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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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서른 남짓의 나이에 하기에는 너무 건방진 소리일 수 있지만 

갈수록 시간이 빨라짐을 체감한다.

매일매일이 새로운 것 투성이였던 학창 시절과는 비교조차 안될만큼.

많은 것에 익숙해지고 무의식 중에 하는 행동들이 늘어난다.

효율을 따지면 무척이나 편리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시간에 대한 아쉬움은 감출 수 없다.


여기 이 책에는 남자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법한 한 남자가 등장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결코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많은 우여곡절을 겪긴했지만 어찌 됐든 외면적으로 무척이나 성공한 남자.

언제든 원하는 이성을 유혹할만큼 넘치는 매력을 가진 남자.


하지만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는 결국 그도 보통 사람일 뿐이다.

주름이 늘어나고 시야가 흐려지고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손이 떨리고 습관처럼 하던 수영마저 버거워진다.

본인의 자랑거리였던 남성적 매력 또한 사그라든지 오래다.

노화라는 부드러운 말을 앞세웠지만 결국 노화는 죽음으로 다가가는 과정이 아닌가.


조리 있게 정리하기는 힘들지만 온갖 생각이 뒤죽박죽 섞여 불쑥 떠오르는 책이다.

한 문장이 계속 머리를 맴돈다. 


노년은 전투예요. 이런게 아니라도, 또다른 걸로 말이에요. 가차없는 전투죠. 하필이면 가장 약하고, 예전처럼 투지를 불태우는 게 가장 어려울 때 말이에요. p.149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닥친 전투의 흔적들 때문에 마음이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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