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컴과 미디어 비평
김창룡 지음 / 글로세움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홉스



한국사회는 예부터 국수주의를 강하게 강조하였고, 이제는 선진국의 반열에 접어들었지만 그래도 여타 나라에 비해 국수주의의 열광이 강하다는 건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도 없으리라. MB는 실용주의를 준칙으로 부국강병을 지향한다는 천명을 밝혔지만 발전하는 건 소수의 재벌기업과 늘어만 가는 부르주아의 재산뿐이므로, 대통령의 포퓰리즘에 대한 반감이나 매스컴을 조작하여 북한의 위협을 과장하여 반공을 지향하게끔 하는 정부의 반간지계에 골이 날대로 난 시민들은 뭔가 색다르고 새로운 정부의 정책을 원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분열은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행복지수는 땅바닥을 치고 있고 학계에 대한 지원은 날로 줄어가며, 식료품을 중심으로 한 물가는 해가 다르게 상승세를 이어간다. 코스피로 적자를 보는 건 개미들뿐이요, 외국 투기 세력 가령 도이치뱅크와 같은 기업은 주가조작으로 이익을 날로 건져 먹는다.

세상에 대해 가르쳐야 할 대학에선 오직 취직만을 위시하여 지혜와 지식으로서의 학문이 아닌 취직서를 꾸미는 허황된 학문을 가르치는 작금에 현실은 시간이 갈수록 험악해진다. 하기야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한국사회에서 인심을 기대하기란 고대보물을 찾는 것만큼이나 어렵게 되었다. 이제는 만인이 만인을 배척하기 위한 열대우림과 같은 사회가 조장되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공적살인 이외에는 달리 실천해야 할 일이 없게 된 것이다.

홉스는 자신의 저서 ‘리바이어던’에서 만인은 만인에 대한 늑대라고 천명하였다. 친인척은 물론이거니와 아주 가까운 이웃 사이에서도 저액의 돈을 꾸기에도 어렵게 된 살벌한 현실은 우리보고 지금 자신의 이성과 의식지평과 지를 확장하고 재정립하라고 불을 지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학식을 기초로 하여 세상을 뒤바꿀 경계에 설 수 있는 기반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마치 승려처럼 하늘을 뒤엎을 최상의 도를 구하고 혼자서만 열반에 들어서는 진정으로 깨달은 자라고 할 수 없다. 오직 자신의 영혼의 형이상학적인 측면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승려를 내가 싫어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중생을 구하려면 마땅히 자신이 깨달은 바를 그 과정이 자신의 살을 깎아 먹는다할지라도 철두철미하게 구명하여 기술해야 할 필연적인 도덕성과 윤리를 지켜야  진실된 현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념과 사상의 시대가 지났다할지라도 우리는 다시 그것으로 하여금 새로운 ‘주의’를 만들어야 할 시대정신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불행한 자에 다름 아니다. 나라를 구성하는 건 정부가 아니라 그 주권을 담보로 하고 이의 책임자이자 실 운영자인 시민이다. 시민으로서 자신의 나라 발전에 대한 임무를 수행해야만 공리주의의 성립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이고 이로 말미암아 개인 각각의 행복이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지적 깨달음은 모든 실리적/물리적인 발전의 기초이다. 지를 지반으로 하지 않은 행동은 가볍고 쉽게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는 시뮬라크르적인 것에 진배없다. 순수 학문에 대한 배움 없이는 그 어떤 것도 완벽하게 이룰 수 없다. 왜 오늘날에는 헬스 열풍으로 몸을 사용하기는 좋아하면서 머리를 사용하는 것에는 질색을 할까. 포르노 사업같이 말초적인 분야만 집중적으로 커가고 아주 복잡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순수학문은 갈수록 위축되어가는 걸까? 90년대 한국사회는 지식인을 떠받들었지만 지금은 돈이 많거나 유명인사이거나 연예인같은 피상적이고 표층적인 관점만이 진리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그러니 사회가 부패하고 퇴폐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제반구조를 갖췄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이제는 돌이킬 지경이 없는 한국을 다시 살리고 생기를 불어넣으려면 학문을 좋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썩어버린 한국에도 혁명가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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