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식기 전에 커피가 식기 전에 시리즈
가와구치 도시카즈 지음, 김나랑 옮김 / 비빔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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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타임 슬립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대부분은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이 고군분투하여 

결국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과 결과에서 스릴과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은 초장부터 그것을 막아버렸다.

'과거로 돌아가서 어떠한 노력을 할지언정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는 규칙을 스스로 못박으면서 말이다.


그런데도 이 소설 은근히 스릴이 있다.

서늘한 지하의 찻집에서 과거에 머무는데 주어진 시간은

커피가 식기 전까지라니.

온종일 애태우며 과거로 돌아간 이들에게 이 시간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은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지고.

이 점을 작가는 적절히 활용하며 긴장감을 이끌어 낸다.

과거로 돌아간 인물들이 '뭔가는 얻어서 와야할텐데'하며 조바심을 내도록 말이다.


특히, 연인과 부부의 이야기를 보면서는 먹먹하고 가슴이 아프면서도 한 편으론 부러웠다.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을 만났다는 그 자체가 말이다. 어릴적엔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나이가 들수록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란 것을 느끼는 요즘이라 그런지...


커피를 따르면서 과거로 이동하는 모습이나 과거에서 커피를 마신 후 

다시 현재로 돌아가는 찰나의 순간 등 우리가 현실에서 보지못한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절묘하게 표현해낸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이 작품이 영화화된 것은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르겠다.


카즈가 따라주었던 커피처럼 따뜻한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본 리뷰는 출판사 경품 이벤트 응모용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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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에 답이 없어요 - 크리에이터 선바의 거침없는 현생 만담
선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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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바님이 방송에서도 누차 말씀하셨지만 여백이 상당하다.

(무제 공책 느낌이라고까지 하셨던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ㅋㅋㅋㅋ)


어찌 보면 유튜브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나의 영상에 컨텐츠를 꽉꽉 채워 긴 영상이 되면

오히려 사람들은 부담을 느끼고 아예 눌러보질 않는다.

짧은 영상, 빠른 템포, 간결하게 요점만!

모바일에 익숙한 세대를 정확히 겨냥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책의 내용은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선바님이 평소에 가졌던 솔직한 생각들과 일상의 기억들에서

추출한 에피소드와 생각들이 주로 담겨있는데

조금 진지한 이야기가 있으면 곧장 위트 있는 이야기가 따라붙곤 해서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시 방송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

지금의 선바를 있게 만든 것이 방송이기에 

이 파트는 다른 파트에 비해 진지함과 진솔함이 더 많이 묻어났다.

방송을 준비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에서는 그가 방송을 대하는 태도를 짐작할 수 있었고

방송을 하며 느낀 점들에 대해 얘기할 때는 그의 방송이 롱런하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선바라는 꾸밈 없는 사람. 

캐릭터가 바로 그 자체라는 점에서 시청자들은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

우리가 어릴 적 친구를 사귈 때 친구의 외모나 언변을 따지고, 엄격하게 대하지 않는 것처럼

선바에게는 자연스럽게 친해져버리는, 마치 소꿉친구 같은 매력이 있다.

확 불이 붙어버리지는 않지만 그만큼 쉽게 식어버리지도 않는...


시청자와 그와의 끈끈한 우정처럼

그의 웃음소리도 오랫동안 보존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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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동아시아사 - 역사 선생님과 떠나는 시간 나들이
박중현 지음 / 해냄에듀(단행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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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평가를 위한 암기 도구로만 활용했던 세대라 이같은 책이 더더욱 반갑습니다. 스토리를 통해 흐름을 잡고 큰 틀부터 이해해나가는 것이 모든 학습의 기본이고, 더욱이 역사는 이같은 방법이 무조건적인 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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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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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서른 남짓의 나이에 하기에는 너무 건방진 소리일 수 있지만 

갈수록 시간이 빨라짐을 체감한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것 투성이였던 학창 시절과는 비교조차 안될만큼.

많은 것에 익숙해지고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들이 늘어난다.

효율을 따지면 무척이나 편리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


여기 이 책에는 남자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법한 한 남자가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겪긴했지만 어찌 됐든 외면적으로 무척이나 성공한 남자.

언제든 원하는 이성을 유혹할만큼 넘치는 매력을 가진 남자.


하지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는 결국 그도 보통 사람일 뿐이다.

주름이 늘어나고 시야가 흐려지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손이 떨리고 습관처럼 하던 수영마저 버거워진다.

본인의 자랑거리였던 남성적 매력 또한 사그라든지 오래다.

노화라는 부드러운 말을 앞세웠지만 결국 노화는 죽음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아닌가.


조리 있게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온갖 생각이 뒤죽박죽 섞여 불쑥 떠오르는 책이다.

한 문장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노년은 전투예요. 이런게 아니라도, 또다른 걸로 말이에요. 가차없는 전투죠. 하필이면 가장 약하고, 예전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게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 p.149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닥친 전투의 흔적들 때문에 마음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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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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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단순히 페이지 수로 독서 기간을 계산해서는 안되는 책이었다.

기한에 여유를 뒀다고 생각했는데도 결국 이 달 말일까지 완독을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남은 부분을 발췌독으로 읽는 일은 

(적어도 이 책만큼은)의미없는 일이 될 것 같아 리뷰를 나눠서 작성하기로 한다. 


-


모두가 한번쯤은 인류의 진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오스트랄로 피테쿠스에서 호모 에렉투스, 호모 사피엔스까지 화살표로 이어진 그림 말이다.

우리는 그저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열등한 인종은 쇠퇴하고 우월하게 적응한 인종은 생존했다고 말이다. 

마치 인종들끼리 바통 터치라도 한 것처럼 평화롭고 자연스러운 교체를 짐작한 것이다.


<사피엔스>를 읽고나서야 너무도 단순한 이 생각의 오류를 깨달았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이기적이고 포악한, 욕심 많은 종은 

승자독식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았을 뿐이다.

그 방식에는 분명 폭력이라는 수단이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높고.

책 서두부터 유발 하라리는 내게 보기 좋게 한 방을 먹여주었다.


종 문제 뿐만 아니라 농업, 종교, 과학, 산업 등 

우리가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 일상을 

하라리는 다시금 낯설게 바라보도록 도와준다.


성인이 되고도 10년이 훌쩍 지나서 이런 식의 재사회화 과정을 겪고 있자니

배움의 기쁨보다는 부끄러움이 앞섰다.

<지대넓얕>을 읽을 때도 느꼈는데 우리 교육에는 분명 변화가 필요하다.

최단 거리가 빤히 보이는 길을 어이가 없을 정도로 멀리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끄러운 사실은 유발 하라리가 불과 35세에 이같은 책을 썼다는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지만 반대로 나이만큼 중요한 숫자는 없다.

5년 안에 그가 남긴 이 명저를 뛰어넘는 책을 쓸 자신은 없지만 

적어도 5년 뒤에는 나의 책 한 권 정도는 남겨야 겠다는 소망을 품어본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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