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 비움의 길, 다스림의 길 이용주의 고전 강독 2
이용주 지음 / 이학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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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누가 썼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수수께끼로 가득 찬 오천 자 남짓한 길이의 『노자』는 지난 2500여 년 동안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많은 사상가와 문필가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왜 『노자』를 읽어야 하는 것일까? 사는 것이 짐이고 고통이기 때문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고 내 머릿속에 가득 찬 것은 내 생각이 아닌데 내 것인처럼 집착하고 일희일비한다. 그래서 『노자』를 펼친다.

『노자』
세속의 문명적 가치관에 도전하는
해방과 치유의 메시지

『노자 도덕경』의 후서에서 저자 이용주 선생님은 『노자』는 세속의 문명적 가치관에 도전하는 해방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고 말한다. 현대인인 내가 『노자』를 읽는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신자유주의와 능력주의가 지배하는 후기 산업사회 말기에 살아가는 현대인은 신 대신 '물질'을 숭배하고 살아간다. 대단한 착각 속에서 내 것이라 여겨지는 나의 '자아'는 내가 원한다고 착각하는 온갖 것을 욕망하면서 죽을 때까지 하나라도 더 가지려고 애쓴다. 동시에 무의미에 시달리면서. 저자는 『노자』는 현대인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묻게 하는 강력한 해방과 치유의 힘을 가진다. 여기서 눈여겨볼 만한 것은 이 힘이 대단히 현실적인 사유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는 온갖 자기 위로-위안 산업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에 치유의 종류도 분별하여 선택해야 한다. 『노자』 읽기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88페이지- 노자가 우리에게 권유하는 바람직한 삶의 태도는 어느 선에서 ‘멈추는’ 것이다. 과도함을 알고 멈추는 것이 노자가 가르치는 지혜[明]의 핵심이다. 스스로 과도함을 알고 멈출 줄 알면 위험하지 않다. 적절한 선을 넘어 마구 달려가면 위태롭다[殆].

저자는 초학자라면 『노자』를 제1장부터 제81장까지 원본의 순서에 따라 독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순서대로 읽어가면서 나름의 논리와 흐름을 발견하고 어느 정도 독서가 진행이 되었다면 그다음에는 『노자』를 주제별로 읽어가는 것이 좋다. 저자는 총 81장인 『노자』의 주제를 크게 넷으로 나눈다. 이 네 주제는 수십 개의 소주제로 나뉜다.

제1주제 : 도론
제2주제 : 덕론
제3주제 : 수행론(치신론)
제4주제 : 정치론(치국론)
책 후서에 보면 각 대주제에 해당하는 수십 개의 소주제를 정리한 표가 실려 있다. 이 표를 정리해 놓고 읽으면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노자 사상의 핵심,
자신의 선입견과 세상의 편견을 벗어던지자

노자 사상의 핵심은 자신의 선입견과 세상의 편견을 벗기는 것이다. 성인은 언어, 개념, 관념의 세계에 사로잡히지 않고 무엇을 이루었다고 해서 그것이 자기의 공로로 돌리지 않는다. 처음부터 내 것이라거나 나를 떠났다거나, 내가 버림받았다거나 하는 그런 생각이 없다. 성인이 된다는 것은 마음을 완전히 비운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노자』의 성인은 도를 체득한 사람이다. 마음에 가득한 허기심을 버리고 소박한 삶에 만족하는 삶이 도를 실천하는 삶이다.

노자는 인간 사회를 지배하는 기존의 질서 자체가 근거 없는 편견에 불과하며, 그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언제든 교체 가능한 인위적 질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 37페이지- 『노자』를 읽는 작업은 우리의 인식에 채워진 족쇄를 걷어내고, 존재의 자연본성(본질)에 뿌리내린 진정한 가치를 찾아나가는 여정에 참여하는 일이다.

🔸 533페이지-문명적 활동성이 지구를 파괴하고, 자연을 망가뜨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무너뜨리고, 신경증과 불안증 환자를 양산해내고, 분노 살인자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닌가? 바쁘지만 불안한 세상, 정신없이 공허한 세상을 만드는 게 기여한 것은 아닌지 이제는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갖기 시작했다. 노자는 세상의 가치와 달리 무위와 무사를 추구하는 통치나, 무미를 추구하는 요리사를 최고의 도를 이해하는 사람으로 칭찬한다. 통치자 개인의 자의적인 의도를 따르는 행동이 아니라 민심과 민의에 순응하는 통치, 달고 짜고 매운 화려한 맛을 추구하기보다는 재료의 본연의 맛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요리사가 진짜 요리사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모든 구절이 정확하고 상세한 자연스러운 우리말로 해석되어 있는 것이다. 『노자』는 지명이나 인명 같은 고유명사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포리즘으로 가득 찬 『노자』를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그냥 읽고 해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이 난해하고 신비스러운 시의 형식을 가진 『노자』를 읽고자 한다면 누군가의 해석을 통할 수 밖에 없다. 이 책 『노자 도덕경』은 여러 판본을 비교 검토하여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해설하고 있다. 각 장은 모든 구절에 대한 설명 → 각 장이 가진 핵심 주제 및 시사점으로 전개된다. 동양 고전의 전문가인 저자 이용주 선생님의 번역과 해설은 상세하고 깊지만 편안하게 읽힌다. 『노자』를 읽어갈 때로는 높은 산을 올라야 하고 때로는 구불구불한 숲길을 걸어가야 한다. 이 책은 『노자』 라는 산을 오르는 데 있어 최고의 길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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