 것인가?'이다. 

이번에 작가정신에서 출판된 『모비 딕』은 대한민국 최고의 번역가로 손꼽히는 김석희 번역가님의 작품이다. 김석희 번역가님은 제1회 한국번역상 대상을 수상했고, 한글발전유공자 대통령표창을 수상했다. 출판사 작가정신에서도 이번 『모비 딕』이 출간 13년 만의 전면 개역판임(작가정신에서 2011년 김석희 번역가님의 번역으로 기 출간하였다)을 알림과 동시에 김석희 번역가님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또 하나의 역작임을 강조하고 있다. 개역판에서는 기존판에서 150여 개의 역주를 추가하였고, 등장인물 소개, 작가 연보, 역자 해설 및 대담 등을 담고 있다. 상징과 암시로 가득 찬  『모비 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주석과 해설들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작가정신의 전면 개역판 『모비 딕』은 정말 국내 모비딕 번역본 중 끝판왕이 아닐까 한다.

『모비 딕』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모비딕'이라고 불리는 향유고래 때문에 한쪽 다리를 잃은 에이해브 선장이 복수를 하기 위해 모비딕을 뒤쫓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화자인 이슈메일의 전지적 시점에서 서술된다. 줄거리는 간단한데 비해 『모비 딕』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모비 딕』은 방대하고 광활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온갖 비유와 상징으로 넘쳐나고 작품 속에 담긴 철학적 사유의 매우 깊다. 다층적 구조와 중층적 의미로 가득 차 있는 『모비 딕』은 최소 세 번 이상 읽고 『모비 딕』 해설을 별도로 찾아 읽어야 그 뜻을 겨우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 영국의 도서관에서는 이 책을 고래학에 분류했다고 한다.  고래의 생태와 활동, 포경 등과 관련된 방대하고 상세한 설명이 소설 『모비 딕』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허먼 멜빌은 『모비 딕』을 쓸 때 과학적 정확성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방대한 문헌을 조사했다고 한다. 모비 딕을 뒤쫓는 과정이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묘사되기 때문에 소설 읽기의 재미에 흠뻑 빠질 수 있다.(그 속 뜻을 이해하지는 못했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이번에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온 전면 개정판 『모비 딕』은 주가 모두 각주로 처리되어 책을 읽을 때마다 책 뒤로 가지 않아도 된다. 김석희 번역가님의 혼신의 노력 덕분에 온갖 상징과 비유를 비롯하여 소설의 이해에 필수적인 시간적 공간적 맥락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세계문학에 아무런 조예도 없지만 누군가『모비 딕』을 읽고자 한다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작가정신 2024년 전면 개역판 김석희 번역가 선생님의 『모비 딕』을 선택해서 읽으라고 말이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자유로운 감상만을 담아 쓴 리뷰입니다.




내 이름을 이슈메일이라고 해두자. 몇 년 전-정확히 언제인지는 아무래도 좋다-지갑은 거의 바닥이 났고 또 뭍에는 딱히 흥미를 끄는 게 없었으므로, 당분간 배를 타고 나가서 세계의 바다를 두루 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내가 우울한 기분을 떨쳐버리고 혈액순환을 조절하기 위해 늘 쓰는 방법이다. - P43

우리가 인생이라고 부르는 이 기묘하게도 뒤죽박죽 엉켜버린 사태에는 우주 전체가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담으로 여기는 야릇한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어떤 인간은 그 농담의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그 농담이 다름 아닌 자신을 웃음거리고 삼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의심한다. - P334

우리의 삶에도 온 길로 되돌아가지 않는 한결같은 나아감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정해진 단계를 거쳐 나아가다가 마지막 단계에서 멈추는 것도 아니다?즉 유년기의 무의식적인 도취, 소년기의 맹목적인 믿음, 청년기의 의심(만인의 숙명이다), 이어서 회의, 그다음에는 불신의 단계를 거쳐 마침내 ‘혹시나’ 하고 심사숙고하는 성년기의 평정 단계에서 정지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그 단계를 다 거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첫 단계로 돌아가서 유년기와 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 ‘혹시나’를 영원히 되풀이하는 것이다. - P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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