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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시대 1 - 원자시대의 시작과 상대성이론의 탄생 ㅣ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 2
남영 지음 / 궁리 / 2023년 4월
평점 :
"20세기 전반기는 상대론과 양자역학이라는 새로운 과학으로 아름답게 휘어지고, 양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무게로 처참하게 휘어진 시대였다."
<휘어진 시대 1, 1부 여명 P.26~27 >
이 책 <휘어진 시대>는 한양대학교 창의융합교육원 남영 교수가 그의 입소문 난 인기 강좌 '혁신과 잡종의 과학사'라는 수업을 바탕으로 탄생한 책이다. 남영 교수는 먼저 해당 강의 내용을 담아 <태양을 멈춘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책을 펴냈고 이번 <휘어진 시대>는 두 번째에 해당된다. <태양을 멈춘 사람들>은 지동설 혁명을 통해 과학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이 과학인지 일종의 과학 자체의 개론을 다룬다면 이번 <휘어진 시대>는 여러 물리학 덕후들을 설레게 만드는 20세기 전반 과학사를 다룬다. 20세기 전반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그리고 원자물리학이 자리를 잡던 시기이다. 한편 이 책은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현대원자이론 자체가 주인공이 아니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과 그들의 시대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다. 과학이론에 대하여는 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답에 도달하는 과정과 난관과 고민을 공감하는데 필요한 정도의 적절한 수준으로 다룬다.
<휘어진 시대> 1~3권 구성
<휘어진 시대>는 총 3권으로 구성된 대작으로 총 6부의 이야기로 정리되어 있다.
(1권) 1896~1919년. 고전역학의 시대가 끝나고 양자와 방사능, 원자와 상대성이 전면에 부상한 시기. 주요 과학자들로는 퀴리 부부, 톰슨과 러더퍼드, 플랑크, 아인슈타인 등이 있다.
(2권) 1920년대와 1930년대. 저자가 설명하는 1920년대는 새로운 과학이 만개한 시대이고 1930년대는 그 과학낙원이 붕괴한 시기이다. 양자역학의 대두라 거대한 충격이 주인공인 시기이다. 1900~1930년의 단 한 세대의 기간을 지나면서 과학은 더 이상 일반인이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형이상학적인 개념들로 가득 차게 된다.
(3권) 1권과 2권의 결과물.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이후 시간들의 짧은 정리로 긴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고 한다. 이 시기는 가장 순수한 과학자들의 열정적 연구가 가장 끔찍한 결과물로 종합되며 대전쟁이 종결된다. 그리고 이 야합과 몰락의 시기 대재앙 이후의 세상은 더 이상 전과 같지 않고 그렇게 바뀐 세계는 오늘날 우리의 삶으로 이어진다.
남영 교수는 20년 넘게 과학의 역사와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가르쳤는데 많은 학생들이 과학 자체를 오해하고 있음을 절실히 느껴왔다. 학생들과 일반인들에게 과학자란 어떤 이미지인가. 위인전 속 박제된 과학자들? SF 영화에 나오는 미치광이 과학자들? 남영 교수는 대부분 사람들이 중등교육과정 이후 사회생활에서는 과학자들도 결국 인간임을 배우게 되는 기회가 적은 것을 안타까워한다.
"과학자는 선하거나 약하지 않다. 과학이 선하거나 악하다"
<휘어진 시대 1, 저자의 말 중>
남영 교수가 학생들에게 전한 이 메시지는 <휘어진 시대>를 통해 독자에게도 전달된다. 이 책의 배경인 20세기 전반기는 인류사에 일찍이 없었던 속도로 극소수 과학자들에 의해 빠르고 아름다운 과학의 발전이 전개되었다. 이 아름다운 과학의 발전은 동시에 인류사적 비극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이 책은 수십 년간의 과학의 지적 모험과 야합을 다룬 글로 각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실타래처럼 얽힌다. 그간 알아왔던 과학자들은 위인전 속 탈인간화된 하늘의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같은 세속에서 관심사는 크게 다를지언정 비슷한 번뇌와 좌절을 견뎌온 인간으로 다가오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빛남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과학자들의 업적보다는 그들이 답에 도달하는 과정과 난관과 고민들을 다루고 싶었다고 강조한다.
1권의 마지막은 물리학에 대한 경외감과 때에 따라 기묘한 행복감(저자의 표현)까지 선사하는 일반상대성이론의 본격적 등장을 예고하며 끝난다. 만유인력을 넘어선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뉴턴역학을 붕괴시킨다. 뉴턴역학과 특수상대론, 민코프스키의 다차원 기하학, 마흐의 비판정신, 괴팅겐의 수학적 도구들이 어우러져 탄생한 이 놀라운 이론은 휘어진 우주, 별빛이 휘는 세상에 우리를 데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